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맛집탐방

즐거운 기억이 발을 이끈다

by F와 T 공생하기

학회가 강원도 정선에서 열렸다.


나는 알지 못하지만 부모님과 형, 누나는 이곳에서 양복점을 하며 사셨다. 다만 50여 년 전 이야기이다.

어머니 연세가 80이 되셨으니 어머니의 청춘이 자리했던 곳이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사북역으로 간 길에 어머니께서 반가워하실 것 같아 전화를 드렸더니 처음엔 가물가물한지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이내 정선을 기억해 내셨다.


그러곤 생경한 질문을 하셨다.


"거긴 요즘 뭐가 맛있니?"



어머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우리가 먹는 것을 따르기만 하시던 분이라 어머니의 취향 없음을 철없는 내가 푸념을 늘어놓고는 했다.


나는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이용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심정으로 어머니의 진심을 알아내야만 했다.

여전히 어렵다, 어머니의 속내를 읽고 원하시는 것을 챙겨드리기는.


난 어머니께서 다양한 음식을 선택하고 즐기시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넉넉지 못한 삶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자식들이 우선이기 바빴고, 취향을 논하는 것은 말 그대로 사치였기 때문에.


2025년 지금 나는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때에 먹기 위해 찾아갈 여유가 생겼다.


소위 '맛집탐방'이다.


부산에 사시는 어머니께 부산의 맛집을 소개해드리고, 쇼핑센터를 함께 가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하나의 방편을 알려드리기 시작했다. 수년을 노력한 끝에 드디어 결실이 맺어진 듯하여 기쁘다.


"지난번에 함께 갔던 집에 가봤어. 여전히 맛있더라."


드디어 어머니께서 문을 여시는구나...


맛집을 가려면,

기억해야 하고, 부러 길을 둘러가야 하고, 기꺼이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간 맛집탐방 노력이 실제 어머니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지만 어머니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유지해 왔다.


'세상에 재미와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내 기억 속 어머니는

어떤 난관이 닥쳐도 날 보호해 줄 세상 안전한 울타리이자,

삶의 즐거움과 균형을 알려준 분이다.


이젠 어머니의 인고의 삶을 즐거운 기억으로 돌려드릴 시간이다, 내가 가진 시간을 이용해.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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