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용기(Courage)’상

수상자는 송지영 작가님이십니다!

by 회색토끼


갑자기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면서 뭐든 해낼 것 같은 용기가 샘솟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기숙사 선별 모자를 쓰면 누구든 그리핀도르로 배정받을 것이다. 뭐지. 이 강력한 용기의 기운은?




두구두구.

올해의 용기(Courage)상

독자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 다 괜찮을 것이다 용기를 불어넣는 글을 써온 공을 높이 사서 이 상을 수여함. (용기는 그릇 아님 주의)



Q. 수상소감은?

이 상은 제가 잘 써서 받았다기보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만들어주신 결과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는데, 그 시간조차 의미가 있었다고 말해주는 상처럼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Q. 브런치북으로 완결 냈던 것을 책으로 출간했다. 출간하면서 기존의 내용과 바뀐 부분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 그 이유는?

둘은 다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브런치북이 가장 솔직한 기록이었다면, 책은 타인의 자리를 더 깊이 고려한 결과물이랄까요. 지금은 책의 형태가 더 마음에 들어요.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고, 이야기의 밀도가 훨씬 풍부해졌거든요. 연재 당시에는 20화를 10부·5부·5부로 나누며 균형이 다소 맞지 않았는데,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구성의 짜임새가 살아났고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담을 수 있었어요.


https://m.yes24.com/goods/detail/162991308


절찬리에 판매 중이고 최근 2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연이어 박수!

나는 브런치북도 책도 둘 다 읽은 사람으로서 더 슬펐던 건 브런치북이었다. 작가님의 설명대로 브런치북 버전에는 날 것 그대로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있다.

편집자의 혜안으로 글 전반적인 구성도 챙기며 따스함과 감정의 정제가 좀 더 추가하면서 완성도 높게 뽑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난 둘 다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물론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브런치북은 몰입해서 호다닥 읽었지만 책은 몇 번을 덮고 다시 보고 덮고 다시 보고를 반복했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 또 아련하고도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난 딸 서진이의 입장도 되어보았고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기도 하니 양측의 시각이 동등하게 다가왔었기에 두 배로 안타까웠다.

Q. 책을 내는 과정에서 다시 글을 다듬다 보면 그때의 생각이 많이 났었을 것 같다. 그게 괴로웠는지 오히려 치유의 과정이었을지 궁금하다.

둘 다였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의 비중은 줄고, 정리하고 건네는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글을 다시 쓰는 일은 상처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상처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는 경험에 가까웠거든요.


나는 이 글을 써서 출판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님에게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인과도 이별하고 나서는 생각 안 나게 하려고 모든 흔적들을 지우는 연습을 하지 않던가. 이렇게 아예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을 텐데 차라리 덮어두고 잊으려 애쓰기보단 양지로 끌어올려 함께하는 느낌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처럼 보인다.


Q. 서진이(딸)와 병원을 다니다 보면 학생 환자들이 많이 보였다고 했다. 무엇이 학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이들 대부분은 실패 그 자체보다 자신이 설명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고 느낄 때 무너지는 것 같아요. 비교와 속도, 기준 앞에서 자기 언어를 가질 기회를 잃는 순간이 가장 위태롭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신과에 다닐 때 교복 입은 학생 환자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그래서 딸 서진이와 병원에 갔었던 부분을 읽을 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저 어린 친구들은 대체 무엇이 그리 힘들기에 병원까지 오는 걸까. 가장 가까이서 이를 보았던 작가님이셨기에 여쭤보게 된 질문이었다. 그리고 깊이 공감했다. 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을 때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다. 엄마이기에 날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기에 어쩌면 더욱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느꼈던 안타까움은 그 엇갈림에 있다. 부모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데 아이는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


Q. 《당신의 이야기를 써드립니다》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널 보낼 용기》를 쓴 이후, 과정이 어떻든 끝은 해피엔딩으로 닿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널 보낼 용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옮기는 과정에서 나는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글로 풀어내는 일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게 해서 이 소설은 탄생하게 되었어요.


