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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Jun 16. 2023

신발은 벗고 들어오세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어가면서 게스트를 위한 매뉴얼만 서너 번 업데이트를 했다. 처음에는 메신저로 몇 줄 적어 보내던 것이 어느덧 문서가 되었다.


최근에는 게스트들이 머무르면서 물어왔던 것들을 토대로 내용을 더 보충하고 전기포트나 가스레인지 버튼 누르는 법 같은 것은 설명과 함께 실제 사진도 넣었다. 또 외국인 게스트들을 위해 버전도 만들어 지금은 국영문 버전이 생겼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꼼꼼하게 매뉴얼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놓치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데 게스트들에게는 낯선 것인 세 가지를 소개한다.



신발은 벗고 들어오세요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게스트가 먼저 체크인을 하고 본인은 퇴근 후 집에 들어갔는데 웬걸, 게스트가 신발을 벗지 않고 거실, 화장실, 침실까지 다 쏘다니는 바람에 난감했다고 했다. 바닥청소를 한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게스트가 신은 신발 자국이 온 집안에 다 찍혀있었다고 한다. 지인은 그 얘기를 하면서 내게 신신당부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고 꼭 말해야 해.'


그 뒤부터 내 매뉴얼의 첫 번째 문장은 신발 벗기가 되었다. 미리 공지를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게스트들이 어느 정도 아시아를 여행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신발 신고 입장하는 게스트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는 안내가 게스트들에게 쉽게 들리진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은 '어디서부터 벗고 들어와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내가 알려주기 전까지 족히 네 명 정도는 현관문 밖에서 신발을 벗고 그때부터 맨발로 신발장을 거쳐 집 안으로 들어왔다.


맨 처음에는 그 모습이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몇 번 연속이 되니 아무래도 좀 더 자세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집 안에 들어와서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와'라는 설명을 더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너무 일상인 신발 벗기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설명해야 될 줄 몰랐다.



체크인은 오전 9시와 오후 6시를 피하세요


독일 게스트나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체크인을 하러 오는데 지하철 역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몇 대를 지나쳐 보냈다는 것이었다. 겨우 탄 전철 칸 안에서도 사람들에게 치여 짐 가방을 끌고 오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게스트는 오후 6시에 2호선을 타고 왔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게스트는 K-직장인들의 위엄을 몸소 실감하면서 한국사람들의 체취를 아주 가까이 느끼며 우리 집까지 왔을 터였다.


그 이후부터 나는 게스트들과 대화를 하면 출근시간에 이동하는 것을 피하라는 얘길 해준다. 특히 2호선이나 9호선을 타고 가야 하는 경우는 미리 힘들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그 시간에 나갔다가는 인파에 치여 질려버릴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국 수돗물, 끓이면 OK


얼마 전 차를 끓이는 나를 보며 게스트가 물었다.


“한국은 수돗물 마셔?”


차를 끓이는 물을 수돗물로 쓰는 것을 보고 궁금했나 보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국 수도 시설 잘 되어 있고 물도 깨끗해서 식수로도 마실 수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우리는 석회수 아니라서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석회수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더 부연 설명은 못했다. 하지만 아마 게스트들은 내 표정에 묻어있는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평소에는 물을 사서 마시고, 게스트에게도 구매한 물을 주고 있다. 하지만 국이나 차를 끓일 때는 여전히 수돗물을 틀어 사용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한 일인데 게스트들이 질문을 할 때,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깨끗한 물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된다.


한국 수돗물, 드링킹,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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