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계란국에 토마토를 넣다니!

by 김정배

R이라는 중국 친구는 나에게 쓰촨식 중국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였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천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기에 나는 쓰촨(사천)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매운 음식이라면 한국 음식도 세계 어디 가서도 뒤처지지 않기에, 과연 이 중국 요리들은 얼마나 매운 음식들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도, 즐겨 먹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음식에 대한 궁금증만 많은 편이다.) 시내의 어느 식당에 도착한 후,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메뉴를 추천받았다.


그녀는 음식이 전체적으로 나에게 매울 수도 있으니, 매운 기를 덜어줄 수 있는 국 종류도 사이드 메뉴로 하나 시킬 것을 권하였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확인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기 메뉴로 토마토 계란국이 있었다. 아니, 세상에나! 계란국에 토마토를 넣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토마토 계란국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맛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유 모를 거부감과 혐오감이 들었다. 나는 그냥 깔끔한 계란국이 먹고 싶은데, 굳이 왜 여기에 토마토를 넣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음식을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결국 토마토 계란국을 시키고야 말았다. 첫째로는 R의 강력 추천이 있었고, 둘째로는 어쭙잖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타국의 문화를 혐오시하고 배척하는 나의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토마토 계란국의 맛이 너무너무나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맛이 있으면 맛이 있는 대로, 맛이 없으면 맛이 없는 대로 한국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줄 거리가 생길 것 같았다.


메인 메뉴가 나오고,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지만,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토마토 계란국에만 꽂혀 있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세상에나, 계란국에 토마토를 넣다니! 쓰촨 음식을 앞에 두고도 토마토 계란국에 제일 먼저 손이 갔다. 음, 한 숟가락 푹 떠서 입안으로 넣는데,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토마토의 상콤함과 계란의 고소함이 오묘하게 잘 어울렸다. 보들보들한 계란과 몰캉몰캉한 토마토의 식감이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이 음식이 과연 방금 전까지 내가 의심과 편견과 선입견으로 주문하기를 망설였던 그 음식이 맞나 싶었다.


처음 먹어보지만, 뭔가 익숙하면서도, 또 새로 맛보는 그 신선함에 자꾸만 손이 가는 중독성이 있었다. 토마토랑 계란이랑 원래 이렇게 궁합이 잘 맞았었던가 싶었다가, 문득 오므라이스가 떠올랐다. 오므라이스를 먹을 때도, 계란말이를 먹을 때도, 케첩이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사람이 토마토 계란국을 혐오하고 있었다니,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 찼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 곳 음식 어떻냐고 물어보는 R의 대답에 나는 괜시리 얼굴이 빨개져, 혼잣말로 속삭였다. ‘정배야, 겉모습만으로 그 음식을 쉽사리 평가하지 말자. 현지인이 추천하는 음식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경계해야 할 것이 어디 이 음식뿐이랴, 사람을 대할 때도, 외모로, 선입견으로 그 사람을 지레짐작하여 평가하는 일을 삼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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