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면접
첫 번째 면접은 어떻게 보면 붙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원하는 바도 아니었고 전반적으로 너무 성급했다. 그렇게 일할 기회를 놓쳤지만 그게 미련은 없었다. 이후로도 계속 이력서를 조금씩 넣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취업하려는 건 아니라면서도 내심 불안하게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있었다.
괜히 지난 면접이 가끔 후회되는 건가 생각될 쯤에 헤드헌터 이력서 접수 제안이 들어왔다. 헤드헌터를 통한 제안은 처음이었고, 업체도 낯설지 않은 곳이라 기쁜 마음에 빠르게 이력서를 접수했다. 얼마 후 면접 기회가 생겼고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를 찾아갔다. 강남역 회사가 밀집한 곳에 있었고 떨리는 마음을 추스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건물 주변을 서성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면접 준비로 기업에 대한 조사와 내 이력서에 대한 숙지만 한 정도였다. 구체적인 직무 관련 질문 상황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했던 경험으로 이야기하면 되겠다고 자만했다. 어차피 아는 내용이겠지 싶어 예상 질문을 따로 정리하지 않았고 내 경험만 잘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면접 초보자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준비 안된 편한 마음으로 갔던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남는 면접 중 하나다.
기업마다 면접 분위기, 내용이 당연히 다르겠지만 이 곳은 유독 조심스럽고 인재 채용에 굉장히 열정적인 대표님이었다. 언뜻 보아도 A4용지 2장 정도 질문거리가 적혀있었다. 대화를 시작하면서도 나의 이력서를 굉장히 꼼꼼하게 봤다는 것이 느껴졌다. 질문 내용도 나의 경력과 관련해서 굉장히 자세하게 이어졌고 업무변동 흐름이나 내용에 대해서도 이미 검토했는지 이외 회사와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살펴보는 업무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긴 시간이 흘렀다. 기업 대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내부 현황, 전임자, 조직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 정확히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일하는 방식은 어땠으면 하는지 입장을 명확하게 이야기했고 설명도 거짓 없이 진솔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내가 경력만 믿고 이후 구체적인 업무 플랜이나 내가 했던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정리가 안됐구나라는 것이었다. 기존 유통사에서 문제 되는 재고 소진 문제, 채널 확장 협상 진행 과정, 경쟁사 대비 프로모션 전략을 어떻게 진행해볼지 등등 아무렇지 않게 그냥 했던 일들이지만 해결 방법과 아이디어에 대한 부분들을 말로 어떻게 표현할지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면접을 보면서도 직무적으로 부족하다고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 면접 준비에 있어서 기업만 알아보고 될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정리, 경험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겠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면접을 보면서 어떤 질문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예상폭이 굉장히 넓어졌던 면접이었다.
면접은 최대한 많이 경험해라
이직 선배들이 많이 했던 이야기다. 왜 많이 보라는 건지 내가 경험해보니 알겠다. 면접도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니 회사의 얼굴인 면접관들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 대답이 미흡해 부끄러웠던 면접이지만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고 본다. 질문 내용이 업무적이든 내 성향과 적합도에 관한 것이든 다양한 측면에서 질문을 받으면서 사람을 신중하게 뽑고 싶다는 상대방의 의지가 읽혔다.
비록 내가 그 조직에서 일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잘 채용이 된 곳에서는 앞으로도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직무 자체에 대한 능력 차이보다 조직에서 사람들과 어떤 성과물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