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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Dec 18. 2024

대실 해밋의 <붉은 수확Red Harvest>

영화 <로드하우스 나이츠Roadhouse Nights> 1930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요짐보>(1961).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1996)   

  

대실 해밋의 추리소설. 무미건조한 묘사와 극사실주를의를 표방한 소설이다. 작품의 성격상 피의 수확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나 정식 발매된 황금가지판에서는 이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거론된다. 시대적 배경 자체는 <라스트 맨 스탠딩>이 원작인 <붉은 수확>에 가장 가깝다. 대실 해밋의 <유리 열쇠>와 <붉은 수확>의 하드보일드 적이고 느와르 적인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여 성공을 거둔 영화 중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Miller’s Crossing>(1990)은 독보적이다. 2005년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영화 <브릭Brick>은 대실 해밋 작품의 여러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영화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내가 건넨 명함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았다. 어떤 명함을 들이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성실한 조합원으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세계 산업노동자 조합의 퍼슨빌 지부장으로서 내 정체를 밝히는 한편, 그 직위를 맡고 있는 한 급진적인 중요 사안들을 결코 발설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 관심사는 퍼슨빌이었으니까. 퀸트는 내 빨간 명함에 관해 무심한 듯 캐묻는 중간중간 퍼슨빌에 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내가 빌 퀸트에게서 알아낸 것은 다음과 같다. 

퍼슨빌의 모든 것은 40년 동안 일라이휴 윌슨(오늘 잠 살해된 사내의 아버지) 소유였다. 일라이휴 윌슨은 퍼슨빌 광업회사와 퍼스트 내셔널 은행의 사장이자 대주주이고, 둘밖에 없는 지역 신문 <모닝 헤럴드>와 <이브닝 헤럴드>의 소유주일 뿐아니라 그 밖에도 열 손가락에 꼽을 만한 거의 모든 알짜배기 기업을 적어도 공동으로 소유한 영감이었다. 또한 상원의원 한 명과 하원의원 두 명, 주지사, 시장, 주의회 의원 등 대다수 정계 요인까지 쥐락펴락했다. 일라이휴 윌슨은 퍼슨빌 자체이며, 거의 카운티 전체와 다름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 전역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세계 산업노동자 조합은 퍼슨빌 광업회사의 노동자들을 산하에 받아들였다. 노동자들은 그리 귀한 대접을 받아 오지 못했던 터라 새로 얻은 힘을 사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 일라이휴 영감은 꼭 주어야 할 것만 주고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때는 1921년이었다. 사업이 부진했다. 일라이휴 영감은 회사 문을 잠시 닫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노동자들과 맺었던 협정을 파기하고 그들을 다시 전쟁 이전의 상태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노동자들은 시카고 세계 산업노동자 조합 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조합 본부에서는 빌 퀸트를 보내 조치를 취하게 했다. 퀸트는 공공연한 동맹 파업에 반대하고 출근은 하되 일은 태만히 하는 오래된 사보타주 전술을 권했다. 그러나 퍼슨빌 노동자들은 그따위 고리타분한 방법은 씨도 먹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노동 운동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대단한 노동운동을 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P18-19)  

   

“오늘 밤 죽은 그 친구, 그러니까 일라이휴 영감의 아들은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내가 퀸트의 말을 끊고 물었다. 

“아비가 시키는 대로 하다가 그 꼴이 된 거지요?”

“그럼 그 영감이 자기 아들을.....?”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그리 생각진 않습니다. 도널드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노인네 대신 신문사를 경영하기 시작했죠. 그 늙은 악마는 죽을 때가 가까워지긴 했지만 누가 자기 걸 훔쳐 가는데 가만히 있을 양반이 아니거든. 하지만 그 세 놈들한테 티를 내선 안 됐지요. 그래서 파리에 있던 자기 아들이랑 프랑스인 며느리를 불러다 대신 재주를 부리게 한 겁니다. 지랄 맞게 훌륭한 술수였지요. 도널드가 신문으로 개혁 운동을 시작했으니까. 이 도시에서 악덕과 부패를 몰아내겠다는 건 결국 피트와 루와 위스퍼를 몰아내겠다는 거거든. 아시겠습니까? 그 노인네는 놈들을 몰아내려고 아들을 이용한 겁니다. 하지만 놈들이 그렇게 쉽사리 밀려날 리가 없죠.”

