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도시, 멜버른에서 커피를 홍보하다

<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by 김정배

멜버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의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멜버른에서 생활한 처음 몇 개월 동안에는, 이 도시가 커피의 도시라는 인상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내가 카페보다는 펍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기도 했거니와, 멜버른이 커피로 유명하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당시의 나에게는 전무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동네 카페의 수로 따지자면, 한국에도 이미 충분히 많은 커피집들이 있었기 때문에 멜버른을 커피의 도시라고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없었다.


다만, 한국과 비교하여, 이 곳 멜버른 만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특별한 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이 도시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롱블랙이라고 불렀다. 둘째, 이 도시에서는 모든 라떼를 머그컵이 아닌, 유리컵에 담아 주었다. 셋째, 어떤 종류의 라떼를 시키든, 카페의 바리스타들은 항상 라떼 위에 정성껏 라떼아트를 그려,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F라는 친구를 만났던 것은 아마도 세계 커피 엑스포 개막 전후였던 것 같다. 영국에서 대학을 마친 그녀는, 현재 이 곳 멜버른에서 신규 카페 브랜드의 오픈을 컨설팅하고 있다 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도심 한복판에서 긴 열두발 상모를 돌리는 나의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거리에서 나를 딱 처음 본 순간부터, 나를 자신이 담당하는 카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었단다.

연예인들이 길거리에서 캐스팅되었을 때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를 당신의 브랜드 모델로 삼고 싶다는 말은 고맙다. 그러나 나는 현재 다른 직업이 있어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고, 브랜드 광고를 찍는 것 자체가 사실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카페 브랜드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사실은 작은 카페를 여는 것이며, 그 카페를 홍보할 수 있는 영상 하나를 요청하려는 것이니 그렇게 큰 부담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계약 조건은 심플하였다. 내가 그들의 홍보 영상에 출연을 하면, 죽을 때까지 그 카페의 커피를 공짜로 제공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연락처와 메일 주소를 그 자리에서 주고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촬영 당일! F와 카메라맨을 포함한 우리 셋은 어느 카페에서 오늘 촬영에 대한 간단한 회의를 하였다. 대충 콘티는 이러했다. 내가 플래그스태프 가든의 잔디밭에서 누워 열두발 상모를 돌리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다. 그러면 BGM과 함께 광고 문구가 나온다.
“지금 이 남자가 마시고 있는 음료, 궁금하지 않으세요? OOO Kaffe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촬영도 재미있게 끝났고, 최종 영상물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는지는 모르겠다.
(카페는 결국 내가 호주를 떠나고 나서야 오픈을 하였다. 평생 카페 이용권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다만, 카페 오픈 전에 있었던, 카페의 시음회에는 그녀의 초대로 참석할 수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양질의 커피콩들로부터 서른 종류가 넘는 각기 다른 커피들을 한 자리에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많이 마신 커피로 인해 잠을 못 자는 피곤함도 더불어 경험해볼 수 있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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