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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Feb 23. 2024

ep5.

살아있는 동안 더 멋지고 기쁘게 살아가라고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걷다 보면, 운하에 도착한다. 걷는 길에 3번은 넘어졌고, 아픔보다 부끄러움, 그리고 웃음. 그저 해맑은 웃음이 나온다.






자연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

해가 일찍 지는 만큼, 가게들도 따라 문을 닫는다. 서둘러 들어간 카이센동 집.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오타루에 왔으니, 오타루 맥주.




첫 카이센동.

회 한 점, 한 점을 조심스레 집어서 입에 넣는다. 부드러운 우니와 쫄깃한 전복, 짭짤하며 톡톡 터지는 연어 알, 부드럽고 포근한 연어, 달달한 게살. 밑에 깔린 밥에도 간이 되어 조화롭다.


감자머리 꼬마가 매일 먹던 미소 장국. 

짱구가 부러웠다. 맛난 미소 장국을 매일 먹는다니. 짱구네 가족처럼 숟가락은 국을 먹을 때만,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카이센동 주인아주머니.

호탕하시며 정겹고 친절하셨다. 늘 웃는 얼굴과 미소로 직원들, 손님들을 대하신다. 우리도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간다. 




밤이 짙어졌다.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불빛이 예쁜 운하로 향한다.


어떤 야경보다 빛나는 곳.

동화 같았다. 낭만과 낭만을 걸었다. 그냥 살아있어서 사는 게 아니라,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더 멋지고 예쁘게,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그렇게 선물을 거리마다 두는 오타루였다.




쌓인 눈도 그냥 두지 않는 오타루.

녹은 눈사람처럼 얼굴을 만들어 온기를 더한다.




하트.

혼자 오신 외국인 여행객의 사진도 찍어주고,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잘 찍었어?" 하며 신나게 내려오던 중, 꽝.

엉덩방아를 찧었고, 사람은 많았고... 창피함에 그저 친구와 웃을 뿐...





아침 일찍부터 늦게까지 걸어 다니니 지쳤다. 그런 오늘 숙소를 옮기는 날.

남은 두 밤은 일본 가정집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삿포로 시내를 한 바퀴 도는 귀여운 노면 전차, 시덴을 탄다.

"토마리마스" 멈춥니다를 누르고 나카지마코엔에서 내린다.




남은 밤을 살아갈 집.

한적한 동네 쪽으로 오니, 여행객은 한 명도 없고, 거리는 어둡고 조용했다. 30분 전만 해도 관광지의 북적거림과 화려함 속에 있다 오니 여행이 잘 흘러가려나 하는 의심도 든다. 주택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눈 쌓인 미끄럽고 울퉁불퉁한 거리를 걸어 힘겹게 숙소를 찾았고, 열쇠가 어딨는지 몰라 에어비앤비 사기를 당했나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멘털이 흔들리는 여러 상황이 겹치니 나는 또 조급해지고, 상황판단이 흐려졌을 때, 옆에서 친구는 차분히 열쇠를 찾아준다.




사진과 달라 조금은 당황. 적어도 방 하나쯤은 있는 줄 알았던 사진과 달리, 방 한 칸에 커다란 창문, 부엌, tv와 작은 테이블이 끝이었다. 남은 시간을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호텔의 깔끔함과 쾌적함이 그리워졌다.




부족한 것을 없을까, 숙소 이곳저곳을 관찰한다.

만화 <짱구는 못 말려> 속 봉미선이 아침을 준비하며 쓰던 가스레인지가 있었고, 부엌 옆에 걸린 아기자기한 행주. 살던 집이라 각종 요리도구들과 심지어 요가매트까지 있을 건 다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난방시스템.

보일러 아니고, 난생처음 써보는 난로. 자는 동안 혹여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또, 따뜻할까 싶었지만, 방 전체를 모두 따습게 했던 난로.





오늘의 야식.

닛신 커리와 편의점 오뎅. 편의점 오뎅에는 한펜과 모찌가 들어간 유부주머니, 그리고 치쿠와, 무를 담았다. 야식을 사러 세븐일레븐에 갔을 때, 직원분은 활짝 웃는 얼굴로 짧은 일본어에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아도 당황 않고 친절하셨다. 꼭 짱구가 좋아하던 이슬이 누나를 닮았던 분.


처음 느끼는 맛.

구름을 먹고 걷는 기분의 한펜, 가쓰오부시 향의 국물을 머금은 무, 찐득하게 늘어나는 모찌. 일본 스러운 저녁이다.




포근한 음식과 TV에서 나오는 SBS MTV. 주로 옛날 음악들이 나와 추억이야기를 하며 삿포로에서의 2일 차 밤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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