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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성찰'상(+내용추가)+요즘뜨는브런치북3위선정!

수상자는 모블랙 작가님이십니다!

by 회색토끼

본 회차에는 수상자 님이 직접 선정하신, 어울리는 BGM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함께 감상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Tx-FwthcHBU?si=Mck-KwL_WIR50PtG


두구두구.



올해의 성찰상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글을 쓴 공이 지대하여 이 상을 수여함.




Q. 올해의 성찰상을 받게 되었다. 소감은?

일단 상을 받게 되어 반갑습니다. 올해의 성찰상이라는 타이틀도 굉장히 사려깊어요. 연락을 기대 안했다면… 거짓말이죠. (저 상 안 주시면 삐질 뻔!)


그만의 위트가 느껴지는 포문이었다.


Q. 첫 브런치북 《나답게사는삶》은 애초에 10부작으로 기획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있는지?

7년 전, 그때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사표내고 남미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뒤 사표철회하고 힘든 시기를 겪던 때였죠. 탈출구는 글이다! 라고 생각했는데…막상 브런치 작가 합격하고나서는 방치해둔 채 살았습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다가 우연히 올해 1월 미국여행기를 브런치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더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대망의 4월 어느 날, 《나답게사는삶》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그냥 술술 써졌어요. 이미 숙성된 것처럼. 그렇게 아무 계획 없이 본능적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매 회차 쉽지 않았어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면서도 독자적인 세계관과 철학관을 구축해야했거든요. 10부작쯤 쓰니까,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더 쓴다면 억지로 쥐어짜는 것 뿐이겠구나, 싶어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정확하게 자신의 브런치북 매력을 짚어냈다. 나의 이야기이되 독자적인 세계관과 철학관을 구축하는 것.


제일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7화였다.

https://brunch.co.kr/@more-black/95

서로 어떠한 공통점도 없는 사람들의 선의가 결국에는 연결되는 이야기의 구조가 기가 막혔다.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세계관에 응집되어있다. 그리고 키워드는 무려 《선의》로 귀결된다. 쉽지 않는 재치와 구상이었다.

인상적이어서 남편에게도 읽어보라고 할 정도였다.

매 회 기대하면서 글이 올라오길 기다렸는데 10화에 갑자기 완결이라고 해서 사실상 배신감을 느꼈다. 더 보고 싶은데.

뭐, 작가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매주 이런 식으로 새롭게 기획하고 철학관을 펼쳐나가게 구성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테니 십분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Q.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 없다면 좋아하는 책을 추천해도 좋다.

장류진 작가의 책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아요. 글쓰기도 제가 지향하는 스타일이고, 그녀의 삶도 내가 따라가고 싶은 발자취와 유사합니다. 내가 동경하는 작가이자, 따라잡고 싶은 목표라고 볼 수있죠 . 아직 장류진 작가의 글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가 계시다면 입문작으로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추천합니다. 그녀의 신춘문예 등단 작품도 포함된 단편 소설집 모음이에요.


사실 내가 그를 추종하게 된 것도 문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글은 잘 깎은 다비드 상 같았다. 빈틈이 없고 군더더기가 없다. 김훈의 문체와 비슷했다. 그런데 조금 더 부드러운 김훈?이라고 표현하면 제일 비슷할 것 같다. 가끔 내가 글을 쓸 때 나도 모르게 장황해지거나 미사여구를 붙일 때가 있는데 그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맺고 끊음이 확실했다. 그 지점이 좋았다. 멋있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사람은 남자구나!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어떤 작가의 영향을 받았는지 알고 싶었다. 내 느낌대로 김훈에게 영감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틀렸다. 나만의 문체를 만들고 싶을 때, 좋아하는 문체의 작가를 파는 것은 도움이 된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나의 질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따르는 작가님을 알려주셨다. 이렇게 영업 비밀을 알려주다니! 역시 김훈보다는 문장이 조금 부드럽다고 느꼈는데 여성 작가님을 따르다보니 그런 듯했다.


Q. 가봤던 여행지 중에서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베를린. 출장으로 간 김에 며칠 돌아다녔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일단 도시 전체가 예술이 살아 숨쉬고, 사람들이 개방적인 도시였거든요. 더군다나 분단시절의 아픔과, 그 아픔을 이겨낸 역사를 도시 곳곳에 잘 보전해놔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느끼는 바가 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념의 대립과 어울려 사는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또 가고 싶은 여행지를 묻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최고의 여행지는 아무래도 식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의외로 베를린이라고 하여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독일은 노잼국가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Q. 요즘 글쓰기 고민이 있다면?

