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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Feb 20. 2024

ep2.

공기 중에 떠다니는 기쁨


유키마츠리




얼음을 얼음으로 두지 않는다.

땀과 노력으로 예쁘게 다듬어 눈에 즐거움을 선물한다.

조각의 섬세함과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얼음들.




카메라는 잠시 꺼두고, 거리의 추위를 녹이는 사람들과 축제에 빠져들고.

얼음조각과 나와 친구와 이 순간을 즐겨본다.


어느 거리에서는 "유키 마츠리"를 외치며 포토존에서의 사진을 찍는다.

또 어느 거리에서는 얼음을 만져보기도 하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미소시루를 먹으며 걷기도 한다.




우리도 출출함에 거리의 음식들을 뚫어져라 찾아본다.

"크레페다!" 

빵순이들의 삿포로 첫 음식은, 크레페.


서둘러 가게 안으로 문 열고 들어갔더니, "오다 디스" 다시 가게 밖을 가리키는 갈색 앞머리의 맑눈광을 가진 직원분. 밖으로 나가 찬찬히 메뉴를 후 주문한다.


"고레 히토츠, 카도 데키마스카?"

짧게 독학한 일본어를 써본다. 이제 한글을 떼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신난다.




즉흥으로 찾아간 크레페 집.

타피오카를 사용해 쫄깃한 식감과 맛, 재미를 모두 갖췄다.

쫀득하게 입을 따라오는 크레페에 맞춰 얼음 조각 하나하나에 눈도장을 찍는다.

귀엽고 멋지고 훌륭한 작품들.

달콤함과 함께 유키마츠리 속에 존재한다.






다누키코지

가챠샵, 음식점, 그리고 신난 여행객들.

우리는 다누키코지를 지나 눈 조각들이 있는 오도리로 향한다.





삿포로의 눈.

눈의 하얌은 어린아이의 마음 같아서,

눈앞에서 우리는 생각 없이 서로에게 장난을 친다.

손에 닿아 차가워지고 곧 체온에 녹아 순수함을 입는다.





JR 타워와 오도리 공원

축제는 많은 사람들과 이 공간에 있는 그 자체를 행복함으로 만들었다.

다들 웃고 있으며, 기쁨이 공기 중에 떠다닌다.





여러 얼굴의 눈들을 본다.

"이거 너 닮았다"

"에? 도대체 어디가...?"

닮든 닮지 않든, 웃긴 조각상이 나오면 서롤 닮았다며 장난을 친다.








하얀 천과 조명과 음악.

단 세 개만으로 환상 속 공간이 조성되었다.

직사각형의 흰 천들이 바람 따라 휘날리고, 신비로운 색의 조명과 음악이 그 위를 장식한다.




눈과 축제는 모두를 어린 시절로 돌려놓는 게 분명했다.




한 걸음마다 주머니 속 과자를 꺼내 먹던 어린아이도, 카메라를 들고 서로를 찍어주는 연인도, 온몸을 방한용품으로 감싼 어른들도, 이곳에선 모두 순수한 미소를 띠며 여기저기 헤집고 다닌다.




축제엔 길거리 음식.


"고레 히토츠"

"하-이"


삿포로 맥주와 야끼소바를 주문한다.

맥주는 컵을 따라 아주 가득 담긴다.

샤기컷 헤어의 직원분.

엄청나게 사교적이며 친절하신 그분은, 우리 주문 전에 있던 손님과는 위스키 한 잔을 하고 계셨다. 다음 손님으로 우리가 왔을 때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음식을 받고 가려던 우릴 붙잡고 휴지도 넉넉히 챙겨주신다.


처음 먹어본 야끼소바와 삿포로 맥주.

여행과 축제를 가득 채운다.




깊어가는 밤, 유키마츠리는 여전히 기쁨으로 밝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간다.




스프카레 락쿄.

"삿포로는 스프카레가 유명하대, 이거 먹으러 갈래?"

가장 유명하던 스프카레 집의 웨이팅을 걸어놓고 걷던 중, 휴대폰 화면에 뜬 '대기 번호 없음'.

갑자기 사라진 우리의 대기 번호.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근처 스프카레 집을 찾는다.

 



오히려 좋았던 하루의 흐름.

백화점 10층에 위치한 식당 덕에 JR 타워가, 유키마츠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던 일들은 예상 못한 상황 속에 우리를 놓았다.




안경 쓰신 직원분이 주문을 하려는 우리 옆으로 오셨다.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으신다. "고레...(히토츠)....ㅇ.." 일본어도, 한국어도, 영어도 당황스러움에 사라졌다. 옹알이를 하며 어찌어찌 주문을 마치고, 처음 맛본 스프카레. 인도 카레스럽면서도 향신료 향이 강하지 않고 칼칼해 한국인 입맛에 딱이었다. 귀여운 야채들도 하나하나 맛보며, 창 밖 눈축제와 JR타워를 보며, 여행이 시작됨을 다시 되새겨 본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곳은 편안했고,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친절함은 삿포로의 밤을 멋지게 장식했다.




먹은 후 계산을 하러 간다. 아까 그 직원분께 친구가 먼저 '베쯔'라는 단어와 어리숙한 말을 했고, 그 정도면 훌륭하다는 뉘앙스와 엄지를 치켜올리시는 직원. 다음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긴장했다. '또 말을 거시면, 나는 모르는데...' 역시나. 

"~~~마스까?" 

- "에?"

"~~~까?"

- "에?'

웃음으로 마무리 됐지만 무슨 말을 하셨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분의 친절함에 손님 이상의 특별한 사람이 된 듯했고, 그 밤은 더욱 특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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