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불안과 친절

by F와 T 공생하기

6시 무렵 오송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침 아니 새벽 일찍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로 한산한 가운데 바쁘게들 움직인다.


중동에서 온 여행객은 가방까지 치면 대여섯 개의 크고 작은 산더미 같은 짐들을 들고, 불안한 듯 플랫폼과 열차를 내게 물어온다.


다행히 시간 여유가 많아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해 주고 내 갈 길을 갔다.


사실 가끔은 나 역시도 두 번 세 번 티켓을 본다. 특히 서로 다른 종착지를 갖는 열차가 붙어 가다 어느 지점 이후에 갈리는 경우라면 더더욱.


자리를 찾아 쉬는 동안 여러 어르신들이 물어보신다.


"이 열차 OO방향 맞나요?"

"네, 맞습니다. 조금 더 가시면 됩니다."


나 역시 한국이든 외국이든, 심지어 서울시내 지하철에서 조차 여기 OO인가요 하고 묻는다.


불안 불안하다.


내국인, 외국인은 중요하지 않다.


낯선 모든 것은 근원적으로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들에게, 그리고 내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내 기억을 헤집어 보면 끊임없는 새로운 만남의 연속이었다.


낯선 곳, 낯선 상황, 낯선 환경과 문제들...




호흡 크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 모든 불안과 불편은...


유쾌하고 친절한 친구, 이웃, 행인들이 있었다.


독일에서 살아갈 집을 구하지 못했을 때,

뮌헨 10월 축제에서 길을 잃었을 때,

모스크바, 아테네, 파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쓰촨 성 청두,...


북한산, 설악산, 한라산, 덕유산,...


비단 길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산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키오스크에 매달려 씨름할 때조차.


늘 친절과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불안은 이내 안도감으로,

불편은 즐거운 추억으로 바뀌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결국 단 한 번의 시간 여행자들이고,


친절과 도움은 우리 여행자들 모두를 위한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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