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or White : 까맣거나 혹은 하얗거나

나는 당신의 피부가 하얗든, 까맣든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by 김정배

중학교 때,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뮤직 비디오를 처음 접하고는 그의 음악과 그의 퍼포먼스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이클 잭슨, 그는 여느 가수들처럼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 노래한 것이 아니라, 희망, 평등, 평화와 같은 상징적인 메시지도 노래 부른 가수라서 그런지 나는 그의 노래가, 그의 음악 철학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호주에서 버스킹을 할 때도 마이클 잭슨의 노래들을 자주 종종 틀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맞추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나이 지긋하신 백인 할아버지께서 다가오시더니, 나에게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에 한 명이라고 대답하였더니, 자신도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마이클 잭슨이라고 하셨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신도 이 곳에서 함께 춤을 춰도 되겠느냐고 도리어 내게 물으셨다. 물론이지요, 함께 무대를 빛내주신다면야 제가 다 영광이지요.


나는 제대로 된 마이클 잭슨의 춤이라고 해봐야 <Billy jean>의 전주 부분밖에 모르는데, 이 할아버지께서는 마이클 잭슨의 안무에 본인의 춤사위까지 더하여 노래를 제대로 즐기셨다. 그 모습이 너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노래는 계속 흐르는데 나는 내 춤은 안 추고 자꾸 할아버님의 춤만 구경하였다. 친할아버지의 동년배쯤 되시는 분과 거리 한복판에서 함께 춤을 추게 될 줄이야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할아버지께서 아직 살아계셨다고 하더라도, 내가 할아버지와 함께 춤을 출 기회가 있긴 했었을까.


할아버지께서는 감사의 표시로 나에게 조금이라도 후원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데 자신이 신용카드만 가지고 장을 보러 나온 탓에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이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대신에 자신의 성의 표시니, 자신이 마트에서 구매한 식료품이라도 받아달라고 하셨다. 그의 식료품 봉투에는 고기와 채소, 우유와 과일, 간식거리 등이 가득 담겨있었다.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함께 춤춰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고,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기어코 내 손에 식료품 비닐을 꼬옥 쥐어주시고는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네셨다.


때마침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 노래가 흘러나온다.
“당신이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면, 나는 당신의 피부가 하얗든, 까맣든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래요, 저도 그래요. 당신이 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신다면, 저는 당신이 한국인이든, 한국인이 아니든, 나이가 많든, 나이가 적든, 당신이 남자든, 여자든, 저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래요, 당신이 정말로 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신다면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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