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과 라코스테 운동화

신발장 속 숨겨둔 내 부끄러움

by Logan

집을 떠나 서울에 첫발을 디디고, 한 달이 지났다. 당시 나는 수습사원이었다. 회사 내규라며 급여의 70%만 통장에 찍혔다. 170만 원 남짓.


서울의 비싼 월세를 내고 관리비를 떼고 나니 통장이 헐거웠다. 설에 내려가 엄마와 함께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사실 나는 조금 계산적이었다. 엄마는 무슨 선물이냐고 괜찮다며 손짓하셨다. 너 옷 사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이런 엄마에게 나는 더 좋은 선물도 사드릴 수 있었지만, 괜히 생활비가 걱정되어 스스로 적당히 타협했다. 타협점은 10만 원대의 하얀 라코스테 단화. 나는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부담 없는 가격표를 보며 안도했다. 계산대에서 엄마는 이렇게 좋은 걸 사줘도 되냐고 내게 물었다.


그렇게 몇 해가 흘렀다. 서울 물 좀 먹었다고 나는 이제 비싼 나이키 신발을 신고, 더 맛있는 걸 먹었다. 양꼬치나 삼겹살 정도는 가볍게 먹을 수 있었달까.


그러고 시간이 흘러 오랜만에 내려간 제주 본가, 현관에서 부모님과 함께 외출하려는데, 엄마는 모르는 브랜드의 지저분한 운동화를 신었다. 문득 그때의 운동화가 떠올랐다.


"엄마, 내가 첫 월급으로 사준 거 왜 안 신어?"

"아까워서 못 신겠어."


타박하며 열어본 신발장 깊은 구석에 그 신발이 있었다.

새 하얀 가죽. 밑창 한번 닳지 않은 새것 그대로.


가슴이 턱 막혔다. 나는 고작 생활비 걱정에 벌벌 떨며 '적당한' 가격을 골라 드렸는데, 엄마는 그게 뭐라고 아까워서 발 한번 못 넣고 모셔두었을까. 신발장엔 나의 옹졸했던 170만 원이 가장 귀한 보물처럼 박제되어 있었다.


그 하얀 라코스테 운동화 앞에서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다음에 내려올 땐 억지로라도 엄마 발에 신발을 구겨 넣고, 흙길이라도 걸어야겠다. 저 신발이 헌 신발이 되어야 내 마음이 좀 덜 부끄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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