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信賴)의 복리(複利)로 완성되는 관계(關係)
아웃소싱 계약은 다른 계약과는 다르게 특별한 주의와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BPO전문 기업과의 계약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기업의 핵심 업무와 위탁 업무가 결합되어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중요한 항목은 다음 네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비용
품질
신뢰
협력
그러나 이 네 가지 항목을 중요한 순서로 다시 정리하라고 한다면 기술한 대로 많은 사람들이 비용, 품질, 신뢰, 협력의 순서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는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는 비용절감을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성장과 성공을 위한 아웃소싱 관계라면 그 중요도의 순서는 다음과 같아야 합니다.
바람직한 방향: 협력→신뢰→품질→비용
한국 사회와 경제는 이제 성공을 넘어 지속성장과 성숙의 시기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수치적인 비용과 이익보다 오래 같이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일시적인 비용절감과 품질 향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챕터에서는 BPO전문 기업과의 아웃소싱 계약의 중요성과 이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신뢰와 협력 관계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아웃소싱 계약을 이해하기 위해, 한 가정(家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A 가정에서 B와 우유와 신문 배달 계약을 하고, C와는 집안 일부 가사 업무에 대한 관리 위탁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 보죠. 이 경우, A가 더 신중해야 하는 계약은 당연히 C와의 계약일 것입니다. 가사(家事) 업무를 위탁한다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자신의 생활의 일부를 공유하고 함께 관리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아웃소싱 계약, 특히 BPO 전문 기업과의 계약은 이와 유사합니다. 기업의 내부 업무를 외부에 맡기고 상호 협력하며 핵심 사업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여정(旅程)과 같기 때문입니다.
BPO기업과의 아웃소싱 계약은 단순한 1회성 계약이 아니며, 내 집 살림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과 같이 중요한 관계를 맺는 전략적 협력입니다. 따라서 계약을 맺기 전에 그 대상이 본인들의 기업 가치와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많은 고객 기업들이 아웃소싱 기업을 선정할 때 낮은 가격을 제안하는 업체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후 운영 단계에서 다양한 문제와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Gartner의 보고서에 따르면, 70% 이상의 기업이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 절감을 경험했지만, 핵심 사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합니다. 이는 아웃소싱 계약에서 비용 절감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낮은 가격 중심의 접근이 실패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들이 있습니다. 과거 미국 빅 3 자동차 회사 중 하나였던 크라이슬러는 비용절감을 위해 경쟁입찰제를 통해 최저가를 제시하는 부품업체들과 단기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부품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졌고, 신차 개발 기간은 경쟁사보다 더 길어졌으며, 결과적으로 비용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기업이미지 훼손과 사업악화로 이어져 큰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 이후 경쟁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같은 조건 같지만 목표의 방향이 전혀 다른 조건인 목표원가제를 도입하여 다시 사업을 개선시킬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크라이슬러는 경쟁입찰제를 통한 최저가 부품 조달 정책 실시 및 실패
1980년대 중반: 혼다자동차를 벤치마킹
경쟁입찰제 폐지
목표원가제 도입
SCORE(Supplier Cost Reduction Effort) 프로그램 시작
그 결과
신차개발 기간: 234주 → 183주
시장점유율: 12.2% → 14.7%
차량 1대당 이익: 250달러 → 2110달러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인 최저가 입찰제와 목표원가제의 핵심적인 차이를 양측 입장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협력업체 입장
- 수주를 위해 무리한 가격 제시
- 원가 절감을 위해 품질 타협 가능성
- 장기적 투자나 R&D 여력 부족
- 단기 계약으로 인한 불안정성
- 발주처와의 협력관계 구축 어려움
크라이슬러 입장
- 표면적으로는 낮은 구매 비용
- 품질 문제 발생 위험
- 협력사 교체 비용 발생
- 기술 혁신 기대 어려움
- 장기적으로는 비용 증가
협력업체 입장
- 합리적인 수익률 보장
- 장기 계약으로 안정성 확보
- R&D 투자 여력 생김
- 공정 개선에 대한 동기부여
- 발주처와 협력관계 구축 가능
크라이슬러 입장
- 초기에는 더 높은 비용
- 안정적인 품질 확보
- 협력사의 기술 혁신 유도
- 공동 개발 통한 경쟁력 강화
- 장기적으로 총비용 절감
1. 관계의 성격
- 최저가 입찰: 단기적, 거래적 관계
- 목표원가제: 장기적, 협력적 파트너십
2. 비용 접근
- 최저가 입찰: 구매 단가에만 집중
- 목표원가제: 총 소유비용(TCO) 고려
3. 혁신 가능성
- 최저가 입찰: 혁신 동기 부재
- 목표원가제: 공동 혁신 추구
4. 리스크 관리
- 최저가 입찰: 품질 리스크 높음
- 목표원가제: 리스크 공동 관리
더 심각한 사례는 미쓰비시 자동차입니다. 2000년 이후 닛산자동차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원가절감과 개발기간 단축에만 집중한 나머지, 품질관리와 기술협력을 등한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품질 문제와 리콜 은폐 스캔들로 인해 2000년에만 36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40% 하락했습니다. GM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습니다. 최저가 경쟁입찰로 인한 부품 품질 저하로 불량률이 도요타(0.01%)의 100배가 넘는 1% 이상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아웃소싱 계약이 낮은 가격이 주요 요소가 되는 경우, BPO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적인 인건비를 줄이게 되지만 이는 결국 고객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고객 기업이 처음 아웃소싱을 결정한 이유는 내부적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비용 효율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위에 최저가 입찰까지 요구한다면, 이는 아웃소싱의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아웃소싱의 목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아웃소싱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제안하는 것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많은 고객 기업들은 점차적으로 단순히 저렴한 서비스가 아니라 탁월한 운영 품질을 제공하는 아웃소싱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고객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 철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는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하였습니다만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실패를 교훈 삼아 1980년대 중반부터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경쟁입찰제를 폐지하고 목표원가제를 도입했으며, SCORE(Supplier Cost Reduction Effort)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와 이윤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신차개발 기간은 234주에서 183주로 단축, 시장점유율은 12.2%에서 14.7%로 상승했습니다. 