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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도둑질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by F와 T 공생하기
식상한 이야기다, 배운 도둑질.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

배운 도둑질이 이것밖에 없어서.


한번 익힌 나쁜 습관이나 기술은 계속해서 반복되며, 그 과정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는 것으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나쁜 행동이 몸에 익으면 쉽게 멈추기 어렵다거나 호구지책의 수단으로 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한다.


내게도 배운 도둑질이 있다.

난 세상을 저주와 경멸로 배웠고, 소위 공부하나로 탈피하려 했다.

소위 배운 사람들의 위선을 통해 슬픔과 무상함을 느꼈으며

자식에게는 글 배움보다는 독립적인 생존을 가르쳤다.


그럼에도 부와 명예를 모두 갖고 싶은 내 욕망은 어찌하질 못한다.

욕망이 소화되지 않으면

나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리고, 멀리한다.

외롭고 힘들지라도

더 상처받고 슬퍼하더라도

나 욕망, 내 자신만은 바꾸지 않는다.


헌법의 지위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대한민국 헌법을 가르쳤다.

초등학교 글 읽기 능력이면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설사 잘 몰라도 상관은 없다.

글과 제도, 현실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누구보다 아이들이 잘 안다.


신기하게도

전교 꼴찌를 하는 아이들도

글과 세상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안다.

이 괴리를 안다면,

왜 승자의 자리에 서려하지 않고

맥없이 패자의 길에 서려하느지 의문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나는 헌법이 이길 것이라 믿지 않지만

이겨주길 바라며 가슴 아파하고

배운 도둑질의 간악함과 나약함, 척박함과 천박함을 탓한다.

아이들은 개똥 같은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각자의 즐거움 외에는 무관심하며

누구도 탓하진 않지만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간다.


누가 정당한가? 현명한가? 인간적인가?


지 애비 닮아 그런지 더럽게 말을 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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