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을 위해 공항에 왔다. 임신 초기의 몸이라, 무거운 짐 때문에 고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앞으로 있을 일의 빙각같은 일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밴쿠버 식당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출국 전, 공항에 도착해서 연락을 하라고 하셨으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다음주 근무 스케줄이 나왔다고 하셨다. 나는 일경험 지원금을 받기 위한 근무 스케줄이 조금 까다로운데, 잘 반영이 된 것인지 물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다짜고짜 당황스럽다며 일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런 얘기는 꺼내지 말라고 하셨다..
어디서 부터 이상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다 이상했다.
출국 2일 전에, 연계해준 기관으로 부터 연락이 와서 ‘한 달 28일 근무해야합니다.’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에는 그냥 이 기관이 뭘 잘 못 알고 있는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매칭해주는 일경험 사업인데, 한 달 28일 근무를 해야하는 조건이 있을리가 없었다. 이건 좀 이상하다고 하니, 기관에서는 ‘예전에 말했던 부분인데요. 숙지 제대로 하세요.’라고 했다. 내 탓으로 돌리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찌됐거나 나와 같은 식당에 매칭된 다른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이 먼저 도착했으니 일은 저절로 풀려있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출국을 위해 공항에 도착한 바로 지금. 식당 사장님은 그런거 잘 모르겠고 일이나 열심히 할 생각을 하라고 하셨다.
책임을 회피하는 식당 사정과 연계 기관. 이렇게는 해결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겠다 싶어, 미리 도착해있는 동료에게 연락을 했다. 같이 파견가게 될 동료는 사장님은 이번 계약 관련 건을 모두 연계 기관 측에 맡겼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협조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마음은 조금 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근무 조건을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주 5일, 8시간 근무를 조건으로 한 공고를 보고 계약했다. 하지만 동료는 2주간 20시간 근무를 했다고 한다. (첫 계약 조건의 1/4 시간 만큼만 일을 할 수 있었다.)
연계 기관 측에서는 월급과 별개로 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동료는 첫 2주간은 팁을 받지 못하며, 그 후 50%만 받고, 점차 높여 받도록 노력해야한다고 했다. 특히 팁을 100% 전부 받기 위해서는 다른 동료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고 했다.
연계기관에서는 내가 파견을 가기 전, 한달에 약 4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또, 정부지원금까지 합치면 첫 두 달간은 600만원 가량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월 100만원 가량밖에 벌지 못하고, 정부지원금 역시 월 28일 이상을 일해야 하는 조건이라고 하는 연계기관이… 정말 이상했고 내가 이런 일을 겪고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직은 공항이었기 때문에 그냥 이 항공편을 타지 않아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에게 벌어지는 실제 상황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것 처럼, 내가 지금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도 결론적으로는 행동의 책임이 없을 것 같은 느낌만 들었다. 하지만 실전 쫄보인 나였다. 막상 항공을 타지 않는 과감한 선택은 상상에서나 할 뿐, 행동으로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 출국을 한다면 나는 캐나다에 꼼짝없이 갇히게 될 입장이었는데, 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여태까지 추진했던 힘이 더 크게 작용했다.
연계기관에 대해 되짚어보니 이상했던 부분은 꽤 있었다. 비자 대행을 해준다면서 나에게 청구한 항목이 엉터리였다. 그들은 나에게 100달러를 더 받아갔다. 이건 나중에 문의를 해보니 돈을 돌려주었다.
그들은 숙소 연계와 공항 픽업을 해준다고 항상 자랑했다. 이것은 최소 500불에 해당하는 혜택이라면서 항상 감사하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출국이 다가오자, 숙소 연계와 공항 픽업은 불가하다는 연락을 해왔다. 시간이 촉박해질 때까지 믿음을 줬다가, 절정의 순간에 배신 당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상했지만 이들과 더이상 이상한 일로 엮일거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캐나다로 가는 비행편에 오르게 된다. 아무리 초기라지만 임산부의 몸으로 긴 비행에 오르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갔다. 워홀 초반부터 느낌이 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