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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너머 Oct 22. 2023

잠 못드는 불꽃놀이의 밤

폭죽이 난무하면 생기는 부작용

 지난 주 금요일 밤 올해의 라마단이 끝나고 이슬람 최대 명절인 하리라야가 시작되었다.      

이슬람력 9월 한달 간이 라마단 기간이라고 한다. 라마단 기간 동안의 단식은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떠있는 동안은 철저하게 금식을 한다. 책을 찾아보니 14세 이하의 아이들이나 임산부 노약자 들은 의무사항에서 제외 된다는데, 그 결정은 부모들이 하는 모양이다. 겸이 학교에도 무슬림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은 라마단 기간에 점심을 먹는지 물어봤더니, 점심을 먹지 않을 뿐더라 물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그 기간 동안 다른 학교에서 학교 스포츠팀 아이들이 친선 경기가 있었는데, 뜨거운 나라에서 그늘에 앉아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선수로 참가한 겸이 친구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축구를 한다고 해서 많이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모스크 근처에 큰 라마단 마켓이 열린다. 평소에도 밥을 잘 안해먹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단식을 하며 일을 하고 돌아와서 음식을 장만해서 먹기가 힘든 건 당연한 일이다. 저녁이 되면 라마단 마켓에 불이 환하고 음식을 사서 먹거나 포장해서 돌아가는 사람들로 항상 근처가 북적인다. 작년 4월에 이곳에 도착하고 한 달쯤 후에 라마단이 시작되었었다. 집 근처 모닝마켓 뒤 쪽으로 커다란 마켓이 형성되어서 한 두어번 구경삼아 가서 음식을 사다 먹기도 했는데, 일 년이 지나간 올해는 딱히 호기심도 사라지고 거기까지 걸어가서 저녁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삼십층 베란다에서 멀리로 저녁이 되면 불빛 환하던 마켓이 보였는데, 라마단 마지막 날인 금요일 저녁 이후로 철수되어 다시 주차장이 드러났다.      


  겸이 학교 직원 뿐 아니라 서양인 선생님 중에도 현지 무슬림과 결혼한 여선생님이 라마단 기간이 되면 아이들에게  " 나 단식 중이라 예민하니까 내 신경 건드리마" 라고 경고한다는 유명한 일화도 회자된다.      

  라마단이 끝나면 시작되는 하리라야 축제는 우리나라의 추석 만큼이나 큰 명절이어서 모스크에서 예배보는 소리도 잦아지고, 가족들끼리 친척을 방문하여 선물을 주고 받고 음식을 해먹으며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하늘을 수 놓는 화려한 불꽃놀이.... 가 시작된다. 

 작년에 처음 불꽃놀이를 봤을 땐 그 요란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까이서 자주 불꽃놀이를 보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개인이 돈을 주고 사서 한다. 불꽃놀이에 뭔가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 싶게 많은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 폭죽을 터뜨리는데, 시도 때도 없다. 일년 간 폭죽을 사기 위해 저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불꽃놀이에 돈을 쏟아붓고 열을 올리는 사람들.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페낭에선 추석이나 양력 음력 설날에 며칠간 밤에 불꽃놀이가 이어지고 무슬림들의 명절인 하리라야 때도 라마단이 끝나기 며칠전부터 시작해서 하리라야가 끝날 때까지 밤마다 화려한 축포를 쏘아올린다. 오늘까지도 거의 이주 정도 매일 밤 페낭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소리이다. 각 개인들이 아파트 공터나 주택 앞에서 밤 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릴 때 그렇게 큰 소리가 나는 줄 처음 알았다. 초저녁부터 밤 한 두시까지도 쏘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엔 진짜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줄 알고 놀라서 베란다로 뛰어나갔었다.  지금은 그게 불꽃을 쏘아올리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들을 때마다 놀라서 가슴이 덜컹덜컹한다. 산모였으면 분명히 애가 떨어지고도 남겠다 싶을 만큼 소리가 크고 위협적이다. 불꽃은 보이지 않고 따발총을 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밤마다 온 동네에 화약 연기 가득하고 총과 포탄을 쏘아올리는 소리처럼 너무 시끄러워 더워도 문을 다 닫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짜증이 치민다. 지난 주 금요일 밤부터 시작된 하리라야가 오늘로 일주일이 넘어갔다. 오늘 밤에도 빈도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탕탕 다다다다 푱푱 불꽃을 쏘아올리고 있다. 더이상 불꽃놀이가 설레고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으니 이 뜻밖의 부작용이 심히 유감스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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