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이 바뀌면서 미친듯이 글을 썼다.
구매대행 강의는 뒷전으로 두고 브런치에 미쳐 글을 썼다. 매일 아이케어하고 책읽고 글을 썼다. 브런치에서 알림을 보내주면 설레였다. 그냥 막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 댔다.
누가 읽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날뛰고 있었다. 내 인생의 40년중에 절반인 20년은 학생이였고, 20년은 직장인이였으니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브런치에 휘갈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회사가 나를 알아봐주지 않았다고 썼는데 글로 쓰다보니 어느샌가 그게 내가 만든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내 잘못이고, 내가 만든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런 부정적인 글을 쓰기위함이 아니였다는 생각도 기억해 냈다. 도움이 되는 희망적이고 좋은 글을 쓰고 싶었던 건데 아직 내 안에 남은 응어리들이 새까맣게 자리해서 굳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그냥 써보기로 했다. 그냥 생각나는 것들을 최대한 써내려 가다보면 그칠날이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밤낮이 바뀌는 바람에 새벽 모두가 잠든 시간에 조용히 글을 쓸 수 있었다. 나름 쓴글을 다시 읽으면서 몇 번 수정도 하고 글 하나를 여러번 보다보니 생각도 조금 더 깊어졌다.
내가 본 '나'라는 사람이 조금 많이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20대에 사회생활하면서 어디 물어볼 곳이 없어 자기계발 책을 참 많이 사봤는데 온통 시간관리, 업무 잘하는 법, 일 열심히 하는 법에만 온통 치중했던 내 젊은 시절이 아쉬웠다.
그리고 내가 했던 모든 배움이 돈을 벌기위함에 있었다는걸 깨닫고는 인생 참 허무하다 싶었다. 20년동안 200만원 더 벌려고 그렇게 치열하게 노력했던가...
내가 살아온 20년은 일을 열심히 해 온 삶이라기보다 연봉높이기 위한 삶이란게 더 맞았던 것 같았다. 돈을 빼고 내가 좋아하는 걸 위해 뭘 해봤나 순수하게 내 취미를 가져본게 뭐였나 생각해봤다.
20대때부터 할부로 지른 4~5대의 먼지쌓인 디지털카메라와 애 엄마가 되어서 수강한 드로잉 수업 4번.
그게 다였다.
나머지는 전부 일을 잘하기 위해, 연봉을 더 잘 받기위해 선택한 것들일 뿐.
그래도 퇴사후 시간을 얻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이 세상에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내가 제일 재미있어하는 유일한 취미인 글쓰기를 발견한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그리고 요즘은 나에게 맞는 드로잉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태 나는 제일 중요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서야 나는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