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솔직해야할까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한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지금까지 정식으로 7개의 면접을 봤다. 기존에 가진 6년이라는 유통경력을 바탕으로 신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시채용을 통해 유사 업종을 도전할 수 있었다. 면접은 7개였지만 서류 접수는 헤드헌터를 통해 이것저것 합하면 서류 자체는 47개 접수했다. 지원한 기업은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까지 다양했다. 사람들이 희망하는 대기업, 공기업 채용은 스펙도 없고 NCS? 공부도 해본 적이 없어서 엄두도 못냈다. 잡코리아, 원티드, 사람인, 사이트를 헤매다가 우연히 보게 된 관심 채용을 통해 이전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이력서를 작성했다.
나는 대기업 유통업에서 근무했고 나중에는 매출보다 영업 세일즈, 고객을 상대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고객들의 수위가 날로 높아진 상태에서 코로나까지 찾아왔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사업의 침체기가 장기화되면서 향후 미래를 생각해서 서른, 지금이 이직할 수 있는 기회다 생각했다. 다소 순진했던 나는 이직할 곳을 마련해두고 퇴사하지 않았다. 나의 서른살 인생설계를 다시 하면서 지금까지 대학 졸업 후 일만 하며 달려왔던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너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좀 쉬었다 간다고 해서 내 할일 하나 없으랴 싶어 남들이 말릴 틈도 주지 않고 5월 1일 직장을 나왔다. 원래 나의 계획으로는 올해 안에 보람있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였다. 3개월은 휴식기간 2개월은 자기계발 기간을 삼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해보자 했다. 3개월의 휴식시간, 2개월의 자기계발 시간은 평화로울 것 같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게 뭘까 고민했고 잘 할 수 있는것들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이 쉬면서도 불쑥불쑥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월이 다가왔고 상품 프로모션 기획했던 경험을 살려 온라인 시장에 맞춰 온라인 MD 직무쪽으로 지원서를 넣게 되었다. 나는 오프라인에서 일하다가, 본사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하다가 그냥 내가 오프라인 조직이 좋아서, 직원들과 직접 부딪히며 즐겁게 일할 수 있고 내가 조직을 만들어가는 일이 좋아서 오프라인 영업을 다시 하게 된 특이한 이력이 있다. 일하는데 딱히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 그냥 내가 더 하고 싶은 것을 했고 다만 오프라인 영업이 이렇게 어렵게 될 줄 몰랐다. 진상 고객이 이렇게 날로 늘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줄도 몰랐다.
그렇다. 그렇게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굳이 거창한 이유를 대고 싶지 않았다. (오프라인 영업이 매출로 더 우위에 있어서 퍼포먼스를 내기 좋았고 당시 온라인 조직이...........) 면접을 위해 이런 저런 STAR 기법에 맞게 정리하려다보니 어색해짐은 물론이고 논리도 안맞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렇게 만든 최선의 면접 답안도 내 마음이 우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입에서 바로바로 나오지도 않았다.
성향상 진상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사람들과 활동적으로 일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조직을 리드하는 역할을 좋아했다. 책임감있게 행동하고 무게를 지더라도 직원 교육 멘토링, 코치해주는 부분에서 조직을 함께 성장시키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슴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을 다 지우고 이전 경력을 통해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 다운 직무를 선택했다. 그래야 그나마 취업이 빨리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똑같은 나’라는 사람을 두고 면접관들은 다양한 질문을 했다. 당장 회사에서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인지, 끈기는 있는지 전 회사에서 일을 못해서 이직도 못하고 퇴사한건지 여러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불편한 상황을 홀로 이겨내야 했다. 면접은 참 고독한 시간이었다. 나는 상대방에게 나의 모든 과거, 이력을 보여줬지만 반대로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다. 기업 정보, 직무 내용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고했지만 실제 회사 사정은 아는게 없으니 알 수 없는 기싸움에서 주눅 드는 시간이 괴롭기만 했다.
특별한 능력을 바라는 건 아니고 태도를 보는게 면접이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실무에 대한 질문들, 사실 난 잘 모르겠는 이야기를 그럴듯 하게 꾸며 이야기하는 것을 몰랐다. 나는 솔직하면 모두 진정성있게 생각해줄 거라고 믿었는데 내가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바라본건지 모르겠다. 면접 무료 코치 수업에서는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돼요”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어차피 일해본 사람이면 다 알 것을 굳이 잘 포장한들 그게 진짜라고 생각하기는 할까 싶어 진짜 이야기를 했던 건데 안된다고 한다.
나의 성향, 성격과 장단점을 회사 직무가 원하는 방향에 맞는 키워드를 선택해야 하고 AI 면접 검사에서도 직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고르란다. 실제로 AI 면접에서는 ‘나는 생각이 많은 일을 선호한다’에 대한 답변을 하는 건데 생각이 많은 직무 따로 있고 없어도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정답없는 싸움에서 정답이 있는 것처럼 어설프게 코치하는 사람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어쨌든 취업시장에서는 나의 경험, 성격, 적성은 밑바탕이 되긴 하지만 완전히 드러내서는 안되며 포장기술을 잘 익히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1년 이내 퇴사율, 공무원 신입사원 퇴사 등등 그렇게 원하던 취업을 하고도 퇴사를 선택하고 다시 방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정말 일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성향, 적성을 직무 특성과 제대로 맞춰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성향, 적성만 따져서 도대체 무슨일을 할 수 있겠냐 싶지만 사람과 말하면서 에너지를 뺏기는 내향적인 사람이 제약 영업, 판매직을 하며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것처럼 끼워맞춘 적성이 퇴사를 유발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까지 총 7번의 면접을 보면서 내 성향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라기보다 현실에 타협했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았고 어색한 대답을 하느라 면접 보는 순간마다 괴로웠다. 완전히 솔직하자니 나는 온라인 채널에 대해 엄청 피곤해하고 쇼핑을 즐기지도 않을 뿐더라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도 지친 상태다. 더군다나 퇴사하고 화장품도 안산지 오래됐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좇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유통, 영업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그러니 면접은 지나치게 솔직해지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언제는 울컥하기도 했다. 지금 취업을 해야되는 건 맞는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닌거 같고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면접을 보고 나면 결과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도 없고 이를 풀어나갈 방법도 안보인다며 자책하고 주저앉을까봐 겁나고 불안했다.
갈수록 면접은 힘들고 답하면서도 나도 이게 아닌 것 같고, 자신감이 사라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걸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다음주 면접은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