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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Feb 26. 2024

ep7.

이름나지 않은 우리의 영화 같은 순간들


시덴을 타고 동네로 왔다.




정말 사람들이 이렇게 살 수 있었구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한국의 그 거리를 보고 자란 나는, 주거 환경의 생각이 꽉 막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리마다 아기자기한 주택들. 하늘색, 연두색, 연주황색 등, 각자의 개성대로 그러나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거리는 바둑판 식으로 한 블록 한 블록 도로도 잘 되어있었다. 거리는 깨끗했고,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횡단보도까지 걸어갈 거리가 멀었음에도 건너라고 기다렸다. 보행자 우선인 곳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운전자는 보행자 우선이며, 거대 기업이 공산품 만들듯 찍어내는 획일화된 아파트도 없으며, 비슷하게 있어봤자 10층 안 되는 딱 한 채의 건물. 그 건물들 마저도 모두 생김새가 달랐다.

더 예쁘게 살아갈 수 있었구나.




나의 꿈, 짱구네 집.

빨간 지붕 하얀 외벽이 딱 짱구네 집이었다.

나의 꿈을 실현시킨 이 집에서 기를 받아 간다.




걷고 걸어 도착한 타이야끼 가게.

우리 앞에 까마귀 두 마리가 줄을 서 있었고, 이후 일본 주민분들이 타이야끼를 대량 사 가신다.

친구는 커스터드, 나는 아즈키(팥).

주문을 할 때, 주인아주머니께 "아즈키 쿠다사이" 말하니까, 한 번에 알아들었다는 듯 웃으면서 메뉴를 준비해 주셨다. 아마 일본에서 가장 원활한 소통이었다.




타이야끼와 아이스크림.

먹다가 눈이 내렸다. 눈의 결정도 함께 먹는다.

아이스크림이 특히나 부드럽고 새하얀 맛이었다.

타이야끼도 바삭하며 쫄깃. 여기서 먹은 팥은 인생 팥이다.

알이 살아있는 거친 팥에 많이 달지 않다.

친구도 칭찬한 타이야끼 맛집.




서서히 내리는가 싶었다.

눈은 점차 거세진다. 얼굴에 뚫린 구멍이란 구멍에는 다 들어가서 할 수 없이 시덴을 타고 숙소로 간다.

코와 입을 막는 눈들에 숨 막힐 정도였지만, 그만큼 볼 때는 아름다웠다.

소복이 쌓이는 눈들, 30분 정도 내렸다가 금방 그친다. 순식간에 많이 내리는 눈을 보고, 이곳이 왜 키만 한 눈들이 쌓일 수밖에 없는지 깨달았다.




마을버스 마냥 익숙해진 시덴.

이곳 시단에는 여행객이 1도 없었다.




눈이 와도, 오는 길에 당고는 꼭 먹어야 한다며 세이코 마트에서 구매.

미타라시 당고와 깨 당고.

친구 왈, "스시 간장에 설탕 넣은 맛" 미타라시는 딱 그 맛이었고, 맛있었다.

하지만 깨는... 맛있는 듯 하지만 뭔가 떡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떡과 다르게 쭈욱 늘어나는 식감. 한국보다 맛있는 떡이다.




요 떡은 백 년 집이라는 일본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동네 떡집에서 구매했다.

우리가 가기 전, 가게에서 거대한 카메라 한 대가 나왔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온 것이었다.

방송국 사람들이 나오고 우리가 들어갔다.

할머님은 친절하셨고, 내가 여쭙는 질문에도 인자한 미소로 답하셨다.

이곳은 또 오고 싶다. 할머님을 뵈러.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근처 카페로 나온다.

스무치 커피 스탠드.

나는 소이라테, 친구는 사과주스. 그러나 시판 사과주스가 나와 우리 모두 적잖이 당황했다. 음료는 평범했고, 여느 감성 카페스러웠다. 사장님은 홍대 있을 법했고, 동네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었다. 음료에 조금 실망했지만, 같이 있는 한,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여행에 대한 느낀 점들을 이곳에서 모두 풀어본다.




그리고 일본의 다이소 백엔샵에 들렀다.

아주 개미지옥인 곳이라, 쇼핑만 2시간 가까이했고, 두둑이 들고 나온다.

신기한 간식들이 많았고, 유자 소금, 캐비아 크래커 등등.

그것과 함께 나는 일본어가 쓰인 귀여운 노트를 구매했다.

이 노트에 또 다른 꿈을 그려서 이뤄나가기를 바라면서.

다음에 또 삿포로에 왔을 때는, 내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사 와야겠다.




2시간의 쇼핑은 역시나 지친다.

고픈 배에 라멘을 먹으러 떠난다.

가는 길, 누군가의 손자국.

그러나 뭔가 이상한 것이 손가락이 4개.

우리는 왹져의 흔적이라며 농담을 한다.




사람 키만 한 눈들이 여기저기. 

눈이 녹아 구정물과 섞여 더러워 보일지라도, 아스팔트 바닥보다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 예뻤다.




라멘 고죠겐 본점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

거의 대부분 일본 분들이 오셨던 곳.

직원은 3명.  이곳에서 등 지방 미소라멘을 시켰다.




라멘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바쁜 와중에도 보셨는지,

직원분께서 카메라를 달라며 사진도 찍어주셨다.

웃음을 잃지 않으며, 좋은 식사를 대접받는 기분.

손님 한 명 한 명 챙겨주는 분위기.




숙소로 가는 길. 어두컴컴해진 골목길을 걷는다.

나카지마의 골목은 번화가가 아니다.

들리는 소리는 아주 소수의 일본 말.

동네였다.

동네여서 우리는 우리에게 더 집중했다.

나는 친구에게 어린아이처럼 놀리며 장난을 쳤고,

지나가는 길에 보인 사람 없는 휠체어에 쌓인 눈이

사람인 줄 알고, 같이 식겁하며 놀라고 웃고.

가는 길 들른 로손에서는 친구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더니,

어떤 술 취한 일본 아주머니가 친구를 편의점 안으로 데려다 놨다.

그리고선 그 아주머니는 놀랍도록 빠르게 편의점에서 벌써 멀리 나가시고 계셨다.

여행은 관광보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놓고 다시 살아보는 것이었다.







우리의 마지막 야식.





야식과 이야기가 방 안에 온기를 더하고, 마지막 날을 계획한다. 아쉬움과 아쉬움이 쌓인다.

그렇게 3일 차의 밤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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