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이 있는 도시, 멜버른

<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by 김정배

멜버른이라는 도시에는 참으로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있다. 비행기와 기차, 버스와 택시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배와 마차까지도 있다. 남반구의 작은 유럽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답게, 마차를 모는 마부들은 모두 유럽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 이처럼 멜버른에는 도심을 가득 채운 유럽풍의 건물들을 제외하더라도, 도시의 이곳저곳에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다. 지내면 지낼수록 이 곳 멜버른은 참으로 멋이 있고, 품위가 있고, 낭만이 있는 도시이다.

내가 처음 호주 멜버른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고 했을 때, 유년시절을 멜버른에서 보낸 한 대학교 후배가 나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오빠, 멜버른에서 트램(지상 위를 달리는 경전철)이나 기차를 타면, 꼭 오빠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내리셔야 해요. 멜버른은 대중교통이 다 수동문이에요.”
나는 그 후배가 나를 골리려고 장난을 치는 이야기인지 알았다. 왜 주위에 그런 장난들 있지 않은가. 비행기를 탈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든가. 여권이 없으면 제주도행 비행기도 탈 수 없다든가 하는 그런 장난들 말이다. 하다못해 우리나라 시골 마을버스도 다 자동문인데, 멜버른 같은 국제도시의 대중교통이 다 수동문이라고 하니 믿겨지지 않을 수밖에......

한국에서 후배가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도착역에서 멍하니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가, 그다음 정거장까지 가만히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정차하는 정거장의 수와 비교하여, 기차와 트램의 이용자 수가 적은 멜버른에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자동문이 아닌, 수동문을 사용한단다. 호주처럼 땅은 넓고, 인구는 적은 나라니까 가능한 일이지, 우리나라처럼 땅은 좁은데, 인구는 많은 나라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하하하.

내가 버스킹을 하는 스완스톤 스트리트에도 트램 노선이 지나갔다. 이 거리에서는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없이, 오로지 양 노선의 트램들만이 대로를 관통하였다. 오직 트램만이 달릴 수 있는 이 세로 모양의 스트리트도 다른 가로 스트리트와 만나는 교차로에서는 신호등의 신호에 따라 멈출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정차해있는 트램의 창가 쪽을 향해 내가 상모를 휙 돌려주면, 그 칸에 있던 사람들은 휘둥그레 깜짝 놀라 창문 쪽으로 얼굴을 갖다 대었다. 그러면 나도 기분이 좋아져 그들을 위해 상모를 휙휙 몇 번 더 돌리고, 그들에게 손인사를 보냈다. 트램 속의 시민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어김없이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그래서 나는 멜버른의 트램에 유난히 더 애착이 갔다. 트램에는 항상 나의 팬들만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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