“뭔가 냄새가 좀 나는군요.”

“이 지저분한 바닥엔 냄새 나지 않는 게 없죠. 이만하면 됐습니까?”            (P21-22)    

 

<모닝 헤럴드>는 양면에 걸쳐 도널드 윌슨의 죽음을 보도했다. 신문에 실린 그의 얼굴은 곱슬머리와 미소를 머금은 눈과 입, 끝이 갈라진 턱, 줄무늬 넥타이가 함께 어우러져 쾌활하고 똑똑해 보였다. 

도널드 윌슨이 사망한 경위는 간단했다. 그는 전날 밤 10시 40분. 배와 가슴과 등에 총알을 네 발 맞고 즉사했다. 총을 맞은 장소는 허리케인가 1100블록. 그 블록 주민들이 총소리를 듣고 내다보았을 때 도널드 윌슨은 이미 죽어서 길가에 뻗어 있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시체를 굽어보고 있었지만 거리가 너무 어두워서 사람도 물건도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두 남녀는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본 사람도 없었다. 

윌슨에게 발사된 총알은 여섯 발이었고 흉기는 32구경 권총이었다. 두 발은 빗나가서 어떤 집의 벽에 박혔다. 경찰은 이 두 발의 탄도를 추적해서 총알이 길 건너편 좁은 골목에서 날아왔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모닝 헤럴드>는 사설에서 사회개혁가로서 고 도널드 윌슨의 짧은 이력을 소개하고, 퍼슨빌의 개혁을 원치 않는 누군가가 그를 살해했으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덧붙여 경찰서장이 이 사건의 공모자가 아님을 입증하려면 살인자를 신속히 체포하여 유죄 판결을 받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P24-25)     

댄 롤프가 입술까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다이나 브랜드가 나른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를 짓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 신사 분은 내가 빌한테서 아무것도 받아 내지 못한 줄 아나 봐요, 댄.” 다이나는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한 손을 내 무릎에 올려놓았다. “탐정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회사의 노동자들이 파업할 거라는 사실과 그 날짜까지 미리 알게 되었다고. 언제 파업을 그만둘지도 알고요. 그럼 그 정보와 얼마간의 자본을 갖고 주식시장에서 뛰어들면 그 회사의 주식으로 재미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연하죠! 그러니까 빌이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다이나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맺자 내가 말했다. 

“당신 정말 썩어 빠졌군.”                  (P63)    

 

“그랬지, 애송이.” 영감의 목소리에서 바보 같은 의기양양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자네가 말한 분별 있는 얘길 하려고 부른 거야. 날 대신해서 이 돼지우리 같은 포이즌빌을 청소하고 크고 작은 쥐새끼들을 쫓아낼 사람이 필요해. 이건 대장부가 할 일이지. 자넨 대장분가?”

“그렇게 멋들어지게 말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용건만 말씀하십쇼.” 내가 화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제게 의뢰하실 일이 있고 그에 걸맞은 보수를 지불하신다면 일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쥐새끼들을 쫓아낸다느니 돼지우리를 청소한다느니 하는 바보 같은 말은 저하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좋아, 난 퍼슨빌에서 악당들을 몰아내고 싶네. 이만하면 알아듣겠나?”

“오늘 아침만 해도 안 그러시더니, 왜 마음이 바뀌신 겁니까?”

영감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상소리를 섞어 가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퍼슨빌은 내가 내 손으로 벽돌 하나하나 쌓다시피 해서 세운 도시니, 이대로 내버려 두든 깡그리 밀어 버리든 마음대로 할 것이다. 누가 됐든 이 도시에서 나를 협박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놈들을 내버려 뒀지만, 놈들이 이 일라이휴 윌슨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 시작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겠다. 영감은 시체를 가리키며 뻐기는 것으로 한바탕 연설을 마쳤다.                  (P74-75)     


“제가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뢰비는 1만 달러고요.”

