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th of July - Sufjan Stevens
이번에 카카오톡 상태메시지 페이지가 인스타 피드처럼 바뀌었다. 나는 이걸로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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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가장 좋아하던 친구가 결혼했다. 지금은 자연스레 멀어진 친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1학년 때 고향에서 다른 친구들과 다 함께 모였던 게 마지막 연락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 친구도 서로 먼저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서로가 필요하지 않아 져서라기보다 지역도 멀어지고, 공유하는 일상이 달라지고, 관심사도 사실 그렇게 크게 겹치지지 않았던 게 한몫했던 것 같다.
그 친구가 좋았던 건 생각해 보면 단순하다. 서로 잘 웃기고, 웃어줘서 그때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실없는 농담, 맥 빠지는 장난치는 게 너무 즐거웠다. 고등학생 때 같이 급식 먹던 친구들 중에 가장 많이 내 농담에 웃어준 친구라서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털털하고, 웃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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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상태메시지 창 바뀐 것을 확인하고 쭉 스크롤해 봤다.
그 친구의 첫 사진은 웬 남자와 팔짱을 끼고 꽤나 격식 있게 찍은 사진이었다. 남자친구인가 보다. 생각하고 스크롤을 계속 내렸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귀여운 아기 사진 피드, 다른 친구의 어딘지 모르겠는 해외 목장 같은 데에서 찍은 듯한 전신샷, 이름도 잘 모르는 어떤 캐릭터 모형 앞에서 사진 찍은 얼굴, 꽃다발 사진…. 과거에 나와 만났던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쭉쭉 스쳐 지나갔다. 오래간만에 접한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신기해서 계속 내려보게 됐다.
그리고 그 친구의 소식을 제일 기다리며 스크롤했는데, 지금으로부터 1년 전쯤 올린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레터링이 있는 생크림 케이크를 기념하며 찍은 사진이다. 무엇을 기념하며..? 글씨를 확대해 보니, ‘유부녀의 세계에 오게 된 것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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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글귀를 보고 적잖이 충격받았다. 유부녀? 네가?
저녁 먹기 전에 발견했는데 입맛이 뚝 떨어졌다.
좀 마음이 복잡해졌다. 너는 내가 가지 않는 길을 새롭게 개척하게 되었구나. 잘 살기 바라.라는 축하하는 마음 약간, 그리고 지금 내 나이가 결혼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는 게 실감되어서,라는 마음 아주 많이…
너는 내 기억 속에 아직도 철없고 발랄한 여고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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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결혼하게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약간 허전하기도 하다. 난 여전히 과거에 멈춰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어린애 같은데 내 친구는 믿음직한 사람을 만나서 중대사를 결정 내리다니. 솔직히 나는 많이 이기적이라서 축하하고 대단하다,라는 감탄보다도 내 20대 삶을 돌아보는 데에 더 신경 쓰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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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결혼을 한다면 적령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로 생각할 것 같다. 왜냐하면 결혼 이후에 결정되는 또 다른 집안의 중대사 - 아이 갖기 -에 대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현시점에서 적령기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부인하고 싶진 않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야 결혼할 생각을 하지,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결혼을 전제로 사람을 만난다?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슥거리고 울렁거린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출산해서 아이를 가지고 싶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솔직히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도 주위에 없다. 사귀지도 않았고, 결혼생각하게 하는 사람도 없는데 뭔가 당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미성숙한데 아이를 갖는다? 그건 애한테 짐을 떠넘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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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해 봤다. 만약 내가 결혼도 안 했고, 가임시기도 지났는데 아이 하나를 기를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주어진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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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같은 나이의 친구가 결혼했다고 해서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서로 더 멀어지겠구나 싶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나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곳에 시간을 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혼은커녕 연애를 해보지도 않았다는 게 솔직히 자랑은 아니다. 부끄러워할 것도 아니지만.
연애를 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서로 카테고리를 나눠야 할 수준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 갖는 장점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능숙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 모두 티가 난다.
그런 면에서 이제까지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 소홀히 해왔다는 것을 느껴서 아쉬움을 느낀다.
변론하자면 나는 사람들이 너무 싫은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해치지 않고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게 용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이 왜 싫냐고 묻는다면, 종류가 다양하다.
그냥 싫은 사람도 있고, 특유의 표정이 느끼해서 싫은 사람도 있고, 잘 씻지 않아서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고, 너무 소심해서 싫은 사람이 있다. 반대로 너무 외향적이어서 싫은 사람이 있고, 도덕적인 판단 기준이 너무 달라서 싫은 사람이 있고, 대화가 안 통해서 싫은 사람도 있다. 너무 이기적이어서 싫은 사람도 있고, 너무 이타적이어서 싫은 사람도 있다. 너무 잘나서 싫은 사람도 있고, 나와 너무 닮아서 싫은 사람도 있다. 아무튼 간에 사람을 미워하기로 하면 끝이 없어진다.
아무튼 간에 사람이 싫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해서, 가 가장 크겠다. 타인이 싫은데 왜 ’ 내‘가 나오는지 궁금해하실 수 있겠다. 약간의 설명만 드리자면, 나는 타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겹쳐볼 때가 종종 있다. 누군가의 모습을 봤을 때,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 특징이 겹쳐져 보이면 자기혐오가 일어나고, 그게 타인에게 묻어버린다.
나는 종종 사람이 이유 없이 미워질 때가 아직도 있다. 예전엔 그게 견딜 수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내가 그곳을 떠나야 할 정도로 미웠다면, 지금은 흐린 눈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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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깊어진 느낌이 있는데, 아무튼 간에 나는 이렇게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라서 누군가를 좋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고등학생 때 이후로는? 전혀 없다. 마음에 드는 인간? 전혀 없다.
좀 불쌍하기도 하다. 이러니까 주위에 사람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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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 순간도 다 지나가고 있다. 나는 뭘 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