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당황하게 한 게스트의 질문
무더운 어느 여름날, 홍콩에서 온 게스트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백화점에 갔다. 셋은 그곳에서 내려 백화점을 구경할 예정이었고 나는 거기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올 생각이었다.
주말이라서인지 차가 굉장히 막혔다. 서로 체면을 차리며 조용히 앉아있다가 결국 택시 안의 적막을 참지 못하고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영어와 광둥어, 한국어가 섞인 대화가 한창 오갈 때쯤, 그게 신기하게 들렸던지 택시 기사님이 나를 툭 치며 물었다.
"거, 다들 어디 나라 사람이야?"
나는 그 말에 게스트들은 홍콩에서 왔고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쓸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또, 묻지는 않으셨지만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알려드렸다. 그러자 기사님은 소통 창구를 찾아 다행이라는 듯 빙긋 웃으며 우리와 대화를 시작했다.
다행히 게스트들과 그런 택시 기사님의 질문에 잘 응대를 해줬고 우리는 차가 막히는 도로 위에서 별 무료함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홍콩의 날씨는 어떻냐부터 시작해 한국에는 왜 왔는지, 처음 왔는지, 백화점 가서 무얼 살 것인지에 대한 사소한 얘기가 오갔다.
그러다 점점 홍콩과 한국의 집 값은 얼마나 차이가 나고 거기 젊은이들은 언제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지에 대해 꽤나 심도 있는 대화도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어느덧 약수를 지나 이태원을 넘었고 이후 전쟁기념관 앞에서 잠깐 정체를 했다. 나는 서울의 방방곡곡을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에 게스트들에게 "여기가 바로 전쟁 기념관이야."라고 알렸다. 게스트들의 시선이 창 밖을 향했다. 그리고 이어 그들 중 한 명이 내게 물었다.
"여긴 왜 이렇게 경찰이 많아?"
"전쟁기념관이면서 또 청와대이기도 해서..." 눈에 띄는 피켓들이 몇 개 보였지만, 나는 설명하기 귀찮아 대충 얼버무렸다. 그러자 한국에 몇 번 와 본 게스트가 날 대신해서 답했다.
"한국 얼마 전에 대통령이 일하는 장소를 바꿨어."
그러자 또 다른 게스트가 물었다.
"왜? 너네 나라는 왜 청와대를 옮겼어? “
나는 여기서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지하철에 붙어있던 것처럼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라고 말해야 할까. 어디부터 설명을 해줘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을 때, 택시 기사님이 우리가 하는 대화를 들으시곤 딱 한 마디로 얘기해 주셨다.
"풍수"
그러자 홍콩 게스트들이 그들 특유의 억양으로 "아, 풍~수~"라고 말하며 무릎을 쳤다. 그러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광둥어를 쓰며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이 전에도 게스트들의 질문 한 번에 답하기가 어려운 적이 몇 번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
‘비 오는 날에 왜 전을 먹는 거야?’
‘남한 사람들 중에 이름이 김정은인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이랑 무슨 관계야?’
‘너도 성형수술을 했어?’
그러나 ’ 너네 나라는 왜 청와대를 옮겼어 ‘ 는 최근 받아본 질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었다. 내가 뭐라도 답을 해줘도 꼬리에 꼬리를 무든 질문들이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한 방에 정리해 주신 택시 기사님. 어느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그분의 답변이 참 재치 있고 직관적인 광고 카피처럼 느껴졌다.
나는 홍콩 게스트들을 백화점에 내려주고 유유히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이 발음한 ‘풍~수’라는 말투를 나직이 따라 해 보았다. 꽤나 인상적인 질문과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