“1만 달러라고! 젠장맞을. 내가 왜 눈곱만큼도 모르는 작자한테 그런 거액을 줘야 하지? 하는 일이라곤 주둥이 놀리는 것밖에 없는 인간한테 말이야.”

“농담은 관두십쇼. 제가 ‘저’라고 할 땐 ‘콘티넨털 탐정사무소’를 말하는 겁니다. 그곳은 아시잖습니까.”

“그곳이야 알지. 거기서도 날 알고.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야....”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영감님이 몰아내고 싶어 하는 자들은 어제의 친구였습니다. 어쩌면 다음 주엔 다시 친구가 될지도 모르죠. 그건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영감님을 대신해서 정치 공작을 펴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 버릇을 가르치는 일을 돕다가 그게 달성되면 손을 떼겠다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일을 맡기고 싶으시다면, 일을 완전히 끝내는 데 필요한 돈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남은 돈은 돌려드릴 겁니다. 하지만 완전히 맡겨 주시든지, 아니면 아예 포기하시든지 하십쇼. 모 아니면 도, 이게 제 방식입니다. 결정하십쇼.”         (P77)     


나는 앨버리가 눈을 내리깔 때가지 그를 비웃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자네는 너무 말을 많이 했어, 애송이. 자기 인생에 비밀이라곤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너무 열심이었다고. 아마추어 범죄자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지.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보이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거야.” 앨버리는 두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P101)  

   

“고함은 그만 치시죠. 도시를 깔끔하게 청소해 드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못 드립니다. 그게 영감님이 거래한 내용이었으니, 거래한 대로 받으실 겁니다. 이제 영감님이 아드님이 친구들이 아니라 앨버리라는 애송이한테 살해됐단 건 알게 되었습니다. 영감님 친구들도 탈러가 영감님을 도와 그들을 배신하려 했던 게 아니었단 걸 알게 됐죠. 아드님이 죽었으니 영감님은 신문사들이 더 이상 파헤치지 못할 거라고 친구들에게 약속할수 있게 됐고요. 모든 게 다시 사랑스럽고 평화로워진 겁니다. 

말씀드렸듯이 제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바로 그래서 영감님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은 거죠. 영감님은 이제 꼼짝 못합니다. 수표도 지급 보증됐으니 지급을 중단할 순 없습니다. 신용지시서는 계약만큼의 효력은 없지만, 그걸 증명하려면 법정에 서야 할 겁니다. 그런 식으로 언론에 노출되고 싶으시다면 좋을 대로 하십쇼. 얼마든지 노출되게 해 드립죠.

영감님의 뚱보 경찰서장 나리가 어젯밤 날 암살하려 하더군요. 맘에 안 듭니다. 저는 비열한 놈이라 그 인간을 뭉개 버리고 싶습니다. 이제 제가 즐길 차례군요. 영감님이 주신 1만 달러면 유흥비로 충분하죠. 그걸로 포이즌빌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까발릴 겁니다. 되도록 주기적으로 보고해 드리죠. 맘에 드셨으면 합니다.”

나는 윙윙거리는 영감의 욕설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P108-109)  

   

탈러가 속삭이는 듯한 쉰 목소리로 말했다.

“포이즌빌에 전쟁을 선포하셨다고.”

“날 탓하진 마시오. 이 도시를 환기하고 싶어 하는 의뢰인이 있는 것뿐이니.”

“‘싶어 하는’이 아니라 ‘싶어 했던’이겠지.” 탈러가 자리에 앉으면서 내 말을 바로잡았다.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떻겠소?”

나는 한바탕 연설을 했다.

