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이는 세차게 도리질했습니다. 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수연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손가락으로 귀를 쑤시고 귓바퀴를 잡아당겼습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표를 그렸습니다. 가로 열 칸, 세로 열 칸. 곱셈 구구표였습니다. 띄엄띄엄 숫자가 빠져 있었습니다. 마치 애벌레가 파먹은 나뭇잎 같습니다.
“혜민이, 정윤이, 호제…….”
선생님이 빈칸을 가리키며 이름을 불렀습니다. 수연이는 엄마의 잔소리가 떠올랐습니다.
‘구구단도 못 외워서 수업 시간에 어쩔 거야? 물어보면 답이 톡 튀어나와야지!’
수연이 귓속에 덜그럭 소리가 커졌습니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사그락거리던 소리는 종이를 구기는 소리만큼 커지더니 어느새 연필이 가득 든 필통을 떨어뜨리는 소리보다 커졌습니다.
머리가 울렸습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수연이는 집게손가락으로 귀를 마구 후볐습니다.
덜그럭덜그럭
갑자기 짝 민지가 옆구리를 쿡 찔렀습니다.
“수연아, 선생님이 너 부르잖아!”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수연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눈을 치켜뜨고 있었습니다.
곱셈 구구표는 딱 한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수연이는 진흙에 빠진 것처럼 실내화를 질질 끌며 나갔습니다. 칠판 앞에 가만히 섰습니다.
6 곱하기 7은……?
덜그럭 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수연아, 뭐하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덜그럭 소리 사이로 겨우 들렸습니다. 한여름 매미 소리처럼 귀가 아팠습니다.
“모, 모, 모르겠어요.”
“수연이는 내일 6단 다시 외워 와.”
간신히 자리에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