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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Jun 05. 2023

게스트 국적 따라 너무도 달랐던 분리수거

분리수거 잘한 vs 분리수거 안 한 게스트

"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독일 게스트가 내게 매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속으로 체크인이나 체크아웃, 혹은 커피 포트 사용법 같은 질문이 나오겠거니 싶었다.


"뭔데?"


"분리수거 어떻게 해야 해?" 


그건 지금까지 게스트 하우스를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었다. 특히나 게스트에 입에서 먼저 분리수거라는 얘기가 나올 줄이야. 나는 미리 공지했던 것처럼 분리수거가 가능한 물건들은 택이 붙은 휴지통에 넣어달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게 다야?"라고 되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여기는 단순하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내 설명이 부족했을까 싶어서 다시 말했다.

"이 하얀 봉투에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넣어줘. 그럼 내가 나중에 분류할 거야."


분리수거는 여기에 넣어줘



독일 게스트의 분리수거


내가 살고 있는 주택에서는 재활용품을 '페트병, 캔, 종이'로 분류해 두면 해가 지고 난 뒤, 쓰레기 차가 수거해 간다. 하지만 모든 게스트에게 그 내역까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는 귀찮고 어렵다. 아직까지 게스트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많이 내놓지 않았고 또 분리수거를 맡기기 보다야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 하나의 휴지통에 모두 담아 나중에 분류해 배출하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독일 게스트는 내 분리수거 방식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재활용 쓰레기를 한 곳에 담아달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여긴 심플하네, 독일은 매우 까다롭거든. 네다섯까지 분류가 있어."라고 말하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서는 못내 마음이 쓰였던지 내가 말한 방식과 다르게 독일 스타일의 분리수거를 했다. 그녀가 떠난 방을 보니 독일의 분리수거 철학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우유팩은 언제 씻어서 말렸는지 깔끔하게 접혀 있었고 물을 담은 페트병은 구깃구깃하게 최대한 접혀 있었다. 그리고 영수증과 다 쓴 나무젓가락은 잘게 잘라 일반쓰레기 통에 담았다. 정말 완벽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독일의 분리수거는 유럽 내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처럼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쓰레기, 캔이나 병, 플라스틱으로 나눠야 하고 큰 택배박스나 피자 포장지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잘게 잘라서 봉투에 넣어야 한다. 

 


일본 게스트의 분리수거


일본의 분리수거 정책이 까다로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 게스트들이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면 다른 때보다 안심이 된다. 고이 접혀있는 이불과 수건, 그리고 잘 분리되어 있을 재활용품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들의 분리수거 방식에 소스라 칠 때도 있다. '일본에 살면 이 정도까지 분리수거를 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생긴다. 테이크 아웃 커피 컵의 홀더와 빨래가 분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기에 붙어있는 스티커도 모조리 제거된 상태, 더 접히지 않을 정도로 작게 작게 접어진 종이 박스 등을 볼 때 그렇다.


예전에 한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이 생각났다. 자신이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겪었던 일이라며 얘기해 줬는데 요약하자면 분리수거 잘못해 집단 따돌림을 당할 뻔했다는 얘기였다. 일본에서 살게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된 여름날 우산이 부러지는 바람에 버려야 했고 별생각 없이 일반쓰레기에 넣었는데 그게 화근이 되었다고 했다.


지인의 집 앞의 쓰레기는 거의 한 달 동안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우산 대와 우선의 천을 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 때문인지 이웃집 사람들의 말없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아주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우산을 분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 게스트의 방을 청소하면서 그 얘기가 번뜩 떠올랐다.



분리수거가 낯선 게스트


하지만 모든 나라가 분리수거에 까다롭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집에 들렀던 미국, 홍콩의 게스트를 보면 서 그것을 느꼈다.


일단 그들은 ‘재활용품 수거함'이라는 것을 보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소해했다. 뭘 어떻게 하면 되느냐라는 질문에 일단 나는 일반 쓰레기가 아닌, 종이와 캔 그리고 병을 따로 모아두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이 떠난 뒤, 살펴보니 분리수거가 매우 엉성하게 되어 있었다. 고민한 흔적은 보였지만 결국 나는 그것을 다시 분리수거해야 했다. 특히 휴지를 분리수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누군가는 사용한 휴지를 모두 재활용품과 함께 넣어두어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캔과 종이컵 사이에서 다 쓴 휴지를 추려낸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 홍콩에서 사는 지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분리수거 안 해?" 그런 내 질문에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지인은 "안 하는 게 아니라, 그걸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어."라고 답했다. 대체로 사전에 분리수거를 안 하는 국가는 그 일을 대신해 주는 직업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분리수거를 위해서 세금을 내고 있어." 사전 분리수거를 안 하는 나라의 지인들이 해 준 얘기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내는 세금이 따로 측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문화권에 살아 본 적 없어서인지 몰라도 식은 피자와 맥주 캔이 한 곳에 버려진 것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식은 피자는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고 맥주 캔을 씻어져 잔뜩 구긴 다음 버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그런 내 말에 지인은 "왜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려고 해?"라고 했지만.


요즘 게스트 하우스를 하면서 분리수거의 문화가 나라마다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방식이 어떻든 간에 환경을 위하고자 하는 노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다. 동시에 사전 분리수거가 매우 보편적이고 생활화되어 있는 한국이 참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느껴진다.


또, 세계 속의 사람들이 내 공간에 오면서 마주하게 되는 작고 소소한 생활 습관의 차이가 재미있기도 하다. 게스트들에게 재활용에 대해 알려주면서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한국 시민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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