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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찰나'상, 올해의 '귀욤'상

수상자는 Jin 작가님이십니다!

by 회색토끼


두구두구. 첫 번째 수상자를 공개합니다!




올해의 찰나상.

우리 삶의 기가 막힌 ‘찰나’를 포착하여 그것을 글로 잘 풀어내었기에 이 상을 수여함




Q. 올해의 찰나상으로 선정된 소감은?

Jin: 받을 것을 받았네요.


그녀의 표정은 오히려 ‘뭐 이런 것쯤이야?’ 싱겁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 상은 누구나 다 예상할 법한 상이긴 하였다. 하지만 그만큼 ‘찰나’라는 단어가 그녀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니 작가로서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나의 글을 상징하는 어떤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만한 영광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찰나’를 엮어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서의 사담’이라는 매거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프레임에 정말 우리가 쉽게 놓칠 만한, 어쩌면 관심 없이 흘려보낼 순간 하나라도 집요하게 잡아내어 그것을 삶의 의미로 승화시킨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서 늘 감탄하며 글을 읽어왔다.


https://brunch.co.kr/@jinf4sb/159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회차)


Q. 독특한 시각으로 찰나를 잘 포착하는 것 같다. 비결이 있다면?

비결이 있긴 하겠지만, 너무 오래 사진을 찍어 온 터라 지금은 숨 쉬듯 진행되는 것이라 뭐라 해 드릴 말이 없는 것 같아요. 구도 같은 경우는 원래 가진 기질(디폴트값)에 전공으로 인한 버프가 없다고 할 수 없겠죠. 색상은 노란 기미를 선호해 여태껏 캐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맛집의 영업 비밀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알려준다 한들 비전공자 똥손인 입장에서 결코 따라 할 수 없을 텐데, 그녀의 결계는 단단하다.


Q. 찰나에 대한 사색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하는 법이 서툴러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샀어요.


이 부분에서 나는 피식 웃었다가 그녀가 가자미 눈을 하여 얼른 헛기침으로 바꾸었다.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는 법을 몰랐거든요. 오해 사는 건 싫고…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타인의 마음은 어떨지에만 신경 쓰면서 살았어요. 그렇다 보니 언제나 웃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다 저를 밝고 활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니에요. 전… 실은 안에서부터 썩고 있었어요.

나를 귀여워해 주며 지금까지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야 싫은 건 싫다고 해도 된다. 좋은 건 좋다고 해도 된다. 울어도 된다. 화내도 된다. 감정의 허용을 배웠습니다.


그녀가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살짝 목이 메인 듯했다. 한 모금 물을 마시더니 머리칼을 가오나시처럼 내렸다. 아무래도 이런 수상의 자리가 부끄러운 듯했다.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것이고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하던 당찬 그녀. 말을 이어나가려 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럼에도 오랜 시간 감추는 것에 익숙했던 나를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 세상과 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필요했죠.

나를 드러내면서도 세상에서 크게 도드라지지 않을 것. 위협적이지 않은 것. 자연스러울 것. 접하기 가장 쉬운 것. 그런 게 뭐가 있지? 한참 고민을 이어가던 중에 외삼촌이 hp 디지털카메라를 선물로 주셨어요. 그때, 아! 이거구나! 싶더라고요.


https://brunch.co.kr/@jinf4sb/107

(그녀의 사색이 실은 감정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걸 잘 알 수 있는 회차)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마지막에 시가 나올 때가 종종 있다. 시와는 완전 담쌓고 지낸 나로서는 이 시는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했다.


Q. 시를 먼저 쓰고 그에 맞는 사진을 고르는 것인지 아니면 사진을 고른 다음 그에 어울리는 시를 쓰는 것인지?

아쉽게도 (웃음) 둘 다 땡! 사진에 텍스트가 녹아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 제 감정을 표현한 사진을 찍어요. 그러니까 순서는 없는 거죠. 시는 제가 사진에 담은 감정에 대해 써본 것이고 독자분들이 사진을 보고 어떤 감정을 찾으셨는지는 독자분들의 몫입니다.


이만 시상대에서 내려가려고 하는 그녀를 붙잡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려 2관왕을 달성하고야 만다. 갑작스러운 북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만다.





두구두구.


올해의 귀요미상.