가독성이 높은 글을 쓰기. 모바일로 쓰고 모바일로 읽기 좋은 글을 쓰자는 목표가 있습니다. 브런치는 많을때는 거의 일주일에 만개 가까운 글이 발행된다는 걸 아시나요? 1분당 하나 꼴이죠. 글의 홍수 속에서, 아무리 깊게 쓴들 안 읽히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메시지를 조금 더 압축하고, 직관적으로 재해석해서 모바일로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분량이 짧아요. 그게 새로 쓰는 브런치북이에요. 새 브런치 북은 모두 모바일로만 쓰고 있습니다. 쓱쓱 읽히는 글, 깊게 읽을만한 글 모두 다 잡고싶습니다.


어쩐지, 그의 글은 초창기 글보다 다소 가벼워졌다. 아니, 그러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 짧고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깊게 읽히기는 쉽지 않은데 그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애쓰시는 것 같다. 나도 가끔은 모바일로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주로 매거진 작성할 때) 모바일로 쓸 때는 쓰는 즉시 발행했을 때 화면과 유사하기 때문에 가독성 있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짧아야 가독성이 좋을까? 에 대해선 의문이다. 그의 필력이라면 만 자의 글자가 있어도 백 자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Q. 《삶을 닮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을 은근슬쩍 휴재한 이유는?

앗…날카로우신데요? 아무도 기억 못할 줄 알았어요. 사실 《나답게사는삶》의 후속작으로 기획한 시리즈이긴 합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약간은 난처해 하는 것 같아서 글을 쓰면서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살짝 옆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실화를 써봤던 사람으로서 그의 고민이 공감되었다.


그러던 중 고향집에서 대학교때 쓰던 외장하드를 찾게 됩니다. 글로 남기지 못한 여행사진이 잔뜩 들어있더라고요. 오...이게 웬 떡이지? 기억+상상으로 새로운 팩션의 여행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원래는 두 개 동시에 쓰려고 했지만 더 마음이 가는 쪽이 여행기더라고요. 아쉬운 건 성찰적인 메세지를 닮은 에세이를 좋아하던 독자(작가)들이 떠났습니다. 뭐든 다 취할 순 없는거니까 받아들여야겠죠.


(저…저는 안 떠났습니다! 저는 뭘 쓰시든 충성충성독자입니다! )

그가 말은 이렇게 해도 항상 연재요일 라이킷 1위를 달성하고 있는 인기 작가이다.


Q. 요즘 연재물에는 글에 어울리는 노래를 함께 삽입하고 있다. 어울리는 노래는 어떻게 찾는지? 평소 좋아하던 곡들을 적당히 디제잉하는 것인지?

글을 쓰다보면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떠오릅니다. 반대로 음악을 듣다가 거기에 맞는 글을 쓰기도 하고요. 요즘은 제가 만든 플레이리스트로만 음악을 거의 듣는 것 같아요. 애플뮤직이 DJing 기능도 제공해 줘서 플리 만들 맛이 납니다.


어쩐지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글보다 음악을 짚어주어 더욱 감동한 눈치였다.


음악을 깊게 들은지는 오래됐어요. 예전에 재즈밴드를 할 때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생기면

allmusic.com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 사람이 영향을 받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까지 다 찾아서 앨범단위로 들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대학시절 재즈동아리에서 드럼 담당이었다고. 그의 반전 면모도 알 수 있었던 귀중한 질문이었다. 나이스!

https://brunch.co.kr/@more-black/134

나만 알게 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내 글이 발행되기 전에 먼저 재즈동아리 이야기를 올리셨다. 이렇게 성덕의 눈물 광광의 순간은 역사의 뒤안길로 흩어졌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싶은 글쓰기 장르가 있다면?

단연코 소설입니다. 작가로서 내 이야기를 하면서 글을 계속 써나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이야기라는게 한계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매번 다르게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메시지는 비슷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형식을 소설로 바꾸면, 뻔한 이야기라도 내러티브에 따라 얼마든지 매력적인 이야기가 됩니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글로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들이 에세이로 시작해서 결국 소설로 가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아주는 소설도 언젠가 꼭 브런치에서 볼 수 있기를.


