식당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사실 한 달 반정도 더 일을 하고 싶었다. 재택근무만 계속적으로 하면 밖의 생활이 그리울 것이 뻔했고, 운동을 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사장님과 소통을 시도했던 결과 서서히 스케줄을 줄여가고 싶다고 요청을 하면 그 요청을 했던 이력이 오히려 나에게 나쁘게 작용할 것 같았다. 일을 하면서 계속 눈치를 주고 힘들게 할 것 같아서, 그냥 깔끔하게 언제까지만 일을 하겠다고 하고 빨리 끝내버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떤 상황에서 항상 나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면으로만 상황을 만들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특히 나보다 더 많이 가진자들에게는 너그럽게 져주는 것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이런 시도를 한 것에 대해서 계속 후회가 되었다. (일을 덜하면서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데 천만원 정도 덜 받게된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법정으로 최소 노티스를 줘야 하는 기간에 맞춰서 그만둔다고 노티스를 줄껄', '어차피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닌데 언제까지 일하고 싶다고 정확하게 얘기를 할 껄'하며 계속 마음에 응어리가 남았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만둔다고 얘기하는 순간부터 불이익을 받기 시작해서 끝나는 날까지 그럴 꺼라고. 그렇기 때문에 2주 전에만 그만둔다고 통보를 하고 나가면 된다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했지만, 나는 그만두기 한 달 조금 남겨두고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에게는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은 일을 '저질렀'는데, 생각보다 패널티가 없었다. 내가 그만둔다고 한 이후로 나에게 불이익을 주는지 느껴지지 않았다. 나가기 몇 일 전부터는 오히려 나에게 말을 붙이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나가기 전에 소문 단속 잘 하려고 그런다며 쯧쯧거렸다. 그렇게 애증의 첫 식당 업무는 끝이 났다.
재택근무만 하면 몸이 편할 줄 알았는데, 첫 일주일 간은 잠이 많이 왔다. 시간이 많으면 공부도 하겠거니 했지만, 공부는 죽어라 하기 싫었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파트타임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집 근처 새로 오픈한 신발 매장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억양에 왠지 한국어가 섞인 느낌이어서 기분이 묘했다.
면접 당일은 정말 힘들었다. 그냥 면접에 가기 싫었다. 배가 이미 많이 나와서 임산부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육체 노동이 필요한 곳에서 굳이 임산부를 뽑을 이유가 없었다. 누가 봐도 탈락이었다. 굳이 거절당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귀찮음이 더 많이 느껴졌다. 계속 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신발 매장은 허리를 많이 굽혀야 해서 나랑은 적절하지 않아.', '임산부의 몸으로 투잡을 뛰려고 보니 내 몸에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닐까', '비가 오는 날이 대부분인데, 이런 날씨에 출근해야해?'
매장 안에 들어서서도, 내 합리화는 계속 되었다. '매장에 너무 새 냄새가 많이 나. 이번에 갓 오픈한 것도 그렇고 새 신발 천지인 것도 그렇고. 화학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걸', '점원에게 물어보니 사장님이 한국인이라고 하네. 한국인은 피해야지'
몇 십분 정도 사장님을 기다렸는데, 사장님이 결국 오지 않아서 매니저라는 친구에게 인터뷰를 보았다. 그 친구가 하는 말로 보아, 기본 시급을 받고 일하는 일반 직원으로 일하는 것 보다 직함이 주어지는 뭔가를 하는 기회가 꽤 있어보였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내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여기에 합격해서 출근을 시작한다고 해도, 사장님이 난감해 할 것 같은 상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면접을 보는 동안에는 생각보다 너무 아무 일도 없어서,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그렇게 가기 싫었던 면접인데, 실제로 겪어보니 너무 별 것 아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에 나보고 출근하라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결함도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도 다 각자의 결함이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집 근처 알바 공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까?' 답은 하나였다. 그들은 공고를 온라인에 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필요로 하면 창문에 공고를 붙여놓고, 인원이 차면 공고를 떼는 형식 같았다. 하우스 메이트 현지인 친구는 현명하게 시급과 팁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었다. 당일 면접을 보았고 그 날 결과를 듣기도 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들에 꽤 두려움이 많았지만, 이 알을 깨야한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렇게까지 뭔가를 시도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귀찮다는 핑계로 뭔가 모를 장애물이 나를 막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으로 시도를 해보았다. 이전에 우연히 연락처를 교환하게 된, 서버로 오래 일을 했던 친구에게 '단기, 파트타임 일을 찾고 있는데 도와줘.'라고 손을 내밀었다.
알립니다) 브런치북에 연재할 수 있는 글이 제한되어있어서, 다음 브런치북에 연재 계속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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