“그건 안 되오. 포이즌빌이 나를 환대해 준 방식이 맘에 안 들거든. 이제 기회가 생겼으니 갚아 줄 생각이오. 어쨌거나 그 말은 당신도 클럽 멤버로 돌아가 다시 한 형제가 되어 지난 일은 묻어 버리기로 했다. 뭐 그런 뜻이로군. 당신은 가만두길 바라나 본데, 나도 한때 나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두길 바란 때가 있었소. 그때 날 가만뒀다면 지금쯤 샌프란시스코행 기차를 타고 있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렇지 않았소. 특히 뚱보 년이 날 그냥 두지 않았지. 그는 이틀 동안 내 대갈통을 두 번이나 노렸소. 그거면 충분하지. 이제 내가 그를 넝마로 만들 차례고, 바로 그게 내가 하려는 거요. 포이즌빌은 수확할 때가 됐소.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난 그 일을 할 거요.”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P113-114)   

  

부시의 왼쪽 글로브가 아래로 내려가더니 실제로 눈 깜짝할 사이에 쿠퍼의 복부를 강타했다. 쿠퍼는 “억!”하더니 주저않을 듯이 뒤로 물러났다.

부시는 오른손으로 쿠퍼를 일으켜 세우더니 왼손으로 다시 복부를 가격했다. 쿠퍼는 다시 “억!” 하면서 무릎이 풀렸다. 

부시는 쿠퍼의 머리를 양쪽으로 한 번씩 두드리고 기다란 왼팔로 조심스레 쿠퍼의 얼굴을 제 위치에 놓은 다음 뒤로 당겼던 오른손을 쿠퍼의 턱을 향해 똑바로 뻗어 올렸다. 

장내의 관객 모두가 그 펀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쿠퍼는 바닥에 쓰러졌고, 퉁 튀어 오르더니 도로 쓰러졌다. 

레퍼리가 10을 세는 데 30초가 걸렸다. 30초가 아니라 30분이 걸려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키드 쿠퍼는 의식을 잃었다.

레퍼리는 마침내 카운트를 마치고 부시의 손을 들었다. 둘 다 기쁜 얼굴은 아니었다. 

그때 저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빛 한 줄기가 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발코니 좌석 중 한 곳에서 짧은 은빛 빛줄기가 날아 내려왔다. 

한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 은빛 빛줄기는 퍽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뚝 하는 소리 같기도 한 소리를 내며 링에서 빛을 잃었다. 

그 순간 아이크 부시가 레퍼리의 손에서 팔을 빼고 키드 쿠퍼 위로 쓰러졌다. 부시의 목 뒤에 검은 칼의 손잡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P131-132)     


“그쯤 해 두시죠. 도시 정화는 어떻게 할 계획이죠?”

“내가 들은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면, 탈러와 핀란드인 피트, 루 야드, 누넌이 바로 포이즌빌을 단내 나는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오. 일라이휴 영감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전부 그의 탓이라고 하기는 어렵소. 게다가 본인은 원치 않을지라도 영감은 내 의뢰인이니 그에게는 살살 하려고 하오.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나머지 인간들만 유죄로 만들 수 있는 일을 모조리 파헤쳐서 끝장을 보는 거요. 광고라도 할까. ‘범죄 구함, 남녀 불문.’ 내 생각만큼 타락했다면 그들을 교수대에 보낼 만한 일 한두 개 정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닐거요.“

“복싱 시합 배팅에 농간을 부린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어요?”

“그건 실험일 뿐이었소.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려고.”

“그러니까 그게 당신네 과학적 탐정들이 일하는 방식이군요. 세상에나! 중년에, 뚱뚱하고, 무정하고, 옹고집인 남자가 이렇게 막연한 방식에 기댄다는 소린 또 처음 듣네요.”

“때로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가다가는 휘저어 놓는 것도 좋거든. 그러자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살아남을 만큼 강해야겠지. 그래야 절정에 이르렀을 때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을테니까.”

“그 말을 들으니 한잔 더 마시고 싶네요.”                (P142-143)     


나는 호텔로 돌아와 찬 물로 목욕을 했다. 풀어진 몸을 조일 필요가 있었는데 덕분에 몸이 꽉 조여 드는 느낌이었다. 마흔이 되어서도 잠 대신 진으로 버틸 수 있기는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나는 옷을 입고 문서 하나를 작성했다. 

