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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되기의 과정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50

by 노용헌

들뢰즈(Gilles Deleuze)의 ~되기(또는 생성, devenir, becoming)의 철학은 사진가로서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사진을 하면서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진 그 자체뿐만 아니라, 사진가의 존재, 그리고 피사체의 존재를 모두 아우러진 개념일수 있다. 들뢰즈는 동일성과 차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동일성—불변, 존재—실체

차이—변화, 생성—사건(사실+의미)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많은 사건들을 접하고 만나게 된다. 사진기라는 ‘욕망하는 기계’를 들고서 거리를 나서게 된다. 그 카메라에 담겨진 다양한 사건들은 목격자로서, 관찰자로서, 증언자로서, 기록자로서, 욕망을 표현하는 자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그는 존재에 대한 인식도, 의식도, 공감도 하게 된다. 이 사건의 과정을 통해서 물질적이든, 의식적이든, 사건을 구성(構成)하게 된다. 사진은 다른 이들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하며, 또는 나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생성(-되기)의 과정에 있는 것이다. 자신이 예술가-되기일수도, 사진가-되기일수도, 또는 어른-되기, 동물-되기, 괴물-되기, 무언가-되기의 과정을 통해서이다. 사건은 수많은 관계들에서 형성된다. 삶은 사건의 연속성 안에 있다.


미나마따(minamata)병의 심각성을 사진으로 보여준 유진 스미스는 <도모꼬를 목욕시키고 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통해서 도모꼬가 되기도 하고, 도모꼬의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관계를 통해서 그들의 아픔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가는 피사체와의 관계를 통해서 관계맺음을 한다. 사진가는 피사체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셈이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 기념 연설에서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이 말은 과거와 현재가, 죽은 자와 산자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M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의 소설의 첫 문장은 “단지 연결하라”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끝없이 연결되어 있는, 또는 얽혀있는 실타래와 같을 것이다.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악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사건들의 연결을 법계(法界)에서 쓰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일 것이다.


중중무진(重重無盡):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이 작용하면서 어우러져 있는 현상의 모습을 말한다.

“부처의 나무는 그 자체가 리좀이 된다.”

들뢰즈가 <천개의 고원>에서 한 말이다. 리좀(Rhizome), 그것은 고정된 뿌리(본질)가 없이 줄기 자체가 다른 것(외부)과의 접속에 따라 발생과 변형을 일으켜 각각 뿌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존재는 고정된 것이면서 유동적이다. 외부와 연결, 관계맺음을 통해서 변화와 생성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부처의 나무는 한 점으로 뿌리를 내려 정착하지 않고, 여러 갈래로 수평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며 생성한다. 모든 사건들은 서로 간에 연결되어 있고, 그들은 서로 영향을 주어, 좋든 나쁘든, 상호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손바닥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말이다. 사사무애(事事無碍)는 모든 현상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이다. 다양한 목소리의 외침들이 있고, 복잡한 갈등의 구조 상황에 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사무애의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대인지 모른다.


사사무애(事事無碍); 모든 현상은 걸림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비추면서 융합하고 있다.

들뢰즈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대신 "나는 무엇이 되어가는가?"를 물을 것을 제안한다. 여러분들은 “어떤 사진가가 되어가는가?”, “사진은 무엇이~되기”의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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