척박한 브런치 생태계에서 >ㅁ< 표정과 함께 등수놀이를 창시하시어 댓글에 귀여움을 전파한 공을 널리 기려 이 상을 수여함.



Q. 올해의 귀요미상으로 선정된 소감은?

일단 회색토끼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에서 귀여워 보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세상을 살리는 것은 예쁜 것이 아니라 귀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쁜 것은 질리지만, 귀여운 것은 영원하니까요. 찡긋 >ㅁ<


그녀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윙크’를 선보였다. 순간 나는 심쿵한 것 같았다.


Q. 평소 자신의 귀여움의 원천은?

저는 태생이 귀염 덩어리라구욧! 그렇지만 굳이 원천을 따지라고 하신다면…


그녀는 벌써 T의 자아로 갈아타서 이유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T와 F를 적절히 배합한 특이한 사고, 이를 뒷받침하는 말투 때문이 아닐까요? 브런치의 이단아죠. 한 손에 나이프를 쥐고 한 손에는 포크로 찍고 우아하게 칼질해야 할 것 같은 경양식 집 브런치에서 등수 놀이를 시작해 버린..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Q. 언제부터 그렇게 귀여운 편이었는지?

다양한 페르소나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는 어쩐지 툭 하고 무심히 튀어나오는 그 귀여움.. 말씀하시는 걸까요? 굳이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저를 귀여워해 준 그 이후부터였습니다. ‘아 나도 귀여울 수 있구나.’ 그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제 안에 있던 이 귀여움이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라 이 자리를 빌려 그 친구들에게 땡큐베리감사 인사를 던집니다.


사실 그녀의 글을 보자 하면 ‘귀여움’이랑은 거리가 있다. 그녀의 글은 묵직하고 그 문장의 이면에는 어떤 슬픔이 배어있다.

내가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된 건 그녀의 전무후무한 레전드 연재물 ‘절망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이하 ‘절망사’)’에서였다.


https://brunch.co.kr/@jinf4sb/25

https://brunch.co.kr/@jinf4sb/28

(그녀의 문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등나무 에피소드.)


그녀의 울분과 슬픔이 꾹꾹 눌러 담겨 결국에는 빛바랜 사진처럼 담담하게 바뀐 느낌이었다. 이 문체는 그녀에게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나의 14년 전 글벗의 문체와 닮아있었다. 당시 글벗의 필명은 ‘라이카’였는데 난 그 친구의 담담하면서도 사색적인 문체를 좋아했다. 그리고 14년 만에 다시 그 문체를 만난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녀의 글이 마냥 우울하거나 무겁게만 다가올 수도 있다. ‘글쓰기’라는 창작활동은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녀는 그 와중에 자연물을 통해서 자신의 사색을 드러내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그녀의 글을 단순히 우울하게만 또는 무겁게만 본다면 당신은 그녀의 글을 일면적으로만 본 것이다. 그녀가 다뤘던 소재가 우울할 순 있어도 그녀의 문체가 우울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녀는 가장 진솔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난 담백한 그녀의 문체가 좋다. 난 아무리 노력해도 흉내 낼 수가 없다. 그녀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노력한 시간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반전으로 댓글은 귀엽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이 반전의 상을 받아 마땅하다.


2026년 내년의 계획이 있다면?

사실~ 올해 기획했던 브런치 북이 ‘밀레니엄’이 아니었고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그 브런치북을 시작하려니 마음이 일렁여 사진기를 틀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길 반복했어요. 마음이 정리된다면 그 브런치북을 해보고 싶은데 될지는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브런치 독자들에게 한 마디? 별 볼 것 없는 저에게 언제나 늘 이쁘다 귀엽다 잘한다 해주셔서>ㅁ< 감사합니다!


총총. 그녀는 트로피와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2026년에도 그녀의 연재길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를.



[Behind the Scene]

1. 가님의 인터뷰를 곁들인 연재물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작가님과 그 글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상이 작가님들께 더 훌륭한 연말선물처럼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 작가님의 찰나나 절망사나 최소 3번 이상은 더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2. 수상자 공개 순서는 사실...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로 저랑 친한 순서 아니고요... 맞추시는 분께 선물드립니다. 뭘까요?

3. 이번주 《사라진 그녀》는 휴재합니다. 작가님이 사라지셨...습니다. 제목따라(?)

4. Jin 작가님께서 감사의 답글을 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inf4sb/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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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