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엔 미쳤는가 싶었다.
초반에.. 그러니까 사무실을 얻고 대면대면 했던 그때, 즐겨찾기 목록을 보다가 브런치를 발견했다.
예전에 언제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 두어 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기억이 있었다. 즐겨찾기에 있는 브런치를 여니 조금씩 도전하고픈 마음이 새록새록 싹텄다.
딱히 글을 쓰고 싶은 느낌이라기 보단 평소에 내가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많이 나는 편이라 그걸 그냥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나만의 에세이를 한 편 내는 게 소원이라는 생각도 몇 번 해봤었다.
유튜브에 브런치 승인을 쳐봤다.
음...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다. 그 사이 영리해진 나는 브런치 승인 관련 커뮤니티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러다 30일 챌린지를 하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마침 이틀뒤가 신청마감일이라 부리나케 신청을 했다. 밑져야 본전인데 브런치 승인이 되면 좋고 안돼도 30일 동안 글쓰기 연습을 하고 생각정리를 할 수 있을 테니 소일거리 삼아 쓰면 되겠다 싶었다.
일본구매대행강의는 한 달(주 1번) 강의였는데 곧 시작이었고 브런치 챌린지는 중간에 시작이었기에 그리고 난 이제 백수였기에 큰 고민 없이 두 가지를 신청했다.
구대강의가 시작됐다. 줌으로 강의했는데 생각보다 정보가 많았다. 강사님 스타일이 숙제를 주고 공부해 오란 스타일이어서 내준 숙제를 초반에 나름 열심히 시작했다. 그리고 브런치 챌린지 기간이 다가왔다.
카톡창에 함께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하루에 하나씩 미션을 던져줬다. 내가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서 다른 주제의 단톡방도 많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는 분위기가 엄청 잔잔했다. 이런 분위기의 톡방도 있구나 하면서 하루 이틀 미션에 참여하다 보니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조금씩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결국 브런치 승인을 받았다. 승인받으면서 브런치북 도전 챌린지와 자기 발견 챌린지를 또 신청했다. 일본구매대행은 이미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사실 일본 쪽은 브랜드위주의 판매라서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고, 강의영상이 있으니 언제든 돌려보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잘 받아둔 줄 알았던 파일이 사라졌다. -_-;
브런치북은 허접했다. 형식상으로 묶어서 발행했다. 처음 전자책 쓸 때와 마찬가지로 정말 브런치북 발행에만 포커스를 맞췄다. 그냥 한번 해보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글을 작성하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자기 발견 글을 쓰면서 30일 동안 나에게 쉼 없이 던져진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니 내가 여태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너무 뼈 시리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이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에 쓴 퇴사에 관련한 브런치 글이 조회수 5천이 넘어가면서 글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41년 만에 처음으로 난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