팀 누넌은 죽기 직전에 맥스 탈러가 쏜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밥 맥스웨인 형사가 그 얘기를 들었다. 나는 맥스웨인 형사에게 200달러와 1000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며 그 일에 관해 입을 다물고 대신 자살로 보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문서를 주머니에 넣은 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커피로 배를 채우다시피 하고 시티 병원으로 갔다.                  (P153)  

   

탈러가 잡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누넌과 그가 이끌고 온 경찰들과 내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제리와 탈러를 시청으로 데려갔을 때 적어도 백여 명의 사람들이 주위에 둘러서서 우리를 지켜보았다. 

모두가 기뻐하는 얼굴만은 아니었다. 누넌의 부하들(좋게 말해도 시시한 무리)은 긴장한 듯 창백한 얼굴로 어정거렸다. 하지만 누넌은 미시시피 강 서쪽에서 가장 의기양양한 사내였다. 탈러를 취조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도 그 행복감을 훼방 놓지는 못했다. 

탈러는 있을 수 있는 모든 고초를 굳건히 견뎌냈다. 그는 오직 변호사에게만 말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누넌은 탈러를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유독 그만은 두들기거나 고문 전담반에 넘기지 않았다. 탈러는 서장의 동생을 살해한 인물이었고 그 배짱도 못마땅했지만, 포이즌빌에서는 여전히 마구잡이로 굴리기 어려운 거물이었던 것이다.              (P181-182)     


“내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릴 때는 시시콜콜 보고 안 해도 돼. 탐정사무소에도 당연히 규정과 규칙이 있지만 일단 현장에 뛰어들어 작업에 들어가면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여야 해. 더구나 포이즌빌에서 윤리따위를 따지다가는 일을 다 망쳐 버리고 말아. 어쨌건 보고서란 게 지저분한 세부사항까지 모조리 적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네들도 나한테 보이기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뭐든 써 보낼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P195-196)     

“먼저 그자를 미행하게, 피트와 야드, 야드와 누넌, 피트와 누넌, 피트와 탈러, 야드와 탈러 사이를 쐐기 박듯 끊을 만한 건수가 필요해. 우리가 그자들을 마구 쑤셔 대서 사이를 갈라놓을 수만 있다면(그토록 단단한 유대 관계를 끊어낼 수만 있다면) 그자들 스스로 상대의 등에 칼을 꽂으며 우리가 할 일을 대신 해줄 거야. 탈러와 누넌을 갈라놓은 것이 출발점이었지. 하지만 이대로 그냥 있으면 우리부터 맥이 빠질 거야.

다이아 브랜드를 캐 보면 쓸 만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테지만 법정에 세우는 건 아무리 신통한 증거가 있어도 소용이 없네. 법정도 그자들이 쥐고 있는 데다가 지금 우리한테 그 방법은 너무 느려. 내가 이미 이리저리 일을 벌려 놓은 상태라 만약 보스가 냄새라도 맡을 양이면 전화통을 붙잡고 설명하라고 귀찮게만 할 테고. 샌프란시스코는 보스의 코를 속일 만큼 먼 거리가 아니잖아. 그런 일을 피하려면 그럴 듯한 결과를 들이밀어야 해. 그러니까 증거는 소용없네. 우리한테 필요한 건 다이너마이트야.”                 (P196-197)   

  

“위스퍼는 윌슨 영감 집에 숨어 있어요.” 

누넌이 고개를 홱 돌렸다.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동안 입을 씰룩이던 그는 다시 고개를 축 떨어뜨렸다. 눈빛이 흐려졌다. 

“더 이상 못해 먹겠소. 죽고 죽이는 이놈의 피의 살육에 진절머리가 나오. 이젠 도저히 못 견디겠소이다.”

누넌이 웅얼거렸다.

“평화만 찾아온다면 팀을 살인한 자에게 보복할 생각도 포기할 정도인가요?”

“그렇소.”

“당신의 복수심이 출발점 아니었습니까. 서장님만 마음을 먹으면 이 짓거리를 끝장낼 수 있을 겁니다.”

