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학업적으로 성공을 했던 경험이 내 성공담의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성취감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달려나갔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말이다. 이 성취감은 꽤 오래 남아있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 '저는 이런 것을 했지요!'라고 말하면, 옆에서 '우오..'라고 반응을 할 때, 이전의 짜릿함은 다시끔 돌아왔다.
최근에는, 성취감이 아닌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쑥쑥 크는 나무가 된 듯, 갑자기 번성하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내가 통역가로서 일하기 위해, 3주간 기본 시급을 받으며 집에서 트레이닝 시간을 거치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다. 전문 단어 앞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 사람이었으며, 이게 단어 뿐만이 아니라 문화적, 정책적인 맥락까지도 알고 있어야 하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개념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꽤 어려운 직종에 들어왔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줌회의를 통해 트레이닝을 받는 사람과 모임장이 함께 실시간 통역을 하는 시간이 있다. 나는 평생 해보지 않았던 꼴찌를 여기서 해봤다. 반사적으로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시간이 만약 내가 돈을 주고 다니고 있는 학원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을 것이 가장 많은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배우면서 돈을 받기까지 하는 (비록 기본 시급이지만) 입장이니 기분이 날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매일, 나는 모르는 개념을 배웠다. 처음에는 캐나다 각지에 있는 병원의 통역사로서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범위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이었다. (미국의 각종 사회 복지 시스템 등도 알아야 하는 이유였다.) 또, 병원 뿐만이 아니라 보험, 교통국, 경찰서, 응급실(!), 정부 기관, 호텔 등 서비스업까지 통역하는 업종 역시 광범위했다. 새로운 개념과 단어를 배우면서 나는 내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이것이 공부만 하면서 무언가를 준비해야하는 시간이었다면, 나는 이만큼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를 하는 상황에서 돈을 받고, 또 이 과정이 끝나면 바로 현업에 투입되어 전문가로서 일을 하는 미래가 보장된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정신적, 물질적인 상태 모두가 충족된) thriv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상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