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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Feb 14. 2024

ep1.

계획이 파괴된 상황들


2月 7日

여행의 설렘은 꽤나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혹시나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 여행의 설렘과 동시에 걱정도 한가득.

여러 상황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2주 전부터 이미 진이 빠져버렸다.

불안은 압박이 되고 더더, 더 많은 정보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되었다.




2시간 전 도착해 셀프 수화물을 부치고 kt 로밍에그를 대여했다.

공항은 넘쳐나는 사람들과 일본으로 가기 전의 걱정과 설렘의 양이 비례했다.

부디 괜찮은 여행이 되기를.





다행히 무사히 탑승.

비행하는 2시간 동안 게임도, 영상도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며, 나의 선택을 하며 서서히 나는 내가 되어 홋카이도로 향한다.





나에게 여행은 쇼핑도 관광도 아니다.

여행이 나에게는 사람과 땅과 자연과 만나는 일.

2주 전부터 공부한 일본어로 대화할 상상, 어떤 사람들과 만날지, 어떤 이야기를 만날지 상상하며

바다를 건너 삿포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2月 8日

홋카이도 도착.

입국 심사를 할때, 여권과 얼굴 인증을 하는데 직원분은 나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업무의 피곤함이 보였다. 그의 피곤함은 우리들의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설렘을 주는 만큼, 그분도 많은 즐거운 일이 있으시길!




공항에서 삿포로역.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짐은 나오는 데 1시간이 걸렸고,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도 아닌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일본 땅을, 삿포로의 바깥바람을 마시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JR 열차의 문이 열린다. 밖으로 설경이 보인다.

홋카이도구나.

추운 바람은 상쾌했다. 칙칙한 콘크리트 바닥보다 새하얀 눈이 세상을 덮고 있던,

홋카이도의 첫인상.





삿포로역.

잠시 내려 환전한 엔화를 출금하러 ATM을 찾으러 간다.

지하철이 너무 익숙했을까, 서울역 같은 삿포로역에 길을 빨리 찾지 못하는 내게 실망을 한다.

짐 찾는데 1시간이 날아갔고, 캐리어는 무겁다.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인데, 그래서 더 즐겁기만 하고 싶은데, 

마음을 휘갈기는 감정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짜증을 냈고 그럼에도 친구는 곁에서 묵묵히 해결책을 찾아준다.




길은 모르고, 역사 안은 너무 넓고, 답이 보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스트레스였다.

답답함에 호객행위 중인 일본 아저씨에게 파파고 번역을 보여드린다.

"스스키노에끼..." 짧은 단어 하나 내뱉으니 아저씨께서는 "~~~, 업프" 

말과 손짓으로 알려주셨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인사를 전한 후, 그분을 믿고 걸어간다.




스스키노역.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어쨌든 도착!

모든 건물이 일본어로 되어있고, 로손이 보이며, 번화한 도심에 대관람차가 우뚝 서있다.

드디어 삿포로에 왔구나.




호텔 체크인.

"첵쿠인 오네가이시마스" 배운 회화를 처음 써본다.

충분히 연습했음에도 낯섦과 새로움의 떨림은 나를 일본어도, 영어도, 한국어도 되지 않는

옹알이를 하게 만들었지만,

체크인을 무사히 마치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이 한마디는 뚜렷하게 하고 간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 첫 '유키마츠리' 삿포로 눈 축제를 즐기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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