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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Feb 21. 2024

ep3.

여행은 나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일




일본 자판기.

똑같은 자판기에 다른 글자와 음료.




'삿포로에 가면 꼭 먹어야 할 ㅇㅇㅇ' 

을 무시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고른다. 이렇게 하면 맛의 실패확률은 높아지나, 나만의 여행은 확실해졌다.




메가 돈키

해외에 오면 꼭 하고 싶던 일. 그 지역의 마트를 가보는 것.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장을 보는 것.

여행객인 나는 기념품 위주로 구매하지만, 일본인인 그들은 여유롭게 하나하나 신중히 장을 본다.

그들 옆을 지날 때, 부러웠다. 이곳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졌다.




홋카이도 유바리메론 아이스크림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는다.




경험했음 그만이지.

예쁜 노란색에 유바리 메론 맛. 한입 먹었을 때, 친구와 나 모두 깜짝 놀랐다.

메로나의 아주 살짝 상위 버전...




외국에서 또 하고 싶던 일. 그 나라의 일상적인 TV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것.

출연자가 프랑스인에게 요리를 해주는 내용의 예능. 우리나라와 비슷한 흐름에 그리고 유머 코드에 풋웃음이 나오며 포근해졌다. 과장스러운 몸짓과 표정, 그는 꼭 우리나라 강호동 님이 떠올랐다.




세이코 마트, 빵집 동구리, 로손에서 사 온 음식들은 내일 먹기로.

피곤함에 지친 우리는 서둘러 씻고 잠을 청한다. 어릴 때와 다르게, 여행에서 밤새는 일은 설렘보다 컨디션 난조로 이어졌다. 신체의 시간이 쌓이고,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된다.


여행 1일 차.

삿포로 도착과 유키마츠리, 다누키코지, 스프카레, 메가 돈키 등. 많은 곳을 다니고 경험했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ATM을 찾고, 올바른 지하철을 찾기 위해 지연된 시간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 와도 현지에 와서 빠르게 해결하지 못한 나. 예상하지 못하고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조급해지며 감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럴 때, 다른 성향의 즉흥적인 친구는 그저 묵묵히, 천천히 해결에 집중하며 행동한다. 친구에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 부끄럽고 미안했다. 1일 차의 밤에 솔직한 마음을 서로에게 전하며, 친구에게 배운다.





다음날 아침이 열렸다.

커튼을 열고 바라본 건물의 글자가 일본어.

눈은 여전히 높게 쌓여 있다.





친구보다 먼저 일어나 창 밖 멍을 때린다.

까마귀도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전 날 사 온 음식들로 여는 아침.

깡 소리를 내며 설탕 코팅을 깨고 크림브륄레를 먹는다. 사르르 녹는 우유맛 푸딩은 입을 스치고 사라진다. 폭신한 빵들은 허기진 위를 채운다.




니카상 오하요-.

여행 2일 차, 우리는 바닷가 마을 오타루로 향한다.




익숙해도 다른 곳.

오타루로 가기 위해서는 JR 쾌속에어포트를 타야 한다. 그러나 삿포로역에서 출발하는 눈앞에 있는 열차가 쾌속인지, 오타루로 가는 것인지 전광판을 봐도 불안하다. 옆에 계시던 역무원 할아버지께 여쭤본다.

"미나미 오타루 에끼..." 손짓으로는 열차를 가리키고, 짧은 한마디 내뱉었을 때, 그분께서 다음 걸 타라고 알려주셨다.

한 5분 기다렸을 까, 다음 열차가 오고, 열차 기장님들끼리 서로 교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 기장과 역무원들의 커다란 근무복과 모자, 들려오는 일본어. 추운 지역임을 실감케 하는 얼음이 다닥다닥 붙은 열차. 

열차에 모든 사람이 빠지고 난 후, 그 역무원 할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다시 와 이거 타라고 말씀해 주신다. 지나가는 한 명의 관광객에게 주신 친절함은 동네 친한 어르신이 챙겨주시는 따뜻함이었다. 




마음을 놓으면,

사람 엄청 많은 열차에 앉아서 가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열차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른쪽에 앉아야 바다가 보인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우선 자리가 보일 때, 앉고 봤더니 오른쪽 창가석. 시작이 좋다. 




눈과 바다가 함께 보인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인위적이지 않다. 넓은 바다를 건너는 열차는 경험하지 못한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온 세상이 하얗다. 눈을 현혹하는 강렬한 색은 없다. 건물들은 눈의 흰색과 어울렸고, 우리들은 그 속에 있었다.




높은 건물이 아닌 단란해 보이는 집들. 증기기관차의 소리를 내며 오고 가는 열차들. 소리, 색감, 구도 모든 것이 동화 같은 곳.





키보다 높게 쌓였다. 덕분에 매연을 뿜는 차들이 보이지 않는다. 나에겐 신기한 눈의 마법이 주민들에게는 일상적 불편함일까,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오타루의 고등학교.

고등학교 바닥 타일이 같다. 같아서 교복 입고 뛰어다니던 그날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추억에 잠겨있을 때, 학창 시절을 부러워할 때 즘, 책가방을 멘 학생을 봤다. 눈이 가득한 이곳에서 자란 그 아이는 도시에서 자란 우리보다 더 많은 추억을 기억할까? 더 많은 순수함이었을까? 

아마도 우리보다 더 깨끗한 필터를 꼈을 거야.


눈 속 단란한 마을을 걷고 걸어 유명한 오타루 운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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