Q. 모블랙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저에게 삶은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늘 목표와 성과에 쫓기는 인생을 살지만, 삶은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인간은 하루하루 밖에 없거든요. 이 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과거는 집착이고 미래는 불안이죠. 내가 스스로 정한 삶의 방식대로 하루하루를 사는 게 맞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살아야 할 이유같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모두가 우연히 태어났을 뿐이니까요. 우리는 의식의 세계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고, 그 과정 전체를 삶과 생명이라는 개념으로 치환해 인식하니 특별한 퀘스트가 있는 것 처럼 느끼는 것 같아요.

살 이유가 없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딱히 이 생에서 뭔가를 해야하는 의무같은 것이 애초에 없다고 생각하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자연의 세월에 비하면 한 인간의 생은 먼지와 찰나일 뿐인 걸요.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면서 살아도 됩니다. 책임만 잊지 않는다면.


내가 그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그는 가장 성심성의껏 답해주었다. 첫 브런치북 《나답게사는삶》부터 시작하여 《Mo'Black》까지 그의 연재물에는 언제나 삶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https://brunch.co.kr/@more-black/83

(그런 그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드러난 회차)


나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짧게는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정도라도. 성찰이라고 하니 거창하고 재미없을지 몰라도 그는 자신의 삶과 결부하여 진중하나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것이 그의 글이 가지는 매력이자 그 작가가 가진 능력이다. 역시, 성찰상 수상자답다. 오늘도 그의 답변은 허무주의에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경종을 울린다.

몇 번이고 그의 답변은 곱씹게 된다.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봐야지.



2026년 계획이 있다면?

일상의 회복이요. 사는게 너무너무 바빠서 이제 좀 여유를 찾고 싶습니다. 아침에 꾸준히 운동하고, 술자리 최대한 거절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작가로서는 소설책 한 권을 완성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ore-black/130

그는 글도 잘생겼는데 또 사랑꾼이다. 배가 아파서 큐레이션에서 뺐다가 뱀심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아내분과의 만남도 재미있다.

https://brunch.co.kr/@more-black/96

그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요 회차를 읽어보심 된다.

토끼 편집자가 재미 보장한다. 연애얘기 좀 많이 풀어줘보아요, 거 작가냥반!


이 글을 보고 있는 브런치 독자님들께 한마디?

제 글을 읽어주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께 감사하단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 글을 관통하는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모블랙 다운 삶'입니다. 그런데 모블랙 자리에 독자님 본인의 이름을 넣어도 똑같은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결국 한 사람이, 자신답게 거듭나는 이야기를, 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완성은 없습니다. 그저 조금씩 나아질 뿐.


상을 품에 안고, 마지막까지 진중함과 젠틀함을 잊지 않는 그의 뒷모습은 단단하기까지 하다. 내년에는 모블랙다운 소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Behind the Scene]

1. 모블랙 작가님께 아침에 제안 메일을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 1시간만에 질문 10개를 호로록 다 답변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답변만 분량만 벌써 5000자를 넘었습니다. 저의 큐레이션이 들어가야하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 자체가 이미 모블랙 작가님의 글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첨언이나 큐레이션보다도 작가님의 답변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저로 떠먹여주셔서 무한감사드립니다.


2. 본문에선 편집했지만 작가님의 답변 중에 인상적인 부분은 발췌해서 남기고자 합니다.



토끼님의 기획력과 실행력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우선 이 시리즈는 정말 한 작가를 꾸준히 팔로우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3. 드디어 궁금했던!! 모블랙 작가님과의 저의 접점도 인터뷰 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동문 사이라는 것을 쿄쿄쿄...! 확언받았습니다! 심증이 확증이 되는 순간~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번도 뵌 적 없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저에게 특별히 사진도 보내주셨었는데 정말 잘생기셨습니다! 괜히 저런 썸네일이 나온 게 아닙니다?

4. 많은 분들이 이 수상자 발표 순서에 대해 추측해주셨는데요...한 4화쯤에 정답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수상하신 분들께는 정답을 알려드렸습니다.

5. 다음 수상자는 누구일까요?

6. 요즘뜨는브런치북 3위에 올랐습니다. 순전히 댓글빨(?)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상식에 참가 중인 모든 작가님들 감사드립니다.

7. 수상 소회에 대해 답게시글을 바로 올려주셨습니다.

https://brunch.co.kr/@more-black/136

저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성찰상 수상자다운 답글이었습니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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