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멜버른에서 가장 좋아했던 단어, Sorry

<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by 김정배

내가 멜버른에서 제일 좋아했던 단어는 <Sorry>라는 단어였다. 나는 이 단어로부터 멜버른 시민들의 배려와 품위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길을 지나가다가 혹여나 옆사람과 살짝 스치기라도 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Sorry>라는 단어를 서로 먼저 꺼냈다. 굳이 길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이 옷가게든, 시장이든, 지하철 안이든 타인과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다고 느껴지면 누구나 상대방에게 <Sorry>라는 말로 양해를 구하고 사과를 하였다.

<Sorry>라는 단어는 정말 품위 있게 느껴졌다. 이 곳 멜버른 사람들은 사소할 수도 있는 일에 양해를 구하고, 사과를 하고, 실례를 표하는 것에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그게 참 멋있어 보였다. 나도 평상시에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 그들처럼 나의 일상생활에 젠틀함이 묻어 나올 것만 같았다.

서울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다 보면, 가끔씩 삶에 여유가 없으신 분들을 발견하곤 한다. 나는 저 빈 좌석에 앉을 생각이 1도 없는데도, 그분들은 일단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치고 후다다닥 빈자리에 앉으신다. “실례해요”라는 말 한마디가 상황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을 텐데, 그분들은 그 한마디의 여유도 없을 정도로, 참 열심히 사시나 보다.


어쩌면 정말로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자세는 자신의 삶에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멜버른에서 듣던 <Sorry>라는 단어가 생각날 때가 있다. 가끔은 그 도시, 그 사람들의 삶의 여유가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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