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거리에서) 비욘세와 함께 춤을

<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by 김정배

“혹시 이 곡으로도 춤을 출 수 있어요?”
얼굴이 하얀 세 명의 여학생들이 나에게 물었다.
“한번 해 볼게요. 그런데 노래가 너무 느리면, 이 모자를 돌리는 게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만약 당신이 이 노래로 춤을 춰 준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거예요.”
“네, 여기 제 핸드폰에 노래 제목만 검색해줄래요?”


나의 스피커에서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힙합 풍의 이 노래에 맞추어 어떻게 춤을 춰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익숙한 가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수가 비욘세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친구들이 비욘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캐치하고 나니, 그다음에는 어떠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면 될지 자동으로 떠올랐다.


‘<Single lady>, <Honestly>, <Irrepressible>, <Love on top> 같은 비욘세의 히트곡들로 대화의 물꼬를 트면, 이 친구들이 내게 더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오겠지? 기왕 하는 거, 아예 비욘세의 춤도 따라 춰 볼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춤치인 나는 비욘세의 섹시 댄스를 따라 출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귀여운 세 친구들은 어떻게든 내가 비욘세의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들 삼총사로부터 3:1 전문 과외를 받기에 이르렀다. 하하하하.


다 큰 총각이 청소년 여학생들에게 섹시 댄스를 배우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주책 같아 보였다. 하지만 또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누구에게서 비욘세의 춤을 또 배워보겠냐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제서야 나는 이 유쾌한 세 명의 친구들과 그 순간, 순간을 웃고 떠들며 즐길 수가 있었다.
이 친구들은 내가 그들에게서 배운 춤 동작을 열심히 연습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러 오겠다며, 일주일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라고 하였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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