누넌이 고개를 들더니 뼈다귀를 쳐다보는 개처럼 애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친구들도 서장님만큼 진저리가 났을 겁니다. 서장님의 생각을 얘기해 보세요. 한번 모여서 화해 방법을 논의해 보시죠.”

“그래 봐야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들 생각할 거요.”

누넌이 비참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거절했다. 

“윌슨 영감네서 모이시죠. 위스퍼가 거기 진을 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 서장님이 위험을 무릅쓰게 될 테죠. 겁나십니까?”

누넌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같이 가 주겠소?”

“원하신다면.”

“고맙구려. 하, 한번 해봅시다.”                   (P238-239)    

 

나는 잔을 내려놓고 탁자 앞에 앉아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망할 놈의 도시 때문에 정말 환장하겠어. 얼른 벗어나지 않으면 나도 여기 인간들처럼 피도 눈물도 말라 버릴 거야. 지금까지 몇이지? 내가 여기 온 뒤로 살인 사건만 열댓 건이야. 도널드 윌슨, 아이크 부시, 시더 힐에서 죽은 이탈리아 놈 넷과 형사 한 명, 제리, 루 야드, 네덜란드인 야케, 실버 애로에서 죽은 블래키 웨일런과 풋 콜링스, 내가 쏜 경찰 빅 빅, 위스퍼가 여기서 쏜 금발머리, 일라이휴 영감 집에 침입한 야키마 쇼티, 이제는 누넌까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열여섯 명이야. 앞으로도 더 죽을 거고.”              (P252-253)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어. 일라이휴 영감이 처음에 날 저버린 건 단지 그자들이 완전히 소탕될 거라는 확신이 서기까지는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야. 이 작자들이 영감에게 불리한 정보를 너무 많이 쥐고 있거든. 내가 정말 그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그들 편에 붙은 거지. 영감은 엄밀히 말해서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살인자는 아니야. 더구나 이 도시를 자기 사유재산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들이 그런 식으로 도시를 빼앗아간 데 불만이 많았던 거지.

오늘 오후에 영감한테 찾아가서 내가 그들을 박살냈다는 걸 알려 줄 수도 있었어. 그러면 영감은 이성적으로 나왔겠지. 내 편을 들어 합법적으로 게임을 끝내도록 지원해 줬을 거야. 그런 방법도 있었단 말이야. 하지만 그자들이 서로 죽이도록 하는 쪽이 더 쉽고 확실했어. 그렇고말고. 이제 생각해 봐도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야. 대만족이야. 탐정사무소엔 뭐라고 보고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만약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스가 알면 날 기름에 튀겨 버릴 거야. 이 망할 놈의 도시 때문이야. 포이즌빌이 맞아. 독의 도시라고. 날 독에 중독시켰어.

잘 들어. 난 오늘 밤 윌슨 영감의 탁자 앞에 앉아 송어를 낚시바늘에 꿰어 갖고 놀 듯 그자들을 농락했어. 물고기를 낚을 때 느끼는 손맛만큼이나 흥미만점이더군. 난 내가 까발린 것 때문에 누넌이 그날 밤을 넘길 확률이 만의 하나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보며 웃었어. 마음속까지 훈훈하고 행복했다구. 그건 내 본모습이 아냐. 그나마 영혼이 남은 자리에 온통 단단한 딱지가 앉아 버렸어. 20년간 범죄를 다루다 보니 어떤 살인 사건도, 속사정은 일절 보지 않고 오직 수입원이자 일로만 볼 수 있게 됐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죽음을 계획하면서 흥분하는 건 나답지 않아. 바로 이 도시가 날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P256-258)  

   

나는 어퍼 브로드웨이에 있는 한 약국에 들어가 딕 폴리에게 내 호텔로 오라고 전화를 했다. 그는 내가 호텔에 도착한 지 몇 분 만에 도착했다. 

