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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련작가 Oct 01. 2024

마음은 푹푹 날리고

참으로 운수가 좋았다. 비와 미세먼지와 습한 더위의 삼위일체 중 하나도 없는 화창한 날씨란, 요즘의 대한민국에서 드문 날이 돼서다. 이런 날은 하나의 목적의식이 생긴다. 푹푹 날리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러 가야지.


목적 달성을 위해 캠핑 의자 하나만 챙겨 호수공원을 찾았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여름 바람을 타고 공원을 떠다닌다. 나는 이 소리를 들으려 공원을 찾는다. 누군가의 분별없는 웃음소리는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분별없이 웃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삶의 문제를 잊고 道를 깨달은 이가 된다.


삶은 고(苦)다. 삶이 타자와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계는 부정적이다. 감각기관을 통해 일어나는 상념의 8할이 부정적인 까닭이다. 관계 속의 고(苦)는 사람으로 태어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삶은 고(孤)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완숙할수록, 상처받지 않으려 관계 맺기를 피한다. 그러면 외로움이 찾아온다.


고통과 외로움의 줄타기를 잠시나마 피하려면, 道의 토막을 체험하려면, 화창한 날씨에 물과 나무가 함께 있는 호수공원을 찾아 귀를 기울이면 된다. 고된 수행을 건너뛴 운수 좋은 각자(覺者)들이 내는 천뢰(天籟)가 푹푹 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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