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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연습

다시 올 거야!

by F와 T 공생하기

지금껏 살아오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마치 내 생명이 끝나가는 것 마냥.


1년의 휴가가 이제 딱 3개월이 남았다.


눈물 난다. 이토록 충만한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있을까?

나의 눈과 귀를 매일같이 즐거이 놀라게 할 기회를 또 가질 수 있을까?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

부족한 것 없이 자유롭고, 여유로우며,

늘 마주치는 놀라운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언제, 어디에 가든 안전한 이곳,

무엇으로부터도 위협받지 않는 선진국에서

한없이 오랫동안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생긴다.


처음 타국가에 도착해서

장기 거주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딱히 신경 쓸 것이 없다.


비용으로만 보면 거주비만 빼면

먹고사는 것은 세상 어디 가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하루 세끼 먹고 나면 모든 시간은 하고 싶은 대로다.


처음엔 직장생활로 지친 내 몸과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이틀이 지나니 마냥 쉬는 것에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죄책감이 든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토록 일도 하기 싫고,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는데

막상 무한대의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해야 할 것도,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다.


돌봐야 할 아이도 없으니 신경 쓸 것도 없다.

그냥 아무것이나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럼에도 꼼작도 하지 않고

시체처럼 몇 날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는대도

내 몸 여기저기는 적신호를 보냈다.


마치 시름시름 앓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상은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라는 사람도, 가라는 사람도 없기에

오직 내 의지만이 나를 움직일 수 있다.

나의 시간을 관리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은퇴 이후에 벌어지게 될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 모든 것을 맛볼 수 있게 해 준 직장, 일, 동료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 머지않았다.


아름다운 곳곳마다 인사를 하고 다닌다.

다음에 다시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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