“다이나 브랜드가 어젯밤이나 오늘 새벽쯤에 살해됐어. 얼음송곳에 찔렸네. 경찰은 아직 몰라. 다이나에 관해서는 충분히 말해 줬으니 그 여자를 죽일 만한 자가 수도 없이 많다는 건 자네도 알 거야. 내가 먼저 찾아보고 싶은 건 세 놈이야. 위스퍼와 댄 롤프, 빌 퀸트라는 급진주의자, 그들의 인상착의는 알고 있지? 롤프는 두개골 골절로 병원에 있어. 어느 병원인지는 나도 모르니까 시티 병원부터 찾아봐. 미키 리니헌한테도 연락하고, 그 친구 아직 핀란드인 피트를 미행하고 있으니, 피트는 잠시 내버려 두고 자네를 도우라고 해. 먼저 그 세 놈이 어젯밤 어디 있었는지부터 알아봐.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는 것 명심하고.”

작은 캐나다인 탐정 딕 폴리는 내가 말하는 동안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를 지켜보았다. 그는 내게 뭔가 말할 듯 하다가 마음을 바꾸고는 “알겠습니다.”하고 방을 나갔다.           (P270-271)    

 

“로버트 앨버리의 여동생 맞지?”

극도의 공포심으로 하얗게 질린 표정 외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빠가 도널드 윌슨 살해범으로 체포된 뒤 아가씨는 이 집으로 들어와서 다이나를 감시해 왔어, 왜 그랬지?”

역시 한 마디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나는 자문자답하는 꼴이 되었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지. 아가씨는 다이나 부랜드 탓에 오빠가 살인범이 되었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기회를 노렸지. 그저께 밤에 드디어 기회가 왔어. 아가씨는 다이나가 술에 취한 걸 보고 집으로 숨어들어가 거기 있던 얼음송곳으로 그 여자를 찌른 거야.”

소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겁에 질린 그녀에게 충격을 줘 봤지만 기억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돈이 아가씨를 도와 책략을 짜 준 거야. 돈은 일라이휴 윌슨의 편지를 갖고 싶어 했거든. 돈이 편지를 찾아오라고 보낸자가 누구지? 다이나를 살해한 진범이 누구냐고. 도대체 누구냐고!”

이렇게까지 으르대 봐도 아무 소용 없었다. 헬렌의 표정, 아니 무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P300-301)    

 

나는 늘상 입에 달고 사는 불평을 시작했다. 신문이란 것은 도무지 일을 온통 어지럽혀서 사건을 수습할 수 없게 만드는 데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P303)     


수위가 시신을 발견한 순간 나는 헬렌 앨버리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 그녀를 위협하고 있었다. 헬렌은 간신히 나를 내보내고는 서둘러 돈의 사무실로 갔지만 이미 경찰이 출동해 있어서 그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했다. 내 호텔방에 들이닥친 경찰은 나를 찾지는 못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 사립탐정이라고 주장하는 마이클 리니헌이라는 남자를 발견했다. 마이클 리니헌은 아직도 경찰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 탈러와 리노, 롤프 그리고 나는 살인혐의로 수배 중이다. 기사는 수사상의 중대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끝이 났다. 

2면에는 흥미로운 반 칼럼짜리 기사가 있었다. 다이나의 시신을 발견한 셰프와 배너먼 형사가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것이다. 우리 ‘지인들’이 비열한 짓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어젯밤 일어난 약탈 사건과 피크 머리의 술집 습격 사건에 관해서는 기사 한 줄도 나지 않았다.               (P308)     

“난 진 게 아닙니다. 영감님. 내가 이긴 거라고요. 영감님은 나한테 버릇없는 녀석들이 자기 도시를 빼앗아갔다고 징징거렸죠. 핀란드인 피트와 루 야드, 위스퍼 탈러, 누넌 말입니다. 지금 그자들 모두 어디 있습니까?

