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 Dec 07. 2023

나는 드디어 50살이 된다

50살이 되므로 행복하다

신나게 아프고 아직 회복이 덜 되었다.

자도 자도 잠은 계속 오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이 몰려왔다. 애랑 심시세끼 해 먹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설거지 한번 하고 나면 아주 몸이 땅으로 꺼지는 것 같았다.

근 한 달을 이러다 살 것인가 죽을 것 인가하는 기로

에 놓인 듯하다가 어제부터 조금 나아지는 듯한다

조금 전에는 근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스트레칭도 좀 했고  회전근개 파열로 고생하고 있는 오른쪽 어깨 운동도 조금 해주었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번에 아프기 전 얼마동안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 살고 싶다. 언제까지 힘들까. 이런 생각들을 간간히 하곤 했었는데 이번에 죽을 만큼 아픈 동안에는  살려고 비타민이며 프로폴리스며 영양제를 얼마나 열심히 챙겨 먹었는지 모른다.

이건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 더니 '내가 나에게 부리는 응석'이라는 결론

에 다 달았다.


나는 청소년기부터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참으로 열심히  부부싸움을 하시는 엄마아

빠를  옆에서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었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생계형 아르바이

틀을 하며 대학생활을 하는 일이 너무 버거웠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내다 보면 너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날들이 올 거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내 주변에는 없었고 그저 나를 딱하게 측은하게 바라보는 어른들 뿐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그만 다 멈추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그럴 때 나에겐 한 가지 희망이 있었


스무 살 즈음의 나는 얼른얼른 세월이 가서 50살이 되고 싶었다. 50살이 되면  나는 편안해져 있고  나

의 마음도 환경도 안정되어 있을 것만 같은 믿음이 있었다.

아마 내 친구들의 어머니들의 연세가 그 즈음이었

던 것 같다. 친구들 어머니들을 뵐 때마다 나는 마

음이  무척 좋았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얼른 50살이 되고 싶었다.

살다가 중간중간 너무 힘이 들 때에는 그만 살고 싶다.라는 생각들을 하며 나에게 응석을 부리면서

버텨왔던 것 같다. 나는 왜 자꾸 삶을 놓고 싶은 것일까를 생각해 봤더니 그럴 때마다 "아니야 넌 50살이 되어야지. 50살이 되어서 행복해져야지. 환하게 웃어야지" 하면서 나 스스로를 응원해 왔었

던 것이다.


이번 12월이 지나면 나는 50살이 된다.

세월이 간다는 것. 내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내 피부에 탄력이 떨어지는 것. 하루하루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나이를 조금은 천천히 먹어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한 달만 있으면 50살이 된다는 것이 너무 좋다.

신이 나고 웃음이 난다. 나에게는  나이가 드는 것과 50살이 되는 것은 별개인가 보다.


스무 살 즈음 그 힘들고 외롭던 시절에 가졌던 50살이 되면 힘듬도 외로움도 다 없어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이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안 힘들고 안 외로운 것은 아니

다. 길어지는 외국생활에 체력도 달리고 외딴섬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종종 들지만 내년 1년 동안은

내가 드디어 50살이 되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하

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입학하고 싶은 학교가 있어서 오디션을 보러 조금 멀리 갔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내일 오후가되면 또 한 번의 콩쿠르를  치르고  입학의 당락이 결정된다.

 워낙 가고 싶어 하던 학교라 한 번에 들어가면 참으로 좋겠지만 또 들어가기 힘든 학교라  혹시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5년 후의 자기 모습. 10년 후  원하는 연주 맘껏 하며 아이들 레슨 하는  자기 모습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반짝

반짝 빛내며 살아주길 그래서 좌절하지 말고 한번 더 힘을 내주길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신남을 유지하며 사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