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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Feb 29. 2024

end

집으로 돌아왔다


삿포로에서 서울로,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은 여행의 여운으로 꽤 힘겨운 날들이었다.

마법 같고 동화 같던 날들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날 탔던 시덴, 편의점 등이 아직도 선명했다.

꿈속에서는 여전히 삿포로를 꿈꾸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삿포로에서 경험한 것들을 일상에서 조금씩 다시 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소품들이 방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했던 에어비앤비.

그곳을 따라 엽서들로 벽면을 꾸며본다.




기념품으로 사 온 간식들로 잊었던 취미인 티타임을 다시 시작해 본다.

미디어는 모두 꺼두고, 창 밖을 바라보며 빵 한 입, 음료 한 모금. 이후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입이 심심하면, 딸기맛 초코비를 한 알씩 먹으며 다 큰 성인이 6살 어린아이였던 때를 떠올린다.




후리카케로 직접 밥도 만들어 먹고,




달라진 모든 환경에 다시 적응한다.




얼마 전, 하룻밤 사이 눈이 펑펑 내렸다.

자고 일어나 창 밖을 봤을 때, 온 세상이 하얘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줄 알았다.

난잡한 거리의 간판과 건물들, 칙칙한 콘크리트들이 순수한 눈으로 뒤덮여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해외여행 가면 찾던 동네 식당.

한국에 와서도 인스타감성 말고 동네 주민들이 찾는 식당을 가본다. 정겹고 친근한 공간.




여행을 다녀오면 엉클어져 있던 내 모든 것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삿포로 이후, 그전에는 일상에 지쳐 애써 눈 감고 있던 욕심, 삶에 대한 욕구 등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예쁜 쓰레기들을 구매해서 애써 집을 꾸미고 사는 것, 한 번 밥을 먹을 때에도 귀찮아 대충 때우는 것이 아닌, 테이블매트를 깔고 직접 조리해 먹는 것. 지쳐 지우고 살았던 삶의 다채로움을 깨우며 살기로 했다.


여행동안 휴대폰은 길 찾기, 번역기, 문자 정도의 역할뿐이었다. 

그랬을 때, 눈은 살아있는 세상을 향했고, 살아있는 정보와 모습들, 그리고 작고 귀여운 거리의 모습들이 보였다. 미디어로 점 칠 되어있던 나는 필요하고 궁금한 정보가 아니라면, 읽지 않기로 한다. 숨을 쉴 수 있는 따뜻한 곳은 미디어가 아닌 이곳이었다.


샛길로 빠져 이상한 곳을 걷던 나는 삿포로의 눈을 맞고 다시 제자리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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