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멜버른에서는 술병을 손에 쥐고, 도심을 걸을 수 없다. 술병을 투명한 비닐봉지에 넣었어도, 이 것을 거리에 들고 다닐 수는 없다. 물론 종이가방이나 어둡고 불투명한 비닐봉지에 담는 것은 허용된다. 만약 누군가가 길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경찰의 눈에 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벌금을 내거나 인근 경찰서로 연행되어 진술서를 써야 할 것이다.
멜버른에서는 아무나 술을 팔지 않으며, 또한 아무에게나 술을 팔지도 않는다.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술을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 식당, 펍, 그리고 주류 전문 상점에서만 술을 파는데, 이 곳에 취업을 하려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주류 취급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멜버른에서는 아무에게나 술을 팔지 않는다. 주류 판매자는 구매 희망자가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고객에게 주류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였다면, “나 안 취했으니까, 얼른 술이나 달라”고 떼를 쓰는 못난 어른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진짜 못난 어른들은 술을 사기 위해, 폭력으로 판매자를 협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호주의 시민들은 경찰의 공권력을 존중하는 것 같았다. 만취자를 연행하는 과정이 다소 강압적이라고 보일 지라도 시민들은 이에 대해 다소 관대한 것처럼 느껴졌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멜버른 외곽에 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기차와 트램을 타고 멜버른 도심으로 모여 도시의 클럽과 펍들을 가득 채운다. 금요일 저녁에 버스킹을 하다 보면, 술기운에 잔뜩 흥이 오른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 친구들과 한바탕 춤추고 놀다 보면, 나까지도 신나서 즐거워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몇 번의 사례가 있었을지언정) 멜버른에서는 버스킹을 하며, 내가 신변에 위험을 느낄 정도로, 인사불성이 된 만취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술을 잘 마신다. 술을 자주도 마시지만, 술을 많이도 마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술에 취하여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멜버른의 술에 관한 정책을 지지한다.
우리나라의 치안이 세계 정상급임은 인정한다. 우리나라의 밤은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안전한 것 같다. 다만, 술에 관한 관대함에서만큼은 멜버른만큼이나 인색하고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거리의 보행자들이 음주운전이나 주폭 등과 같은 불의의 사고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