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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사무실을 정리했다.

그럴 줄은 몰랐지.

by 오로라

이제 좀 사무실에 적응해서 뭔가를 해보려는데 브레이크가 걸렸다.


사무실 매니저가 이사를 가라고 한 것이다.


"음?"


나보고 다른 2인 사무실로 옮겨달라고 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쓸걸 예상하고 있었는데 내가 있는 방에 누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가 다른 방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지만 일단 그 방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서 문을 열어보니 사이즈는 비슷한데 이미 안쪽 자리는 기존 세입자가 사용하고 있었다. 공간도 여유로움도 안쪽자리에 치중된 구조였다.


내가 써야 하는 자리는 문을 열면 바로 뒤통수가 보이는 그런 자리였다.


의자도 큰 의자로 바꾼 데다 선반, 서랍, 서랍이 들어있던 큰 박스까지 그래도 몇 개의 짐이 있었는데 거기에 넣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음 집기도 안 사는 건데 싶었다.


제일 신경 쓰였던 건 한 달을 넘게 혼자 쓰던 습관이었다.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이 벌컥벌컥 문 열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게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게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느니 평수가 작아도 답답해도 창문이 없어도 1인실로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창문 있는 1인실은 다 나가고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끼인 1인실 사무실을 신청했다. 좀 더 비쌌지만 혼자 쓴다니 그 정도는 감수하지 싶었다. 짐을 옮겼다. 이쪽 끝에서 저~안쪽 끝까지 옮겼다. 비좁아도 너무 비좁았다. 컴퓨터랑 서랍이랑 선반이랑 박스를 옮기고 한동안 의자에 대강 처박혀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앉아있었다. 너무 갑갑했다. 창문도 없고 환기시킬 방법이 없었다. 아까 지나오면서 옆방을 보니 옆방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아...


그날은 그렇게 짐을 욱여넣어놓고 사무실을 나왔다. 심란했다.


다음날 사무실을 찾아 가만히 상황을 정리해 봤다. 어쨌든 여기에 적응해야만 한다. 집기 위치를 잡고 모니터암을 다시 설치하고 이렇게 저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책상 위치를 바꾸니 의자가 뒤로 빠질 공간이 나오면서 조금은 숨이 쉬어졌다.


문도 조금 열어놓고 위쪽으로는 사이가 보이지 않게 부직포로 작업을 해두고 보니 신경도 덜 쓰이고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새로운 시련이 찾아왔다.


전에 있던 사무실에선 양옆에 사람이 없고, 사이즈가 좀 넓었고, 창문이 있어서 몰랐는데 그것이 전부 반대인 지금 사무실에선 옆방의 소리가 너무나 적. 나. 라. 하. 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옆 방은 남자분이 사용하고 있는 듯 했는데 종이를 넘기는 소리까지 너무 적나라했다. 이건 뭐 내가 물 한 모금 마시는 소리도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옆에 남자분은 방귀도 뀌고, 트림도 하고, 코도 골던데 처음엔 괜찮다 괜찮다 했는데도 점점 사무실을 나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3개월 만에 사무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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