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는 마음의 온도 작가님이십니다!
다음 수상자를 만나보려 하는데 갑자기 심장박동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7~80 bpm이던 게 갑자기 100 bpm을 뛰어넘으며 심장이 아파왔다.
두구두구.
Q. 올해의 하트비트 상 수상 소감은?
Listen to my Heartbeat It's beating for you
Listen to my Heartbeat It's waiting for you
하트비트 노래 좋아하는 걸
또 어찌 아시고... 눈물광광...!
제가 다른 상도 아니고, 당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의미이기에, 넘치게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보! 딸! 엄마 상 받았어!!
Q. 글을 쓸 때 글감은 어디서 구하는지?
저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글감을 구합니다. 그냥 오늘 아침에 샤워하다 생긴 일, 마트 가는 길에 본 것들, 운동하러 가는 길에서 등 거의 반경 1km를 넘지 않을 거예요.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보내는 사이사이 “요거 글로 써야겠다.”하는 생각들이 생각나면 바로 노트나 핸드폰 생각폴더에 메모를 해 놓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어느 날 담당 기자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궁금한 점이 있어서 주신 전화로 이런저런 통화를 길게 했는데, 그 기자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작가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아이템으로 기사를 쓴다고. 그래서 신기하다고.”
저는 대단한 아이템을 소화시킬 위장도 없지만, 작고 소중한 것들이 좋습니다.
브런치에는 ~~ 온도라는 필명의 작가들이 많다. 처음의 ‘마음의 온도’란 필명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아니 또 온도야?’ 뭔 다들 온도에 꽂혔나. 그러다가 우연히 그녀의 글을 읽게 되면서 필명 따라 내 마음의 온도가 올라감을 느꼈다.
https://brunch.co.kr/@4e47e44198b5406/45
당시에 환승을 주제로 글을 써보기도 했고 이 사람도 숙제한 건가? 싶어서 봤다가 뒤통수를 씨게 맞았다. 열심히 그 남자를 상상하며 읽었는데 웬걸? 이별의 대상은 커피였다. 환승 연애의 주체는 담백하게 생수 씨. 우리가 흔히 보는 사물을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자연스럽게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됐다. 또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상상으로 독자를 즐겁게 해 줄까? 정말 우리가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모든 사물이 그녀에겐 가슴 뛰는 글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Q. 재치나 위트를 늘리고 싶은데 그 비결이 있다면?
저는 글을 쓸 때 등장하는 모든 사물을 의인화합니다.
예를 들어 노트북 옆에 마우스가 있다면, 그 마우스를 진짜 쥐나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시작을 해요. 그럼 모든 것들이 재미있어집니다. 걸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기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낮은 포복을 한다고 생각하면 왜 그럴까. 누구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기어가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상상을 확대해요.
자주 쓰이는 아이템은 휴대폰인데, 휴대폰이 징징 진동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거만하게 굴러오는 것 같기고 하고, 어떤 때는 삐쳐서 손을 뿌리치며 반대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글쓰기가 됩니다.
이쯤 되면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진다.
Q+1. 이 마이크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누구나 만지고 입김을 불어대는 마이크. 이 아이는 잃어버린 엄마를 찾고 있어요.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엄마의 숨소리. 사람들이 자기를 잡을 때마다 설레어요. 두근두근.. 전주부터 심장 바운스 바운스. 오늘은 술 취한 아줌마. 다음은 욕쟁이아줌마. 오늘도 아니네... 혹시 이번에는? 십 대 아이한테도 혹시 엄마일까 기대를 하는데 마이크에 대고 침만 오만 방울 투척하죠.
슬픈 마이크의 인생... 우리 엄만 어디 있을까?
마이크를 보고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아이를 떠올리는 작가님. 박수를 치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질문을 준비했던 이유는 내 최근 고민과도 결부되어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너는 상상력과 위트가 부족해! 그걸 공부하고 연마해야 해!” 작가님께서 좋은 방법을 알려주셨다. 나도 그녀처럼 재밌어졌으면 좋겠다.
또 토끼의 편집자 눈깔을 발동시켰던 회차가 있다면 다음과 같다.
https://brunch.co.kr/@4e47e44198b5406/54
나도 요가 수업을 많이 들어봤지만 자주 들어봤던 말,
“힘 빼세요.”
나는 동작하느라, 시키는 대로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갓작가인 그녀는 “힘 빼세요”라는 4마디에서 글 한 편을 탄생시킨다. 글을 쓸 때의 태도, 우리의 삶의 태도로 점점 아이디어가 확장되어 나간다. 이게 그녀의 글의 매력이다. 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 인사이트가 있고 글감이 있다. 다만 우리는 사물을 그저 사물 그 자체로만 보고 그냥 지나칠 뿐.
Q.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직업은? 그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은 3개입니다. 첫 번째는 방송작가, 두 번째는 광고회사를 운영하며 광고 카피라이터와 기획작가, 세 번째는 진짜 뜬금없지만 에스테틱 대표였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직업은 ‘방송작가’입니다.
