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진짜 '내'가 선택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마흔이 넘어 사십여 년 동안 정말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정말 내 선택에 의해 살고 있는 삶인지.
부모님의 상황에 따라 초등학교 때 지방으로 이사를 했고, 경제적 조건에 좋지 않음에 따라 잘한다고 얘기 듣던 피아노를 접었다. 거리상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당연했고, 성적이 좋으니 좀 더 멀리 중학교를 가보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은 묵살됐다.
바로 붙어있는 여고까지 마치니 그제야 대학정도 내가 선택할 수 있나 했지만, 가정형편상 학교는 추려졌고, 내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다. 그래도 집안 경제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대학 1년이 지나 휴학한 뒤 무작정 돈을 벌 방법을 찾았다.
그때부터 모든 것은 내가 생활비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벌 수 있는지였다. 회사를 다니는 건 숨 쉬는 것과 같았다. 당연히 회사는 다니되 조금 더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이직했다. 이직을 하려면 나도 능력이 있어야 하니 부족한 것 같은 일에 필요한 스킬을 과외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연봉을 올리려니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7~10시까지 내 삶은 대표들의 요구대로 살아졌다. 집에오면 녹초가 되서 취미생활따위는 사치였고, 남는 시간마져 틈날때마다 업무를 위한 배움을 위해 쓰거나 다른 대표가 원하는 투잡 알바 일을 하기 일쑤였다.
마흔이 넘고 아이가 커가고 회사경력이 햇수로 20년 차에 들어가자 나도 모르게 답답하면 밖을 거닐었다. 글을 쓰며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 38~39살이 되던 해부터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안 풀리거나 답답한 일이 생기면 조용히 사무실을 나가 골목이든, 옥상이든 주변 공원등을 잠시 거닐다 들어갔다.
작년 5월 말 회사를 나왔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시간이 많이 생겨 어쩔 줄을 몰라했다. 책상 하나 덩그러니 놓인 사무실에서 나 혼자 앉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일의 진행상황을 묻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지 않는 지금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들을 겪고 나 자신이 살아온 40여 년을 돌아보면서 글을 쓰다가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까지 정말 내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하고.
나 혼자 오롯이 선택한 삶.
나이 마흔이 넘어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와 당뇨에 눈이 안 좋으신 친정어머니, 남편이 함께 하는 가정이 있는 기혼녀로 내가 선택한 삶을 살려니 혼자일 때보다 더 눈치가 보이고 힘이 든다.
그래도.... 그래도 그때로 돌아가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지금처럼 똑같이 선택할 것이다.
이제 진짜 내가 선택한 삶이란 게 어떤 건지 맛을 봤으니까.
단, 지금 알고 느끼고 바꾼 생각들 이것들을 그대로 다시 가져가서 조금만 더 빨리 조금만 더 쉽게 9개월을 다시 보냈으면 좋겠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1분이라도 남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