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by 김정배

사디는 대뜸 나에게 태권도를 할 줄 아느냐고 물어왔다. 레바논 출신이라는 그는 강남스타일 노래를 들었을 때부터,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이 곳 멜버른에 온 이래 몇 개월째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하였다. 자신은 빨간 띠라며, 자신의 도복 입은 사진까지도 직접 보여주었다. 그의 길쭉길쭉한 팔, 다리가 그의 품새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였다. 그는 많은 한국 남자들이 어려서부터 태권도를 배운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왔기에, 혹시 나도 태권도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었단다.

아쉽게도 나는 태권도를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이며, 웅변학원이며, 속셈학원이며, 미술학원이며, 영어학원이며, 한자학원이며 참 많은 학원을 다닌 것 같긴 한데, 아쉽게도 그중에 태권도 학원은 없었다.
대신에 나는 한국의 또 다른 운동인, 씨름을 잘한다고 나 자신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때는 도시에서 주최한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실력자라고 이야기하였다. 그의 허리춤에 손을 갖대 대고는, 샅바를 잡는 시늉을 하고 대략적인 씨름의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렇게 몇 분의 대화를 이어 나가고, 사디는 자신이 시내에 또 올 일이 생기면, 나를 만나러 이 곳을 다시 찾겠노라며, 헤어짐의 인사를 하였다.


그는 떠났지만, 그 여운은 남았다. 한국은 태권도의 나라이지만, 한국인인 나는 정작 태권도를 하지 못한다. ‘과연 한국적인 것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이 머리에 한번 잡히고 나니, 상모를 돌리는 중에도 김치, 한복, 삼겹살, 비빔밥, 한글, 소주, 태권도, 사물놀이 같은 단어들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들어왔다.

김치를 먹고, 한국어를 쓰고, 상모를 돌린다는 점에서 나는 제법 한국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나는 이 곳에서 햄버거를 먹고, 영어를 쓰고, 미국 드라마를 보니 미국적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스시를 먹고, 일본 소설을 읽고, 일본 노래를 듣는 나는 동시에 일본적이기도 한 것이 아닌가? 본인은 한국인이라고 하지만, 태권도를 못하지 않는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지 않은가? BTS의 노래를 모르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나에게서 한국적인,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요소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정”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감정, 그것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도 한국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팝송에 맞춰 상모를 돌리는 나의 공연은 어쩌면 한국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다가오는 어느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 누구보다도 충분히 한국적이었으리라. 내가 관객들과의 교감을 통해 나눈 것은 분명 한국인의 정이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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