야드는 화요일 오전에 죽었고, 누넌은 같은 날 밤에, 탈러는 수요일 오전에, 마지막으로 피트는 바로 조금 전에 죽었습니다. 영감님이 원하든 말든 난 영감님께 도시를 돌려 드리려고 애쓰고 있단 말입니다. 그걸 공갈이라고 한다면, 좋습니다. 그럼 이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십쇼. 시장을 잡아다가, 이 더러운 동네에도 시장은 있을 테죠. 영감님과 시장이 주지사에게 전화해서...... 내 말 끝날 때까지 잠자코 계십쇼.

주지사에게 전화해서 이곳 경찰이 영감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주류밀매꾼들이 경찰로 위장하고 있다고 성화를 하며 지원을 요청하세요. 주 방위군(일종의 예비군, 그래서 ‘화이트칼라’니 ‘통신판매군’이니 하는 표현을 쓴 것이다)이 제일 좋을 겁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감님이 두려워하던 거물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영감님이 맞서기에는 영감님한테 불리한 정보를 너무 많이 쥐고 있던 놈들 말입니다. 지금 거리에는 죽은 거물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안달이 난 놈들이 사방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습죠. 그런 놈들이 많을수록 일하기는 더 좋습니다. 모든 조직이 지리멸렬이 되어 있으니 화이트칼라 주 방위군이 이곳을 장악하기가 한결 수월할 겁니다. 그런 뒤에는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든 영감님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진 않을 테고요.

영감님은 주지사든 시장이든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자를 동원해 퍼슨빌 경찰 기능을 정지시키고 통신판매군인 주 방위군의 통제 하에서 다시 경찰 조직을 만드십쇼. 듣자 하니 시장과 주지사도 영감님 손바닥 안에 있다죠. 그러니 영감님이 명령만 내리면 시키는 대로 할 겁니다. 영감님만이 그렇게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그럼 영감님은 이 도시를 돌려받게 될 겁니다. 말끔히 청소를 해서 언제든 다시 난장판이 될 수 있을 만큼 산뜻한 도시를 도로 찾게 된다고요.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이 편지를 신문쟁이들한테 보낼 겁니다. 영감님 소유의 <이브닝 헤럴드> 친구들이 아니라 연합통신에 보낸다고요. 이 편지는 돈한테서 입수했습니다. 영감님이 이 편지를 되찾으려고 그자를 고용한 것이 아니고, 그자가 편지를 뺏으려다 그 여자를 죽인 것도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재미 좀 보실 겁니다. 하지만 이 편지를 읽게 될 사람들이 맛볼 재미에 비하면 영감님이 느끼게 될 재미는 새 발의 핍니다. 편지, 진자 열렬하던데요. 어릴 때 동생이 돼지한테 물렸을 때 말고는 그렇게 큰 소리로 웃어젖힌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P329-331)     


나는 미키를 구석으로 데려가 귀에 대고 투덜댔다. 

“지금부터는 이 일을 자네가 맡아 주게. 난 좀 숨어 있어야겠네. 혐의는 벗겠지만 위험을 감수하기엔 포이즌빌을 너무 잘 알아서 말일세. 자네 차를 몰고 역으로 가서 오그덴 행 기차를 탈 생각이네. 거기서 P.F. 킹이라는 이름으로 루즈벨트 호텔에 묵을 걸세. 쭉 지켜보다가 다시 내 이름을 써도 좋은지 아니면 온두라스로 여행이라도 가는 게 좋을지 알려 주게.”

오그덴에서 머무르는 일주일 동안 나는 내가 한 일을 보고 하기보다는 법률과 탐정사무소 규율을 덜 어기고 사람을 덜 잡은 것처럼 보이도록 보고서를 꾸미느라 여념이 없었다. 

미키는 엿새가 지난 뒤에 호텔에 도착했다. 

미키는 리노가 죽었고, 내가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니며, 퍼스트 내셔널 은행 강도사건의 약탈물이 회수되었고, 맥스웨인이 팀 누넌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면, 퍼슨빌에 계엄령이 선포되어 가시 하나 없는 달콤한 장미꽃밭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해 주었다. 

미키와 나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갔다.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꾸미느라 들인 땀과 노력을 아끼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보스는 결코 속지 않았으니까. 나는 보스한테 경을 치게 혼쭐이 났다.              (P349-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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