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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26. 2023

중국게스트의 부산 당일치기

중국게스트와의 2박 3일

지난 금요일 밤,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이 중국 사람임을 밝힌 게스트는 내일 오후쯤 도착한다며 주말 동안 머무를 수 있는지 물었다.


-잠깐... 중국에서 온다고?


나는 한자로 쓰인 게스트 이름을 보고 멈칫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를 이름 때문이었다. 나는 영어보다 한자에 더 울렁증이 있다.


또 며칠 전 지인이 해 준 이야기도 신경이 쓰였다. 중국 게스트가 이름 모를 진한 향신료로 주말동안 요리를 하는 바람에 방에 냄새가 배어 게스트가 떠난 뒤에도 한참을 환기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인센스 스틱을 모조리 태워도 가시질 않아 고생했다던데 순간, 메시지를 준 게스트도 요리를 하겠다고 나서면 어쩔까 싶었다.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분별하지 말자고 다짐했어도 나는 그가 중국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고민했다.


-오라고 할까 말까.


그러다가 문득 공유숙박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정했던 규칙을 떠올랐다. 바로, ‘편견 없음’ 그리고 ’ 받아들임‘ 정책이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중국 게스트를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웰컴 투 코리아


그렇게 내 생전 처음으로 중국 게스트를 받았다.



중국 게스트의 선물,

금붕어가 그려진 부적


게스트는 내게 손바닥만 한 크기의 무엇인가를 건넸다. 선물포장을 풀자 빨간색 실에 매달린 부적이 나왔다. 정중앙에 빨간색 글씨로 사자성어처럼 네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도통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내가 뭐라고 쓰인 것이냐고 묻자 게스트는 포청천에서 들을 법한 성조로 네 음절을 크게 발음했다.


"따 - - - - (전혀 모르겠어서 이렇게 표현해 본다.)"


내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추가 설명을 해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졸업할 때, 취업할 때 이걸 선물로 줘. "

"이 부적이 무슨 뜻을 담고 있는데?"

"행운을 빈다는 뜻이야. Good Luck"


빨간색 한자 사이사이에 알록달록한 금붕어 몇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금붕어를 가리키며 좋은 의미라고 알려줬다. 나는 선물 받은 그 부적을 걸어둘 창소를 찾았다.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물건이라고 하니 그 기운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내 방 문고리에 걸었다. 방문에 십자가 상이 있고 그 아래에 부적이 걸린 것이 좀 어색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게스트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흐뭇해했다.

 


중국 게스트가 빛의 속도로

한국을 여행하는 법


다른 것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중국 게스트의 여행 스케줄이었다. 처음으로 한국에 놀러 와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지만 2박 3일의 짧은 일정에 이것들을 한다고?


들어보니 중국 게스트는 서울 시내의 유명한 곳들을 다 가고 싶어 했다. 누구나 다 알만한 코스다. 명동, 홍대, 이태원, 성수까지. 내가 구체적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으니 게스트는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포털에서 한국 음식을 많이 검색해 왔다며 그것들을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간 공유 숙박을 해오면서 비빔밥이나 김치찌개, 삼겹살을 영어로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 게스트가 물어온 난이도는 꽤 높았다.


"부대찌개가 뭐야?"


거기서 정말이지 멍해진 나는 '아미 수프'라는 어색한 두 단어의 조합을 떠올렸으나 그걸 입 밖으로 말하진 못했다. 대신 "카인드 오브 찌개, 두유 노 찌개?"라는 질문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중국 게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결국 나는 '아미 스타일 수프'라고 부대찌개 설명을 마무리했다.


게스트는 하루 동안 핫플레이스에서 부대찌개, 곱창전골, 해장국 등을 먹으러 다녔다. 그리고 인생 네 컷을 찍고 그것을 내게 자랑했다.


그녀의 첫날 일정은 내게도 익숙한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이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간소한 짐을 꾸리며 부스럭거리자 어딜 가나 궁금해서 물었다.


“오늘은 어디가?”

“광안리.”

“부산?”

“비 오는데?”


게스트는 부산을 당일치기로 계획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상관없었다. 광안리에서 바다를 보고 다시 자정 전에 돌아올 거라고 했다.


“여기서 다섯 시간 정도 걸릴 텐데? 너무 멀지 않아?”


내가 묻자 게스트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It’s okay.”라고 답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중국 게스트에게 5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란 것이었다. 중국 내에서 다른 지방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그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중국 게스트에게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당일치기가 가능한 수준일지 모른다며 나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 게스트가 지나간 자리는 깨끗했다. 중국 사람이 더럽다는 얘기와 다르게 그녀의 자리는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중국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방이 더러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중국의 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다 하나로 싸잡아 얘기할 수 있겠어?‘


예전에 알고 지낸 중국인 동료가 해 준 이야기다. 땅이 넓어서 중국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사는 지역에 따라 사람들 특성이 너무 다르다고 말해줬다.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중국 사람에 대한 편견이 아주 사라질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이번 게스트와 함께 지내면서 편견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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