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반 정도 일을 하고 나니, 캐나다 식당에 어느정도 적응을 했다. 처음에 일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일하기 싫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던 것이 와닿지 않았다. 왜냐면 시급으로 돈을 받기 때문에, 집에 빨리 가면 일하는 목적인 돈 버는 것을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일하고 나니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것이 지겹기도 하고, 계속 반복적인 일을 하다보니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꼈던 때가 있다.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배경지식을 먼저 얘기해야한다. 이곳 캐나다에는 인도인이 많은데, 이들은 '얼그레이는 무슨 맛이냐?' '라벤더 음료수는 무슨 맛이냐?'와 같이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낼 뿐만 아니라, 다른 요구사항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릇을 필요이상으로 많이 가져다 달라고 하고 쓰지 않거나, 특정 음식을 빼달라고 요청하면서 대신 다른 서비스로 대체해달라고 하거나 (안 된다고 말하면 또 다른 조건이 붙기도 한다.),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어놀아도 가만히 내버려둔다거나, 신발을 신긴채 쿠션 위를 돌아다니게 한다던가.. 말하자면 끝이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른 손님에 비해 손이 배는 간다. 하지만 일반 손님은 15%의 팁을 주는 것에 비해, 이들은 0% 팁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캐나다 문화에서, 팁을 주는 것은 상식이지만 인도인의 경우는 팁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 경험 한정이다) 서버들 사이에서 인도인은 이미지가 좋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식당에서 식사시 15%의 팁을 주고, 꽤 만족스러웠으면 18%, 아주 만족스러우면 20%까지 팁을 주기도 한다. 식당에 조금씩 적응을 해가면서, 나는 20%의 팁을 받는 확률을 높이는데에 재미를 들렸다. 별로 신경을 못 쓴 테이블인데 팁을 많이 주는 것을 보면 꽤 놀랍기도 하고, 나를 잘 봐줬다는 것에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여전히 0%의 팁을 자랑했다. 팁이 왜 중요하냐면, 내가 식당에서 일하는 이유이자 대부분의 사람이 식당에서 서버로 일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4인이 오면 100불을 초과하는 식사가 일반적인데, 일반적으로 주는 팁을 15% 받으면 15불을 레스토랑 종사자끼리 나눈다. 내가 일하던 식당은 팁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팁이 많이 나오는 식당을 보면 하루에 일당을 초과해서 받아가기도 했다.
이러던 와중, 인도인 여자 셋이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다. 사람들은 꽤 친근했고 나는 이들이 팁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서비스에 꽤 만족을 한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 나서, 영수증을 보니 두 명은 0%의 팁을 주었다. 하지만 대반전이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이 20%의 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인도인한테 처음 받아보는 20%였다. 동료 서버에게 자랑하니, 다들 놀라워했다. 팁을 많이 받으면 뿌듯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성취감은 처음이었다.
팁 비율을 높게 받는 노하우를 묻는 친구가 있었다. 그 노하우를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1. 들어오면서부터 표정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더 말을 많이 거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서, 그들이 물을 요청한다면 (내가 물어봐도 좋으나, 그들이 요청했을 때가 훨씬 효과적이다) '물에 얼음을 넣어줄까요?'라고 묻자.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고마워 한다. 만약, 이것의 효과가 미미해보인다면 유효타를 날릴 수 있는 다음 대사가 있다. '레몬을 넣어드릴까요?' 이다. 내가 본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끝이 났지만, '라임을 넣어드릴까요? (레몬보다 일반적이지 않은 재료이기에 더 특별한 느낌을 줄 수 있다.)'라는 대사가 남아있긴 하다.
2. 나는 계산을 하면서 꼭 같이 온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편이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묻는데,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친구 사이처럼 보이는 테이블에서, 한 사람이 계산을 할 경우, 그들이 어떤 사이인지 물었다. 장인, 장모, 아내, 사위의 사이였고 나는 이 사실에 대단히 놀랐다. 외국인들은 다들 50대가 넘으면 다 그 나이에서 그 나이로 보이기 때문에, 친구 사이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내 리액션에 그들은 20%의 팁을 주었다. (사위가 계산을 했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쉬운 예로는, '당신은 어느 언어를 사용하나요?' 이다. 이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나라의 단어를 배울 수 있다. 그 외로는,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묻는다. 예를 들어, 그들이 요청했던 소스는 마음에 들었는지, 케이크를 많이 남겼다면 왜 그랬는지 등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다. 나는 손님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못해, 우리 식당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했다.
3. 유쾌한 손님을 찾아다니자. 지루한 식당의 일상에, 재미있는 손님은 단비같은 존재다. 일할 기분을 만들어주고 기분을 즉각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열린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면 좋다. 오늘의 경우, 식사가 어느정도 끝난 테이블에 가서 그릇을 치우러 갔다. 음식이 조금 남아있는 그릇을 가리키며 'are you still working on this plate?(아직 드시는 중입니까?)'라고 물었다. 남자는 'we will keep looking at it(우리는 계속 보고 있을게요)'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손님과의 말장난은 언제나 웃기고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