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이 사라지면 거리의 예술가도 사라진다

by 김정배

한국과 호주에서 체감하는 동전의 가치는 딱 10배 차이다. (지금은 환율을 감안하여 8배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호주 1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천 원 정도를 하니, 1달러를 10개만 받아도 한 끼 식사 정도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받는 동전 10개는 그 느낌이 달랐다. 같은 동전 10개이지만, 단 돈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850원짜리 1.5리터 생수뿐이었다.

2014년 멜버른의 어느 TV 방송을 통해, 호주에서는 점차 현금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특집 다큐를 접한 적이 있다. 신용카드와 전자상거래의 증가로,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 특히 동전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것이었는데, 그 내용 중에는 제법 흥미롭게도 멜버른의 버스커들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버스커들의 주 수입원은 행인들이 후원해주는 현금인데, 특히나 동전의 사용이 줄어들수록, 버스커들의 수입원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멜버른의 예술가들이 도시의 거리로 나올 이유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맥락이었다. 호주에 있었을 때만 해도, 이 내용이 크게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를 포함하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멜버른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아시아, 남미 사람들이 카드보다는 현금 쓰기를 선호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 귀국하여, 인사동에서 공연을 하며, 한국도 현금 사용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주말의 저녁 두 시간을 꽉꽉 채워 공연해도, 5천 원 이상 벌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분들의 주머니에는 현금이 없었다. 당장 나부터도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나에게 정말로 마음을 전해주고 싶으셨던 분들은 감사하게도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선물해주셨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인사동에서 버스킹으로 돈을 버는 기대를 포기하였다. 인사동을 찾은 세계의 여러 관광객들과 친구가 되는 것만으로, 그리고 나의 영어실력을 녹슬지 않게 유지하는 것만으로, 나의 버스킹의 명분을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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