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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Feb 26. 2024

ep6.

주민이 되어서 아침을 보내면



오하요-고자이마스.

다시 아침,

거리로 나간다.

이곳 나카지마는 스스키노 번화가와 다르게 조용하다.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곳.

절로 마음은 편안해진다.




걷다 마주한 동네 작은 놀이터.

아기가 엄마 손 꼭 붙잡고 미끄럼틀을 타고 갔고, 나도 따라 들어갔지만 푹푹 빠지는 발에 당황스러움을 안고 서둘러 빠져나온다.


이곳에서 우리는 별다른 오락 없이도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 해맑음은 눈을 닮았다.





나카지마 공원.

공원의 강이 얼고, 눈이 그 위를 덮었다.

길이 어딘지 강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잠시 정자 같은 곳에 앉아 풍경을 감상한다.

가져온 빵과 우유를 꺼낸다.

초코빵과 우유를 먹으며 잠시 시간 위에 머문다.




주민인 듯, 여유로운 시간.

가만히 앉아 멍을 때리고, 빵과 우유를 아침으로 먹고.

그러고 있다 보니 옆에 참새가 다가온다.

우리나라보다 더 작고 작은 참새.

빵 부스러기 조금 떼어다 준다.

추운 겨울, 우리 같이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건넨다.




혼자서도 꺄르르 웃으며 노는 아이.

역시 눈은 순수한 사람을 거짓 없이 더 순수하게 만들었다.




3일 차 아침.

공원에서 늘 해왔던 산책을 한다. 

산책이라는 행위도 하늘과 땅 모두 하얀 곳에서 하니 새로울 뿐이다.




마법 같고 동화 같은 나카지마의 눈 쌓인 공원.

거리는 얼고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걷는 게 두 배는 힘들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는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공원에서 지하철을 타고 니조시장으로.

친구가 "눈에 별이 있네, 이제 나도 저렇게 그려야겠다."라고 말한다.

이에 나는 "눈에 달과 별, 밤하늘이 있구나"라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 안 빵집!

친근하다. 스무 살 첫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곳은 더 위생적이고, 매장에 문도 있어 따뜻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이 더 낫구나.

파는 메뉴도 비슷하다. 모카 번과 단팥 등.



털게가 유명한 니조시장.

모형 같은 털게들이 정말 많다.

시장답게 왁자지껄하다.




시장에서 다누키코지로 가는 길.

운하가 또 있다.

3일 차의 해는 더 강렬했다. 눈을 뜨기 힘들었고,

덕분에 눈앞에 흐르는 물의 윤슬은 보석 그 자체였다.




타코야끼.

몽글몽글한 반죽에 커다란 문어 한 알.

너무 뜨거워 입천장은 다 데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친구와 나는 일본의 타코야끼를 먹고, 우리나라 타코야끼는 그냥 문어 맛 빵이었다며 일본 타코야끼를 칭찬했다.




스티커 사진.

찍고 나니 딱 인생 샷 생산.

뾰족하고 갸름한 턱에 눈은 왕방울.

재밌는 추억 하나 또 만든다.




거리의 까마귀.

일본의 까마귀는 정말 정말 컸다. 

날아갈 때 펼쳐진 날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까마귀로 변신한 유바바가 떠올랐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모습을 구경한다.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시내에서 재미나게 놀고, 남은 시간들은 우리들의 평범하고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다시, 숙소가 있는 한적한 동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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