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바로 출근 가능해요?

첫번째 면접

by 계발자

퇴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름 내 이력서가 먹힐까 싶어 지원했던 회사에 면접을 가게 되었다. 다행히 서류도 안뽑히는 건 아닌가보다 안심하고 면접날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 근처를 향했다.


너무 서둘러서 면접 시간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주변을 살펴보고 이른 아침이라 간단하게 배도 채울 겸 앉아있을 곳이 필요했다. 근처 일찍 여는 곳이 없다보니 카페도 마땅히 없었다. 회사 주변은 크게 두번 돌면서 겨우 샌드위치집 한 곳을 발견했다.

드디어 앉아서 쉴 곳을 발견하고 나름 준비한 자기소개를 다시 한번 훑어보며 시간이 빨리 가기를 기다렸다. 나름 긴장을 많이해서 샌드위치를 다 먹지 못하고 반은 포장해서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서둘렀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마음은 계속 어딘가를 향해 재촉했다.


새로 지은 건물에 깔끔한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집과 멀지 않았고 회사 건물도 좋아보여서 느낌이 좋았다. 코로나 때문에 불편하긴 했지만 마스크를 벗고 면접이 진행되었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 하는건 어렵지 않지만 내가 잘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니 참 어색하게 웃으면서 질문에 경청했다.


면접관은 두명이었고 나의 이력서를 현장에서 처음 본 듯 했다. 다시 나의 이력서를 살펴보며 그때그때 이해되지 않은 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이력서도 처음이오, 면접 질문도 딱히 생각한 건 없어보였다. 그러다보니 내 경험을 얘기하고 질문에 답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내가 제일 잘 알테고 질문에 맞는 대답만 해주면 되는 상황이었다.


내가 면접 본 곳은 중소기업으로 이제 막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열정, 희생에 대해 어느정도 각오가 되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어차피 하던 일 그대로 하는 거라면 코로나 시국에 사람을 뽑을 일도 없을 것이고, 시도하고 성장하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것에 대해 선뜻 겁이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작하는 단계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면접 내내 조용히 긴장된 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연봉이면 일하겠냐라는 질문으로 면접을 마쳤다. 이전 직장에서는 직급에 맞게 연봉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따로 연봉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 N년차에는 어느 정도 받는다더라는 개념도 없었고 “최소한 얼마받으면 되겠어요” 라는 말에 나는 최소한이라고 했으니 정말 최소한이라고 이해해서 직전 연봉보다 낮은 금액을 말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연봉협상. 매년 몇프로도 올리기 어려운 이 상황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커리어를 높이는게 아니라 진짜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나중에 이 얘기를 동료들에게 했을때, 너무 창피했다. 순수함을 넘어서 멍청했다. 회사 울타리 안에서 한번도 고민해 본 적 없던 것들이 슬슬 드러나는 시점이기도 했다. 국민연금, 4대보험 해지 통보서가 이때쯤 날아왔던 것 같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업무적인 능력이 그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안맞는거 아닌가 걱정이 앞서고 면접 보면서 연봉은 생각 못했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말해야할지 막막했다. (연봉을 내 입으로 말한다는게 건방진건가 싶고 상대방에게 비호감이지 않을까... 내가 그 연봉만큼 얼마의 회사 매출을 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과는 생각보다 몇 시간뒤 전화로 통보받았다. 다른 지원자를 면접도 취소할 의향이 있는데 내일부터 출근 가능한지 물었다. 당장 내일 협력사 미팅에 나를 소개하는 자리를 갖게 해주겠다고 했다. 근로 조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당장 출근할 수 있냐 결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쉰지 오래된거 같은데 얼른 일해야되는 거 아니냐며 구직자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들기도 했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했다.


퇴사한지 이제 두달 째인데 벌써부터 이런 불안함에 시달려야 되나?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는 건 또 뭘까. 그럼 나를 채용해보고 자신들이 원하는 업무 능력에 미치지 못하면 나가라고 할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최종적으로 출근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끔 그때 알겠다고 하고 진짜 부딪혀보고 나올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면접 보다가 너무 지칠때..)


취업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직무 적합성에 부합해야 하고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구직자의 태도, 회사 사정에 따라 공석이 될 수도 있고 때를 놓치지 않고 지원도 해야한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나와 회사의 직무, 채용 기회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시점을 잘 맞춰야한다.


첫번째 면접에서 타이밍이 안맞았던 건, 아직은 내가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갑작스러운 채용 진행에 당황하고 의심이 들었다. 사람이 급하게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아르바이트생도 아닌데 너무 급하지 않을까. 또한 근로 조건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고 연봉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빨리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상대방의 심리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 부담스러웠다.


찝찝한 합격이었다.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되었고 ‘연봉협상’에 대해 배웠다. 면접은 많이 봐야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쉬면서 멘탈 깨질 일 없었던 나에게 신선한 긴장과 충격을 주었던 면접이었다. 왜 중소기업을 안가는지 다녀보면 안다는 후기를 종종 보았다. 가서 한두달만에 나올바에 제대로 취업준비 다시하자는 마음으로 빨리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또 다른 글, 면접 넋두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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