송지영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당신의 이야기를 대신 써드립니다》에서였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estory


가독성 좋은 문체, 담담한 문장 뒤에 서린 슬픔, 필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뭐 하는 분이시지? 하고 프로필을 클릭해 봤는데 구독자가 1000명이 넘었다. 쓴 글의 개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고 작품 수도 몇 개 안 되었는데도. 뭔가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그때부터 팔로우를 시작했다. 《널 보낼 용기》를 만나게 된 건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이 걸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의 문체가 이렇게 자리 잡힌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Q. 《당신의 이야기를 대신 써드립니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이 다양하다. 전문성 있고 현실감 있는 묘사를 위해 공부를 했다고 들었는데 자료조사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고 해요. 실제적인 언어를 듣기 위해 인터뷰나 기사들을 참고하고, 해당 직군의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내가 인상 깊게 봤던 회차는 다음과 같다.

https://brunch.co.kr/@summer2024/76

나도 아이를 NICU에 보내본 적이 있기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지만 전문용어들이 적재적소에 쓰이며 직업 환경이 실감 나게 다가왔다. 오죽하면 작가님이 간호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료조사를 통해 공부 후 쓰셨다고 했다. 나도 아직 미진한 망생이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경험하거나 해본 일이 아닌 직업에 대해서는 묘사하자면 난감하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대체로 공무원이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되는데 작가님에게 배우고 싶었다.


Q. 북토크를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참가자가 있었는지?

서진이와 같은 나이, 열일곱에 친구를 잃은 분이 계셨어요. 이제 그 친구 나이의 두 배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친구가 즐겨 듣던 노래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자유로를 지날 때 도로변의 장례식장을 바라보지 못하며, 열일곱 해가 지난 지금도 친구의 생일이 있는 달과 떠난 달에는 마음이 흔들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이 제게 “서진이 친구들을 잘 부탁한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최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서진이 기억회를 하고 그 말의 무게를 다시 떠올렸어요.


최근 나도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여했었다.

https://brunch.co.kr/@tpfpsldk920/64

마지막 큐앤에이 때 정말 다양한 사연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 뵐 수 있었다. 그게 아마 북토크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사별자에 대한 기록인 만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가 되는 글이기에 작가님에게는 매 북토크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답변을 듣고 나도 한동안 눈물이 글썽거려 글자를 입력하지 못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대사가 자꾸만 떠올랐다. “살민 살아진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해지기를.


Q.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예정이라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상실 이후의 인간을 다루는 에세이, 이야기 구조를 가진 논픽션 르포 에세이를 쓰고 싶기도 한데 확 꽂히는 게 없네요.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요? 추천해 주세요.


상실을 주제로 한 소설도 어울리실 것 같다. 아니면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힐링물도 괜찮아 보인다. 어떤 글이든 작가님의 선택과 촉이 옳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녀의 용기에 감화된 수많은 이들이 그녀의 기록을 따른다. 나 포함해서. 앞으로도 그녀의 용기 있는 글쓰기 여정을 응원한다. ♥


2026년 신년계획은?

속도를 줄이고,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이 글을 보고 있을 브런치 독자님들께 한마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계속 읽을 만한 글을 쓰겠습니다.



[Behind the Scene]

1. 사실 질문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제가 마음으로는 양측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경험자가 아니기 때문에 도리어 상처가 되는 질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작가님께 누가 되지 않는 인터뷰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 시상식은 12월 말까지 힘 닿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물증은 없지만 킹리적갓심으로 ㅋㅋㅇ에서 제 브런치북 기획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벤트를 진행한 정황을 제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어에는 저작권이 없지만 이용만 당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뭔가 좋진 않았습니다. 랄까..팀장님이 김토끼 이번 보고서 좋았어! 해놓고 과장님께 그 보고서 제가 했습니다ㅋ한 느낌?이랄까나요.

연말에 작가님들과 행복한 시간을 나누고픈 제 순수한 의도가 훼손된 것 같아 준비중이던 수상자 마지막 한 분만 남기고 이만 조기 종영을 하려고 합니다.

거듭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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