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s Don’t Lie - Prep
청년지원사업 본부는 생각보다 크고 허름했다. 그래서 오히려 신뢰 갔다.
2층 세미나실에 갔다. 본실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 개념의 공간에는 정수기와 다양한 간식이 협탁 위에 줄지어 있었다. 젊은 20대 초반 여자 둘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대화하고 있었다. 약간 긴장되었다. 나도 아는 사람이 있었으면 좀 덜 긴장할 텐데, 아니. 사실 긴장감은 거의 없었다. 다만 관찰자가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스며들 듯 들어갔다. 약속된 시간에 거의 딱 맞춰 도착하게 됐는데 내가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 사람들이 들어왔다. 추후에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기수에 참가자가 훨씬 늘었다고 한다. 이전엔 6인조 테이블 2개면 됐는데 이젠 6개나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상상한 분위기보다 덜 우울했다. 가기 전에 내가 상상한 건 소심하고, 침울하고, 부정적인 인상의 사람들이었다. 자기 관리가 잘 안 되어 깔끔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좌절해 있어서 당당함을 잃어버린, 친해지고 싶지 않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의외였다. 물론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잘 씻지 않아서 머리가 기름진 사람, 뭔가 불안한지 계속해서 과자를 뜯어먹는 사람 등.
하여간 나는 무언가 결점이 있어서 우린 여기에 모여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사회의 루저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 중 하나로써 참여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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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강의부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 취지, 지원자격, 어떤 시간을 가지게 되는지, 등 - 는 일주일 전에 자세히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첫 시간은 어떠할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유튜브 쇼츠를 만들어서 수익 창출하는 지역 유튜버가 강의자였다. 언제, 어떤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유튜브를 올릴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면 좋은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줬다. 궁금한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요약을 해두겠다.
그분은 아내와 외식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는 음식점마다 짬짬이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다 보니 우연히 영상들 중 하나가 조회수가 터졌다고 한다. 완벽한 영상을 촬영하려고 하기보다 대강 구도 맞추어 촬영한 영상을 툴을 활용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의 영상을 만들면 된다고 한다. 본인의 경우 말을 빨리, 정확히 잘 말하기 때문에 영상을 촬영, 컷편집 후 대본을 만든 뒤에 한 번에 녹음한 음성을 영상에 붙인다고 한다. 직접 편집하는 과정도 짤막하게 보여줬는데, 막연히 기획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맥북으로 편집하고, imovie, Vrew(자막인식), Cap cut(컷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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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 그러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내가 가장 별로인... 그런 집단에 속해있는 게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배웠다. 이번에 내가 속하게 된 집단은 글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좀 별로인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무직은 매력이 없다.
나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속한 집단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현재 참석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집단은 어떤 집단인지 잘 모르겠다. 방금 말했듯이 별로인 집단이라고 생각 중이긴 하지만 더 겪어봐야 알 것 같다.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집단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에 간다고는 했지만 지원했던 프로그램에 갈까, 말까 고민을 했던 것도 내가 생각했을 때 아무것도 아닌, 미취업자 집단에 들어가 있는 나 자신이 싫어진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간 이유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고, 꾸준히 나가면 돈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자존심보다 돈이 더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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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깐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말인데, 막상 대통령들 모임에 나가 봐도 뛰어나게 영민하며 순발력 있는 지도자가 있는 반면, 생각보다 그렇게 똑똑하지 못한 - 병신 같은 - 사람이 대통령인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물론 오바마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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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희미해서 chat GPT에 진위를 확인해 봤다.
“하버드에도 fools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절대 책임을 맡기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뛰어나고 탁월한 사람들도 있었다.”
즉, 권위 있는 집단이라고 해서 모두 뛰어난 건 아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요지의 팟캐스트 ‘The Pivot’ 인터뷰 중의 내용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Ol7HTXuLvk
어느 모집단에 있든, 그게 얼마나 똑똑하다고 판단되는 집단인지, 얼마나 무능력하다고 판단되는 집단이던지 상관없이 모든 집단마다 똑똑한 사람은 있고, 멍청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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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런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는 5km를 달렸고, 오늘 저녁에는 2km를 달렸다. 몸무게를 2kg 정도 감량했는데 앞으로 3kg 더 감량할 예정이다. 몸무게라도 내 마음대로 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체중을 줄이는 이유는 많이 살쪄서가 아니라 날렵해진 몸을 가지고 싶어서이다. 민첩한 하루가 되려면 몸이 가벼운 게 유리하다.
요즘 일본어를 참 많이 듣게 된다. 시끄러워 = 우루사이, 됐다 = 마 이… 이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