돌이켜보면 방송작가로 일했던 시간들이 저에게는 가장 ‘순수’했던 것 같아요.
악의도 없었고, 저의도 없었고, 그냥 맡은 일을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는 게 재미있었고, 재미있는데 돈도 버니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저의 다소 전투적인 성향과도 제일 잘 맞았던 직업이기도 하고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투명’ 한 작업이었어요. 내가 열심히 긁어모은 아이템을, 가진 재주로 구성을 하고, 당당하게 시청자에게 선보여 채점을 받는 과정은 오해가 없어서 좋아했어요. 물론 사람들과의 협업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괴롭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물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가진 것치고 그녀는 교양프로 담당이었다는 오프 더레코드 사실!
작가님은 왠지 예능프로 작가였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게 다 막아놨대서 눈물토끼가 되었다는 건 안 비밀...★
Q.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어떤 신체적 시그널이 있었는지?
저는 태생적으로 추진력이 탑재되어 멈추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성격도 심하게 긍정적입니다. 그래서 어떤 상처가 생겨도 아프다고 앉아있지 않고, 사고가 터져도 방법을 찾으면 걱정이 에너지로 바뀌는 이상한 성격입니다.
작년 퇴사를 하기 1년 전부터 웃음이 안 나오더라고요. 웃어도 쓴웃음이랄까, 어색한 썩소를 지을 뿐. 웃지를 않았던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얼굴을 마주 보는데 웃음이 안 나온다는 게 슬펐어요. 개콘을 봐도, 좋아하는 쇼츠를 봐도 웃지를 못했어요.
늘 머릿속에 진하게 가스가 채워져 있는 기분, 입을 벌리면 독가스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출근을 할 때도 허공 위를 걷는 느낌이었고, 초점 없는 동태 눈동자로 일상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녀의 대답을 듣다 보니 내 마음이 아팠다. 내가 휴직하기 직전과 비슷했다. 독가스까진 아니었지만 살 맞은 것처럼 계속 아팠었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 왔던 것이다. 나는 소심하게 휴직했지만 그녀는 멋지게 퇴사했다. 치얼스!
Q. 도전하고 싶은 글쓰기 영역이 있다면?
소설 전공을 했고, 신춘문예에 여러 번 떨어진 이후 접었는데, 도전하고 싶은 글쓰기 영역이라면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는 너무 어렵고요. 그런데 소설가로의 삶을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소설 읽는 건 너무 좋아해요. 여기까지 일뿐입니다.
세상에... 소설 전공이라니!? 그녀도 신춘문예에서 여러 번 고배를 마셨었다니!?! 작가로 등단하는 일은 참 쉽지 않은 일을 느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녀가 말아주는 따스한 소설 한 질 읽어보고 싶다.
Q. 신출귀몰하게 여러 작가들의 타 플랫폼 연재에 열심히 댓글을 달 수 있는 비결은?
주로 다 알림을 받고 움직이는 거라 신출귀몰은 아니고요.
저는 알림을 울리며 도착하는 글 소식은 거의 방문합니다. 바로 하기도 하고, 일이 있으면 늦게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읽고 댓글을 남기고 옵니다.
글은 그냥 한 번에 쭉 읽습니다. 그리고 읽은 느낌을 씁니다. 그게 다~ 예요^^
댓글에 대해서는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1. 마음
댓글은 마음이 없으면 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마음 없이는 움직여지지 않아요. 마음이 있으면 “아 이 작가님의 마음이 이렇겠구나. 이런 심정을 썼구나.”가 보입니다. 물론 아닐 때도 있겠지만, 저의 마음을 전하는 거예요. 솔직하게요.
2. 기브 앤 테이크
공개적인 플랫폼에 글을 발행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봐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자신이 발행한 글에 라이킷이 없기를, 댓글이 싫다는 분은 아마도 없을 거예요. 받고 싶으면 주어야겠지요. 다른 사람들 글방은 가지도 않고, 댓글 하나 전하지 않으면서, 자기 글에 관심을 주기 바라는 건 매너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댓글도 라이킷도 기브 앤 테이크. 그리고 기브가 먼저입니다.
이 질문은 글보다도 작가님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발견되어 질문드려보았다. 내가 매일매일 알람처럼 귀찮게 해 드린 적 있지만 네이버 공모전에 나갔을 때 정말 장문의 댓글을 매일 써주셨다. 부탁드리는 내가 불쌍해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소위 작가님이 밀리의 서재에 연재 중인 소설도 나보다 늘 빠르게 댓글을 달고 계셨다. 본인의 글쓰기도 바쁠 텐데 동료 작가의 글쓰기도 응원해 주기 쉽지 않은데 존경스럽다. 게다가 그녀의 댓글은 정말 정성 가득하다.
