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개그, 혹은 언어유희

by 김정배

내가 언어유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뜻이 여러 가지인 단어를 가지고, 말장난을 치면 반 아이들은 내가 또 썰렁한 개그를 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핀잔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께서는 나의 개그코드가 마음에 든다며, <언어의 마술사>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셨으니 말이다.
2010년이었나 아재 개그가 막 유행하기 시작하고, 나의 주변 친구들은 드디어 나의 개그가 제대로 된 시대를 만났다며 축하해 주었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나의 개그가 아재 개그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ㅎㅎㅎ)


나는 다의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재미있어한다. 한 번은 고등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도내 영어 에세이 쓰기 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 주어진 시간 동안 <Water>라는 주제로 영작을 해야 했는데, 나는 어린 시절에 동생과 비를 맞으며 놀던 나날들을 회상하는 글을 썼다. 같이 참석했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물의 중요성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하니, 글이 잘 써지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기억을 적어 나가는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나의 에세이의 제목은 <Water the garden of your memory! (당신의 추억의 정원에 물을 주세요!)>였다. Water라는 단어가 가진 < 물>이라는 뜻이 아니라, <물을 주다>라는 다른 뜻을 이용하여 또 말장난을 한 셈이다. (그리고 그 수상 결과가 좋아서 더 놀랬다.)


나의 말장난 개그는 한국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는데, 호주에서는 제법 반응이 좋았다. 어떤 친구는 나의 개그가 하나의 시적 표현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버스킹을 할 때도 막간의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관객분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면, 헤어지는 자리에서의 이런 표현.
“We can meet someday, but not sunday!”
[우리는 섬데이에(언젠가) 만날 수 있지만, 선데이(일요일)에는 만날 수가 없어요.”]


또 다른 예를 들면, 상모를 돌리며

“Pain in back (페인 인 백 : 등에 통증이 있어)”이라고 말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Paint it black (페인 잇 블랙 : 그 고통을 까맣게 칠해버려)”이라고 농담으로 맞받아친 이야기!


나의 개그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다 싶으면, 만능 표현 단어 <come on>을 사용하면 되었다.
“Hey, come on~ (에이, 솔직히 방금 꺼는 재미있었잖아요, 안 그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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