또한 차량 1대당 이익은 250달러에서 2,110달러로 급증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 다른 좋은 예시로 P&G와 7-Eleven을 들 수 있습니다. P&G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열린 혁신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7-Eleven은 일본식 Keiretsu/계열(系列) 모델을 도입하여 협력업체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고객정보를 공유하며 공동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자의 핵심역량에 주력하면서도 협력업체들과 정보를 공유하여 상호이익을 증진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SK하이닉스의 혁신적인 시도를 들 수 있습니다. 2023년 SK하이닉스는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노사 사회적 책임 실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절감을 넘어 상생과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배고플 때 첫 번째 피자 조각은 큰 만족감을 줍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피자를 먹을수록, 각 조각에서 얻는 만족감은 줄어들게 됩니다. BPO기업과의 아웃소싱 관계에서도 초기에는 비용 절감이 큰 만족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품질과 신뢰가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다음으로는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와 더 높은 신뢰를 요구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성숙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 이상의 가치를 찾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BPO기업과 아웃소싱 계약을 검토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지속적인 협력을 할 수 있는 상호 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신뢰가 쌓이며 이를 통해 고도화한 품질과 비용절감 선순환 구조는 매우 강력한 성장의 기반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웃소싱 계약에서 이상적인 관계는 배트맨과 알프레드 집사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알프레드 집사는 단순히 배트맨의 집안일을 돌보는 집사를 넘어, 배트맨이 악당과 싸울 수 있도록 필수적인 장비인 슈츠, 바이크, 자동차, 비행기 등을 준비하고 그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베트맨의 가장 가까운 동료로 자리매김 합니다. BPO기업 역시 단순히 계약 내용에 준한 업무 수행을 넘어 고객 기업이 변화하는 경쟁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 해야 합니다. 이러한 끈끈한 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랜 시간을 통한 신뢰와 협력의 결과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기업들은 슈퍼맨이 아닙니다. 슈퍼맨은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현실의 기업들은 배트맨처럼 많은 도전과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프레드 집사와 같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BPO기업이 알프레드 집사와 같은 신뢰성을 보여줄 때, 고객 기업은 자신들의 핵심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아웃소싱 기업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아웃소싱 관계는 인간관계와 비슷합니다.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즉시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지는 않으며,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계 구축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BPO 전문 기업은 고객 기업의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약된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기업의 사업환경과 니즈가 변화할 경우 빠르게 반응하고 새로운 맞춤형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BPO기업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기업 스스로 협력할 수 있는 실력과 자세를 갖추어야 지속적인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아웃소싱 산업의 성장은 BPO기업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고객 기업이 스스로 더 잘할 수 있었다면 아웃소싱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BPO기업은 고객 기업의 경영 철학과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고객의 성장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안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신뢰 관계가 구축되면 고객 기업의 성장은 BPO 기업의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입니다. SK하이닉스와 같이 협력사와의 성과 공유를 실천하는 기업들의 사례는 이러한 신뢰 구축의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특히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한 관계가 아닌, 상호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의 동반자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P&G와 7-Eleven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들 기업은 협력업체를 단순한 하청 관계가 아닌 혁신의 파트너로 인식했습니다. P&G는 외부 연구개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7-Eleven은 협력업체와 고객정보를 공유하며 공동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넘어 장기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졌습니다.
아웃소싱에서의 진정한 성공은 계약을 넘어서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는 데 있습니다.
고객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알프레드 집사와 같은 존재가 될 때, 아웃소싱 기업은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진정한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계약 관계를 넘어,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와 같이 협력사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성공 사례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아웃소싱 산업 전체의 발전과 성숙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Beyond Contract, 계약을 넘어서는 신뢰와 협력의 관계야말로 진정한 아웃소싱 산업의 미래이고 수많은 고객기업들이 핵심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