실제로 작가님이 남겨주신 댓글의 한 예시.
당시에 44화까지 연재했는데 모든 회차를 이정도 분량으로 써주셨다. 작가님 댓글을 보면 내 글을 얼마나 진심으로 읽는지 알 수 있다. 매일 작가님 댓글 보는 맛에 연재했기에 내가 끝까지 한 달 넘는 장기 공모전에서 거의 매일 연재가 가능했던 것도 그녀의 역할이 컸다. 그녀의 댓글을 읽고 있노라면 쓰기 싫어도 쓰고 싶다. 작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열성 독자이시기도 하다. 뤼스풱!
Q. 마음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져 좌절하고 있는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화살을 나에게 돌리지 마시라!입니다.
이 대답을 들으니 그녀의 최근 연재물이 떠올랐다.
https://brunch.co.kr/@4e47e44198b5406/73
(제목만 보고 말싸움을 떠올렸다가 또 깊이 반성하게 만들었던 회차.)
나를 지켜주는 한 마디가 될 수 있는, 그건 니 생각이고!
세상이 짜증 나고, 옆에 사람이 밉고, 모든 게 싫어져도.. 나 자신에게 “나 때문이야”, “내가 왜 그랬지”, “그때 안 그랬으면”, “너 도대체 왜 그래” 같은 나에게 공격의 화살은 안 돌렸으면 합니다.
“괜찮아”, “우린 잘 될 거야”, “조금만 기다려보자 응?”
나의 심장을 안아주면서 한 마디만 나에게 전해주어도 영하로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흑흑 제 심장 좀 안아주세요…
Q. 본인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어구나 말이 있다면?
저는 총량의 법칙을 믿습니다. 빛과 어둠에는 총량이 있듯 기쁨과 슬픔에도 총량이 있고 행운과 불행에도 총량이 있다.
하지만, 글쓰기에 총량이 있으면 안 되겠지요.
아이에게도 X랄 총량의 법칙이 있는 거 맞죠?
Q. 다시 새로운 직업을 가질 예정인지? 앞으로의 장래희망에 대해서 말한다면?
아직 미정입니다. 저는 요즘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뭔가 결정되면 제일 먼저 MC토깽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성덕(?)이다. 덕질하는 작가님이 새 일자리를 결정하시면 나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신단다. 우캬컄캬캬
이 글을 보고 있는 브런치 독자님들께 한마디?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 있습니다. 주변에 불이 하나둘 꺼지고 골목은 점점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혼자 걷고 있다면? 너무 무섭겠지요.
친구와 같이 걷고 있다면? 힘이 되겠죠. 손을 꼬옥 잡으면 덜 무섭고요.
여러 명이 함께 단체로 걷고 있다면? 무섭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 같이 손을 잡고, 발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며 간다면, 무서움은커녕 신나는 여행이 되겠죠.
‘우리가 함께 가는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함께 하기에 웃기도 하고요. 서로 위로가 되지요. 브런치에서 만난 분들이 모두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써달라니까 또 본인 연재물을 짤막하게 쓰고 떠나셨다. 우리 작가님들이란.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도, 재치 있는 시선, 무엇하나 고유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이제부터 그녀는 《고유 온도》라고 불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가이름에 검색했을 때 온도라고 치면 《고유 온도》 이므로 1번으로 나오는 것이다. (흠... 너무 사심이 가득한 멘트인가? 다른 온도작가님들께 죄송합니다.) 그녀가 또 어떤 길을 향해 걸어가듯 나는 한 걸음 뒤에서 언제나 그녀를 응원하리라. 기왕이면 방송작가로 복귀해도 좋고.
[Behind the Scene]
1. 3번째 수상자님과 4번째 수상자님께 동시에 인터뷰 질문 보내드렸는데... 4번째 수상자님이 먼저 답변을 주시고 마온작가님이 사라지셔서 조금 불안했었습니다.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틀어지면 안 됐었거든요. 그래도 마지막에 마감시간을 지켜주셔서 무사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역시 현직자 바이브~
2. 수상 순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데 이제 이쯤 되면 좀... 감이 잡히지 않으신가요? 다음 편 비하인 더 씬에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3. [긴급공지] 3번째 수상자님의 즉흥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후 수상자님들은 수상소감 댓글 다실 때 이전 수상자님들을 언급/활용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챌린지 시작!》 예시는 이번 수상자이신 마음의온도 작가님의 고정 댓글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4. 마음의 온도 작가님께서 답게시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빠름빠름빠름~~♬ 그녀가.. 그알 형식으로 답게시글을 남긴 이유는? 한 때 그알 작가가 될 뻔 했다는 비하인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알을 포기하고 본진분야에 남는 걸 선택했다고 하는데요...만약 그녀가 그알 작가였다면? 그알이 너무 핫해하태 빠운스빠운스 시청률대폭발이었을듯...★
https://brunch.co.kr/@4e47e44198b540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